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아니 수년간 읽은 책 중 최고의 소설 중 하나입니다. 어린 카야, 성숙한 카야 그리고 66세의 카야 모두 잊혀지지 않을꺼 같아요. 테이트, 점핑 부부, 조디의 카야에 대한 사랑이 너무 소중하고 고맙네요.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과학자이고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했다고 하니 놀라우면서도 기운이 납니다.언젠가 다시 잡게 될 책이에요, 소장합니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엄마는 언제나 습지를 탐험해보라고 독려하며 말했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그런데 어디서 만날지 생각해봤어?" - P140
인문학 서적을 고르고 지나치다가 제목이 눈에 띄여 재테크 서적인 줄 알고 무심코 집어온 거였는데...소설이었네요. 70억 자산가로 성공한 저자의 경험담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거 같은데 가독성은 좋아요.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입니다.
서교동은 어릴적 살던 동네 근처에 있던 곳이였고, 친구들도 여럿 그 동네에 살았었죠.중학교로 등교하던 버스 안에서 날마다 지나쳐 갔던 동네이기도 했었구요. 아릇한 추억이 있는 동네에요. 어쩌다 휴일이면 아내와 든든한 아들 이쁜 딸과 함께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젠 성인이 된 애들이 엄마 아빠랑 잘 안놀아 주네요. 신정에는 충무아트홀에서, 구정연휴 마지막 날에는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연극을 봤어요. 영화도 좋지만, 간혹 연극올 보면 소소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더 좋기도 하더라구요.이 책이 희곡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대학로 어느 공연장에서 서교동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 한 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관람한 기분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본 청기와 주유소, 홀트아동복지회, 89번, 131번 버스...어린 시절 늘상 보았던 이름을 책 속 연극에서 듣는 다는게 참 기분이 묘해지면서 그 시절로 돌아간 거 처럼 느껴지더군요.아련하지만 맘이 무척 아파오네요. 연극이 끝나고 열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치면서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서재에서, 거실에서 모처럼 찡한 연극 한 편을 본 게 너무 좋네요.
‘쯔진천‘이라는 작가를 확실히 기억하게 될 꺼 같네요. 제목이 인상적인데다가 스토리는 그 이상입니다. 흥미로만 따지면 별5개입니다.책을 읽으면서 국내 영화가 떠 오르더군요(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탐정) 스피디한 전개, 무거운 사건, 그 와중에서 간간이 보이는 코믹 요소들,즐거운 책이었네요.
이 글을 쓰는 동안, 다 쓰고 나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된다면, 작가는 여전히 맘이 많이 아플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길지 않는 글이고 구와 담의 일인칭 독백의 글이건만 첨 책장을 넘기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는 그순간까지 저도 맘이 편치가 않네요. 책은 잘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