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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ㅣ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도서후기] "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곧 서울이다 -


지은이 : 노주석
펴낸곳 : (주)태일소담
펴낸날 : 2016년 1월 25일 초판1쇄
도서가 : 20,000원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일천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입니다. 주변의 위성도시까지 포함하면 2천만을 출쩍 넘어가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살고 있고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된 초거대 도시입니다. 예전에 영국의 서울은 런던,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 이런식으로 말했던게 기억나는데요. 지금이야 영국의 수도는 런던, 이런식으로 말하지만 그만큼 서울이란 단어가 어릴 때부터 매우 중요도시를 의미한다고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궁금했던게 다른 도시들은 한문표기가 있는데 서울은 한자표기가 없더라는 것이었죠. 서울은 순우리말이라서 한문표시가 안된다더군요. 이번 읽은 도서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서울에 대해 서술한 책이었습니다. 제목도 특이한데요. <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입니다. 도서제목을 보니까 "왜 특별시일까? 직할시하고 뭐가 다른거지?"하고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책에는 이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내용들이 참 재밌네요.~

이 책의 저자 "노주석"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서울 정치학을 주제로 정치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분이랍니다. '서울신문'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28년이란 긴 세월을 근무했다고도 하는데 '서울신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관변신문사라는거죠. 그런만큼 저자는 재직중 서울에 대해 남들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나 봅니다. 실제 책을 보면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라 표시된 사진들이 무지 많이 수록되어 있지요.^^ 지금은 서울도시문화연구소를 개설하여 소장으로 있답니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천상 기자구나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책은 <들어가는 말>, <1. 서울은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중 도시>, <2. 우리들의 일그러진 지명>, <3. 훼철과 복원의 역사>, <4. 서울 사수의 꿈>, <5. 정체성을 찾아서>, <6. 한성판윤과 서울시장>, <7. 아파트 공화국의 민낯>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들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생각도 하게끔 하는 것들이었어요.
저자는 서울의 특색 중 하나라 지독한 지역색이 작용하던 도시란 점을 들면서 그 지역색은 대개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형태였다 합니다. 조선 500년 동안에는 개천(청계천)을 경계로 북쪽과 남쪽 2개 구역으로 양분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종로를 중심으로 한 조선인 거주지역과 남산 아래 본정통(충무로) 중심의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갈라졌으며, 현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강을 경계로 강북과 강남 2개의 도시로 양분되고 있답니다. 조선시대 남북으로 구분된 근원은 도읍을 정하면서 한양을 경조5부라고 하여 동,서,남,북,중부라는 5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눠 다스린게 그 시초라네요. 북부는 권문세가, 현역벼슬아치가 주로 거주했고 남부는 지체 낮은 관리, 퇴락한 양반, 무반들이 모여 살았고, 중부에는 중인들이 주로 살았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촌과 남촌의 양극체제로 공고화되어 갔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하나의 설이 나오는데 도시사학분야에서 '이중 도시'의 개념은 식민지를 경험한 도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아무튼, 조선시대 북촌과 남촌과 같이, 현재 강북과 강남으로 양분되어 흘러 간다는 것은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은 역사를 봐도 쉽게 유추할 수 있을거랍니다...

두번째는 소설제목에서 따온 듯한 타이틀로 꽤 의미심장한 제목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지명". 말 그대로 식민지배시절 일본인들이 나쁜 의도로 훼손해 놓은 우리의 지명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좋지 않게 개칭된 지명들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소위 사대주의자. 소중화주의자와 같이 자신의 영욕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빌붙던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들로 아름다운 우리말로 전해오던 지명들을 한자로 강제 개칭해 버린 일이라네요. 저자는 서울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사례라고 합니다.

세번쩨는 "훼철과 복원의 역사"편인데요. 여기에는 한양도성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한양도성"은 왕권을 상징하는 표상이자 조선을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서울을 에워싼 성곽으로 의미가 축소되어 있답니다. 아직도 성곽 곳곳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서울성곽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도성을 둘러싼 성곽만 내세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일제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한양도성이 의도적으로 훼철되었죠. 일제가 훼손시킨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책에는 그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 간악하고 무도한 일본 제국주의자들입니다..

