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서적을 고르고 지나치다가 제목이 눈에 띄여 재테크 서적인 줄 알고 무심코 집어온 거였는데...소설이었네요. 70억 자산가로 성공한 저자의 경험담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거 같은데 가독성은 좋아요.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입니다.
서교동은 어릴적 살던 동네 근처에 있던 곳이였고, 친구들도 여럿 그 동네에 살았었죠.중학교로 등교하던 버스 안에서 날마다 지나쳐 갔던 동네이기도 했었구요. 아릇한 추억이 있는 동네에요. 어쩌다 휴일이면 아내와 든든한 아들 이쁜 딸과 함께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젠 성인이 된 애들이 엄마 아빠랑 잘 안놀아 주네요. 신정에는 충무아트홀에서, 구정연휴 마지막 날에는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연극을 봤어요. 영화도 좋지만, 간혹 연극올 보면 소소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더 좋기도 하더라구요.이 책이 희곡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대학로 어느 공연장에서 서교동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 한 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관람한 기분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본 청기와 주유소, 홀트아동복지회, 89번, 131번 버스...어린 시절 늘상 보았던 이름을 책 속 연극에서 듣는 다는게 참 기분이 묘해지면서 그 시절로 돌아간 거 처럼 느껴지더군요.아련하지만 맘이 무척 아파오네요. 연극이 끝나고 열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치면서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서재에서, 거실에서 모처럼 찡한 연극 한 편을 본 게 너무 좋네요.
‘쯔진천‘이라는 작가를 확실히 기억하게 될 꺼 같네요. 제목이 인상적인데다가 스토리는 그 이상입니다. 흥미로만 따지면 별5개입니다.책을 읽으면서 국내 영화가 떠 오르더군요(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탐정) 스피디한 전개, 무거운 사건, 그 와중에서 간간이 보이는 코믹 요소들,즐거운 책이었네요.
이 글을 쓰는 동안, 다 쓰고 나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된다면, 작가는 여전히 맘이 많이 아플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길지 않는 글이고 구와 담의 일인칭 독백의 글이건만 첨 책장을 넘기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는 그순간까지 저도 맘이 편치가 않네요. 책은 잘 썼어요.
소설은, 적어도 끝까지 읽을 요량이라면 가능한 단박에 읽어내는 게 작가에게나 독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공산이 큽니다.그런 생각을 갖으면서도 이번에도 그러하지 못했음을 아쉽게 여길 뿐이며.....유명한 작가의 소문난 책인데 나에게는 적어도 주옥같지는 않았더랬어요. 이유 중 하나는 위에 말한 그대로이고, 또 하나는 김연수의 글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서 더 풀어낼 말은 없네요.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쓴 동기와 주인공인 시인 ‘백석‘에게 선사한 작지만 의미있는 서사에 대해서는 책의 맨 끝에 있어 늘 읽을까 말까 망설임을 주는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작가의 그러한 의도에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문장 곳곳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옛말들이, 실은 수 년 간 이어진 탐색의 노고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구요. 이 모든 걸 알고 재독을 한다면 더 깊이 있는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꺼 같아요. 그만한 인내심이 제겐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행은 1937년의 어느 여름날, 해변에 누워 이 곡을 듣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 P245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기행에게는 덕원신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삼수로 쫓겨간 늙은 기행에게는 상주의 초등학생이 쓴 동시를 읽게 했을 뿐. 그러므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은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나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된 그를 본다. -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