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크로닌의 천국의열쇠 처럼 묵직한 여운을 남기네요.완독 후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바로 기록을 남기지도 못했는데...얼마 전부터 휴일에는 종종 성지순례를 다닙니다. 대부분 순교 성인의 성지인데 그 속에서 기도드리고 잠시 묵상하고 오는 길에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침묵‘에서 끝까지 신앙을 져 버리지 않고 순교하는 사람들 그리고 배교하고 삶을 선택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배교한 사람의 절규가 뼈아프게 들리는 까닭에 자문하게 됩니다. 아직도 여전히 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어요.나라면 어떻게 했을까...그들을 비난할 자신이 있는가...
하느님이 이러한 시련을 아무 뜻도 없이 내리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주께서 이루시는 일은 모두 선한 일이므로, 때가 되면 이 박해와 고난이 왜 저희의 운명에 주어지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이해할 날이 올 테지요. 하지만 제가 이 사실을 쓰는 것은 그들이 출발하던 날 아침, 기치지로가 머리를 약간 떨군 채 중얼거리던 그 말이 가슴속에 차츰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하느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그러고 나서 그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제게 보내며 말했습니다."신부님,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 P85
인간을 모두 성자나 영웅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것입니다. 이런 박해받는 시대에 태어나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신도가 배교한다거나 목숨을 던진다거나 할 필요도 없이 은혜받은그대로 신앙을 계속 지킬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다만 평범한 신도였기 때문에 육체의 공포를 이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 P122
"저는 배교자죠. 그렇고말고요. 그렇지만 10년 전에 태어났다면 선량한 가톨릭 신도로서 천국에 갔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배교자로서 신도들에게 멸시받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그러나 박해받을 때 태어났기 때문에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원망스럽습니다." - P180
"그건 어디까지나 보잘것 없는 형식일 뿐이오. 형식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게 아니겠소."통역은 흥분해서 서두르고 있었다."형식으로만 밟으면 되는 거요."신부는 발을 들었다. 발이 저린 듯한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형식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것,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믿었던 것, 인간의 이상과 꿈이 담긴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그때, 밟아도 좋다고, 동판에 새겨진 그분은 신부에게 말했다.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이렇게 해서 신부가 성화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 아침이 왔다. 멀리서 닭이 울었다. - P267
"밟아도 좋다. 네 발은 지금 아플 것이다. 오늘까지 내 얼굴을 밟았던 인간들과 똑같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니까.""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 P284
현실에 있을 법한 스토리, 언론사 기자로서 보고 듣고 쓰고 느끼면서 자책과 갈등 끝에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잘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실행합니다.남편으로서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아빠로서 쉽지 않은 결단에 응원을 보냅니다.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괜찮을 구성인 거 같네요. 책의 몇십 페이지는 스토리 전개와는 좀 뜬금없는 서술이라 없어도 될듯 하구요.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무도한 범법자들에게 가차없는 응징을 하는 집행관들 이야기입니다.작가의 말을 보면 친일파, 토착왜구, 검찰 사법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느 한쪽만 대상으로 한거 같네요. 균형감을 찾으려면 나라를 갈라치게 하고 겉과 속이 틀린 위선자와 내로남불, 거짓 선동자 같은 인간도 포함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한 편의 킬링타임용 영화 한 편 본 느낌 입니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 대하소설의 작가가 쓴, 사회주의 붕괴에 따른 이념적 방황인의 삶을 그린 소설이에요. 그들의 사상적 조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북에서 남파된 좌익사범들의 고난과 자본주의 세계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는 과정을 그렸네요.해방과 6.25, 분단, 적대감으로 이어져 온 대한민국과 북한.애국심과 민족애는 구분되는 것이 당연하며 우리가 갖는 애국심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위를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