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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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적어도 끝까지 읽을 요량이라면 가능한 단박에 읽어내는 게 작가에게나 독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공산이 큽니다.
그런 생각을 갖으면서도 이번에도 그러하지 못했음을 아쉽게 여길 뿐이며.....

유명한 작가의 소문난 책인데 나에게는 적어도 주옥같지는 않았더랬어요. 이유 중 하나는 위에 말한 그대로이고, 또 하나는 김연수의 글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서 더 풀어낼 말은 없네요.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쓴 동기와 주인공인 시인 ‘백석‘에게 선사한 작지만 의미있는 서사에 대해서는 책의 맨 끝에 있어 늘 읽을까 말까 망설임을 주는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그러한 의도에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문장 곳곳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옛말들이, 실은 수 년 간 이어진 탐색의 노고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구요.
이 모든 걸 알고 재독을 한다면 더 깊이 있는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꺼 같아요. 그만한 인내심이 제겐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행은 1937년의 어느 여름날, 해변에 누워 이 곡을 듣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 P245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기행에게는 덕원신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삼수로 쫓겨간 늙은 기행에게는 상주의 초등학생이 쓴 동시를 읽게 했을 뿐. 그러므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은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나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된 그를 본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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