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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소설 《생식기》는 일본에 사는 동성애자 쇼세이의 삶과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낯섦은 이내 주인공의 진심 어린 고백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화려한 수식 없이 담백한 시선 속에 담긴 쇼세이의 고독과 성찰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특히 성인이 된 쇼세이가 주변 사람들의 연애담을 들으며 느낀 감정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삼십여 년을 산 끝에 쏟아지는 각 개체의 연애담. 밝은 이야기도 어두운 이야기도 나옵니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지독한 상처가 되었을 실패담도 쇼세이에게는 너무나 눈부시게 느껴집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주인공의 외로움과 동경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타인의 지극히 평범한 삶조차 '눈부시게' 여겨지는 그의 시선은, 사회의 비주류로서 겪어야 했던 자기 부정과 고립감을 짐작하게 합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주제의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이해하기도 조금 어려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주인공의 진심이 느껴지고, 그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마다 저 역시 함께 숨죽이며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쇼세이가 자신의 정체성, 즉 동성애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 놀라워하는 시점에서부터 부정, 소극적 반영, 그리고 결국 체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시선과 구조적인 편견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그의 고통이 저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서로 다름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있습니다.
같은 지방 출신이 아니라서, 같은 민족이 아니라서, 같은 나라의 사람이 아니라서 느꼈던 미묘한 거리감과 편견들이 떠오릅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쇼세이의 상처와 고독이 더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또한 책에서 언급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평소 접하지 못한 개념이라 따로 찾아보았는데, “인간이 멸종하면 목표 대부분이 달성된다”는 문장은 너무나 통쾌하면서도 냉소적이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만든 문제의 근원이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작가가 날카롭게 꼬집는 듯했습니다. 이 대목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강렬한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책을 처음 읽은 저는, 작가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습니다. 한 번 읽고 덮기에는 아쉬움이 남았고, 아마 여러 번 다시 펼쳐볼 것 같습니다. 쇼세이를 통해 사회의 다양성과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 책을 계기로 저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