네번째 이야기는 "서울 사수의 꿈"으로 도성과 산성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한국전쟁 최대 트라우마로 서울사수를 외치던 이승만정부가 전쟁발발 이틀만에 서울을 버리고 피란길에 오르는데 가면서 하나 있는 한강다리 마저 폭파해서 150만 서울시민을 적지에 버린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한강다리를 넘지 못했던 서울 사람들의 원한이 부동산 투기로 이어져 지금의 강남 아파트 공화국을 탄생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그것입니다. 그럴 듯 하네요.ㅎㅎ 아무튼 지금껏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같이 외세침입에 수도를 사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답니다. 그 이유가 한양도성은 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왕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실제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 서울의 도성은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네요. 그 긴 한양 도성으로 적을 방어하기에엔 인원이나 물자를 턱없이 모자란게 현실이기 때문이랍니다. 그 보완책으로 만들어진게 북한산성, 남한산성, 탕춘대성이라네요.

다섯번째 이야기는 "정체성을 찾아서"입니다. 여긴 예전부터 궁금했던 '서울' 명칭의 유래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동안 정설이라고 하는 "서라벌"이 변해서 "서울"이 되었다는 이야기, 물론 나옵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지명이 역사나 기록으로 남아 있는게 거의 없기에 그 유래나 언제, 어떤 연유로 생성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네요..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서울행정사>에 따르면 신라의 경주, 백제의 소부리, 고려의 송악 등 읽국의 수도 명칭 모두가 서라벌(새벌)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수도가 서라벌이고, 서라벌이 서울이라네요. 이러한 서울이라는 지명은 일제강점기 경성으로 개칭되었다가 광복후 미군정에 의해 서울특별시라는 한글지명으로 확정되었답니다. 이승만 정부시절 서울의 명칭을 '우남'(이승만의 호)으로 개칭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419혁명으로 없던 일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네요.

한성판윤, 지금으로 말하면 서울시장을 말하는 조선시대의 벼슬입니다. 향토사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박원순 시장까지 모두 해서 1,429명의 한성판윤(서울시장)이 역임했다고 합니다. 중임, 재임을 모두 포함해서 헤아리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2008대 한성판윤(서울시장)이라고 합니다.조선개국부터 지금까지 기간이 6백여년인데 2008대라니 그럼 재임기간이 평균 4개월이라는 얘기가 되지요. 그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조선시대에는 한성판윤되는게 영의정되는 것보다 어려운 자리였다는데요. 그건 정승에 비해 한성판윤이 집행권한이 많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조선 513년동안 한성판윤의 평균 재임기간은 3.6개월이라고 합니다. 단 하루만 재임한 사람도 5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조선말 순조 이후에는 1년이상 재임한 인물이 단 한명도 없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서울시장을 역임하고 대통령선거에 나서는게 정치인 코스화된 것 같기도 합니다..

아파트.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에 있어서 토지와 함께 핵심이자 전부인 부동산이죠. 우리가 쓰는 아파트라는 단어에서 다른 나라와는 그 의미가 많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외국인들도 우리의 아파트 열기를 특이하게 생각하는지 많은 연구 보고서들을 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서울의 아파트 건설"이라고 하여 왜 한국의 중산층은 아파트에 집착을 하는지를 연구하였답니다. 이방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의 아파트는 "압축된 현대성의 반영"이라고 합니다. 아파트는 돈이나 주식과 비슷한 환금성을 가진 재화인 동시에 현대화의 매개체이며 수단이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흘러온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면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보여집니다. 서울에 처음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1930년 회현동에 일제에 의해 지어진 3층 미쿠니아파트였고 1932년 충정로에 4층 도요타아파트(지금의 충정아파트)이 그 다음이라고 합니다. 충정아파트는 많이 변형되었지만 현재에도 건재하고 있는 아파트 건물이랍니다.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민간아파트는 1958년 중앙산업이 종암동에 세운 4층 종암아파트라 합니다. 그리고 주상복합아파트의 원조는 1967년 준공된 세운상가 아파트라고 하네요. 이러한 아파트 건설붐은 군사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건설정책에 의한 것이 많았다고들 합니다. 강남을 아파트 대단지화 한 것 역시 그러하다고 합니다. 1976년 영동지구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이 확정되면서 이후 강남지역 11개 지구 680개동 5만가구분의 아파트가 들어섰답니다. 한마디로 아파트 쑥대밭이 되었다네요..
이처럼 책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자로서 습득한 자료와 정보들을 모으고 모아서 집필한 것이라 그 내용이 설득력있고 신뢰가 갑니다. 재미도 있구요. 책 마지막 간지에는 저자분이 2년전 집필하였다는 <서울 택리지>에 대한 소개가 나오던데요. 그 내용이 참 궁금해지더군요. 구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서울의 유래에 대해 궁금하거나 한양도성,성곽,4대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 옛사진들을 보고 싶은 분들께는 이 책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참 좋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