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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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를 닮은 소설이다.
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난 후 찾아오는 고요하고 잔잔하며 살짝 지치기도 하는 그 즈음의 시간.
난 이런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현실이 생생하게 글에 담겨 있어 글이 곧 현실이고 오히려 내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모 아니면 도 이런 식으로 명확한걸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것들이 버겁게 느껴진다.

4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겨울의 시간 속에서 속초를 배경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극적인 반전도 없고, 신데렐라 같은 삶도 꿈꾸지 않는 묵묵히 과거와 연결된 오늘의 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쩌면 나와 닮아있는 이야기라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에 지난 밤 보름달이 아닌 초승달을 바라보고 드뷔시의 물에 비친 그림자 조성진의 피아노 곡을 들으며 푹 빠져들었다.

바다와 달, 도망치지 않고 직면하는 과거로 부터의 회복과 치유로 다시 시작되는 봄을 기다리는 그들의 삶이 아름다워 밤새 많이 울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바다와 보름달이 보고싶어졌다.
그 땐 꼭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시벨리우스의 2번 교향곡을 듵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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