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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량 출판사 사장의 자술서
최용범 지음 / 페이퍼로드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진솔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의 저자 최용범, 50만 독자가 읽은 그 이름.
그런데 이번 책 제목에는 ‘불량 출판사 사장’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왜 ‘불량’일까?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 곧,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이지만, 읽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굴곡이 있고, 잘난 사람도 모두 힘든 시절을 겪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나는 올해 마흔이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이룬 건 많지 않다.
가끔 거울을 보면 세월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웃고 있지만 마음은 무겁고, 어딘가 늘 외롭다.
예전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요즘은 자꾸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
그런 내 마음을 이 책이 꼭 알아주는 듯했다.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다.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인다. 쓸모없는 세월은 없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괜히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별것 아닌 인생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시간들에도 다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작가 역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술에 의지하던 시절,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했던 지난날들, 그리고 그 시절을 솔직하게 되돌아보는 마음들. 그 모든 이야기가 진하게 공감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나도 내 상처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코믹극 리뷰’ 부분이었다.
매춘부와 형사의 사랑 이야기라니, 처음엔 우스꽝스러웠지만 읽을수록 슬프고 뭉클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토끼가 내 마음속을 내달렸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
그러나 결국 그들은 부부가 되지 못했다. 인생이 그렇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도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 과정,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참 따뜻했다. 언젠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가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요즘 세대가 모를 옛이야기들도 많지만, 그 안에는 ‘사람 사는 맛’이 있다.
거창하지 않고, 꾸밈없이 솔직한 이야기들. 그래서 더 좋았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어느 불량 출판사 사장의 진술서’이라는 말은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것마저 자기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어느 불량 출판사 사장의 진술서’은 내게 그런 위로를 건네줬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나도 조금 덜 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