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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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를 닮은 소설이다.
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난 후 찾아오는 고요하고 잔잔하며 살짝 지치기도 하는 그 즈음의 시간.
난 이런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현실이 생생하게 글에 담겨 있어 글이 곧 현실이고 오히려 내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모 아니면 도 이런 식으로 명확한걸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것들이 버겁게 느껴진다.

4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겨울의 시간 속에서 속초를 배경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극적인 반전도 없고, 신데렐라 같은 삶도 꿈꾸지 않는 묵묵히 과거와 연결된 오늘의 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쩌면 나와 닮아있는 이야기라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에 지난 밤 보름달이 아닌 초승달을 바라보고 드뷔시의 물에 비친 그림자 조성진의 피아노 곡을 들으며 푹 빠져들었다.

바다와 달, 도망치지 않고 직면하는 과거로 부터의 회복과 치유로 다시 시작되는 봄을 기다리는 그들의 삶이 아름다워 밤새 많이 울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바다와 보름달이 보고싶어졌다.
그 땐 꼭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시벨리우스의 2번 교향곡을 듵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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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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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줄리 앤 줄리아] 영화를 통해 그를 알고 있었다.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이라는 에세이라니 너무도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사실 한국도 음식에 대해 진심인 민족이다.
옛날부터 밥 먹었어? 밥은? 밥 한번 먹자. 등 음식을 먹었는지로 안부를 묻곤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요리프로그램과 먹방이 유행을 하기 시작해서 얼마전 큰 인기를 끌었던 [흑백요리사]까지 수 많은 요리와 음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탠리투치 의 책을 읽으니 어릴적부터 어머니의 맛깔난 요리를 먹고 자라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가족들과의 식사, 누군가를 초대하는 파티 등을 통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고 마시는 그들의 일상은 마치 성탄절에 화려한 파티를 하고 있는 어느 집 창문에서 불을 켜고 안을 들여다보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군침이 돌고 상상이 되었다.

지금 세대가 배달과 인스턴트에 빠져 있는데 반해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고, 만드는 과정을 즐기며,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가 모여 즐기고 식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낯설기까지 하다.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와인같은 술 이야기도 꽤 많이 나오는데 이제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나도 당장 애주가가 되고 싶을 정도이다.

맛있게 만들어 먹는 요리 레시피도 중간중간 나와서 정말 궁금한 몇가지 음식은 따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재료도 심플하고 과정도 꽤나 할만해서 깜짝놀랐다.

이 책을 읽으니 뭔가 기념일에 우리집에서만 꼭 만들어 먹는 음식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함께 먹는 즐거운 기억이 가족들에게 많았으면 좋겠다.

추후 암에 걸리고 더이상 음식의 냄새와 맛을 느낄 수 없게 되는 부분을 읽고 나니 그저 뭐든 먹을 수 있고, 맡을 수 있는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2025년 올 한해는 나와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건강한 음식을 보다 열심히 만들고, 먹고,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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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보의 푸른 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7
마논 스테판 로스 지음, 강나은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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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나 재난 소설을 많이 접했는데 이렇게나 따뜻한 마음으로 볼 수 있던 작품이 있었던가?
늘 마음 졸이고, 끔찍하며, 슬프고 무서웠던 감정이었는데 아포칼립스 서사를 현실에 있을 수 있는 희망을 그린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핵폭발 이후 세상에 모자 단둘만 남겨진 상황.
24시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진짜 시간이 바로 이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진짜 제대로 된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더 많은 것들을 가졌고, 넘치도록 풍부한 이 시대가 과연 더 좋은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몇 권 안되는 책을 외우도록 읽고, 나와 가족을 돌보는 일, 먹기 위해 농작물을 가꾸는 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하고 만드는 일을 하며 지내는 그들의 일상에 심장이 뛰고 피가 천천히 도는 느낌이 든다.

연말 이 책을 읽으니 더욱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책 속에 있었다.
2025년은 살고 싶은 인생대로 살아봐야지.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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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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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본다는 말은 어쩌면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말이다.
누군가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그에 따른 책임감과 희생이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이 말을 서로를 돌보는 관계로 본다면 부담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지지 않을까?

강석희, 김다노, 백온유, 위해준, 전앤, 최영희, 황보나 7명의 작가들이 돌봄의 책을 썼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한번쯤 읽어봤던 책의 작가님들이라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7명의 작가들의 글이 마치 무지개처럼 일곱빛깔로 반짝이기에 단 하나 제일 좋은 작품을 꼽으라면 꼽을 수가 없다.
손가락 7개를 다 접던가, 펴던가.
전부 다른 색깔로 다가온 이야기가 웃기기도, 미소지어지기도, 눈물이 핑 돌기도 해서 도저히 선택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 친구 등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돌보기도, 돌보아지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 어떤 형태로든 그렇다.
아주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라 모르기도 한다.

나는 부모인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당연히 내가 돌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이 역시 나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때때로 느낀 적이 많았다.
그게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 육아는 힘들다고 생각했던 내가 육아는 함께 성장하는 기쁨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고나니 아이가 얼른 크기를 바라지 않고 천천히 커주었으면 했다. 지금까지도.

건강한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돌봄은 엄청 크고 무거워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나부터 시작해서 가족과 친구,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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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이 부를 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3
탁경은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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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일까?
어른이 되는 그 기준은 뭘까?
단순히 나이로만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나이가 많다고 해도 스스로 느끼기엔 아직도 그 어린날의 나는 별로 변하지 않은 채 표면적으로 나이만 먹고있다고 생각되어질 때가 많다.
그렇게 어른들도 여전히 나를 잘 모르고, 나의 감정을 모르며, 나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내면의 성장을 다시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는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지금에서야 청소년 소설로 만나면서 나역시 치유되고, 다시 성장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중학생인 딸 아이의 이야기들도 듣고, 청소년 소설을 함께 읽으면서 나의 육아도 아이가 사춘기임에도 여전히 친구처럼 서로 마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이런 좋은 책들이 무척이나 고맙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은 학교라는 곳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받으며 그렇게 하루 하루 성장해간다.
아이들 사이이기에 더욱 오해도 많지만 진심과 이해는 결국 관계의 통로가 되는 법임을 이야기해준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그 상처를 충분히 들여다봐야한다. 내면으로부터 도망치지말고.
그래야만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을 수 있다는 이 메세지가 많이 지쳐있는 나에게도 더없이 큰 위로가 된다.
조금 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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