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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굼벵이주부]
나 자신이 좀 동작이 굼뜨는 굼벵이라 그래서였는지 책 제목이 얼른 눈에 띄었다.
우리 친정엄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라는 작가가 주부의 일상과 속마음을 쓴 책이다.
자신이 한 남자의 아내로 살며, 아이들의 어머니로 살며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썼는데
날카롭고 예리하면서도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우리나라도 주부 이야기도 아니고 같은 세대의 주부가 쓴 이야기도 아닌데 어쩜 그리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지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하면서 연신 웃음짓게 만들었다.
가끔은 굼벵이답게 한번에 내용이 이해되지않아 두어번 읽고서 이해하기도하면서...
"계속 이렇게 왔다 갔다 할 거요? 제발 좀 이리 와서 앉아요! 맘 편히 먹을 수가 없잖아!"
'내버려 두세요. 엄만 희생하는 거 말곤 낙이 없잖아요." -진정한 희생편에서-
가족들이 식사하는동안 같이 느긋하게 식사도 못하고 커틀릿과 빵은 만들자마자 먹어야 제맛이라 이마에 땀을 훔치며 분주히 부엌에서 왔다갔다 하며 일하는 주부에게 남편과 아들이 비난스레 내 뱉는 말이다.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들은 정말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을 베풀며 살아간다.
물론 알아달라고 하는건 아니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약간 괴씸하고 속상했다.
진즉부터 난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고있다. 생선대가리만 좋아하는 엄마인줄 아는. 그래서 남편이 과자 사와서 아이들 나눠주면 뺏어먹거나 달라고 한다.
애 셋 키운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도 엄마도 똑같이 맛있는 과자 먹을줄 안다는걸 보여주기위해...^^
처음엔 뺏어먹는다고 울기도 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으레 엄마몫을 챙겨주기에 이르렀다는....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아들 대신 딸을 낳아도, 아이들 두고 직장을 나가도, 남편수입에만 의존해도, 아이 학교 성적이 떨어져도, 집안일을 제대로 못해도 우리 여자들은 괜한 죄의식을 갖는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나라도 그렇다는 의외의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서 보면 동 서양을 불문하고 사람사는게 다 거기서 거긴가 보다. 그리고 주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것 또한 다 비슷비슷하나보다.
나만 그렇게 사는가 싶었는데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 주부들만 그렇게 사는줄 알았는데
지구 저 반대편에 사는 주부들도 같은 모습이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는 정말 위트와 유머가 대단한 사람인듯한다.
나 같은 주부들의 심정을 잘 표현한 이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고 속상해야 할텐데 웃음만 나오는걸 보면 말이다.
이 책에 의하면 능숙하게 빨리 일 처리하는 사람들보다 또는 보통 사람들보다 행동이 한심하고 답답하리만큼 굼뜨는 이 굼벵이들이 훨씬 오래산다고 한다.
그래도 굼베이라서 이렇게나 좋은점이 있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좀 더 느긋하고 천천히 여유있게 살아가련다 굼벵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