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빌릴만한 책이 없어 그냥 빌렸는데최근 읽은 추리 소설 중 가장 맘에 든다.읽는 이에게 실마리를 공유해줘 같이 추리해나갈 수 있어 좋았고 전개도 질질 끌지 않아 좋았다.70년대 작품이라는데 놀랄만한 반전은 없지만 모처럼 추리소설의 정석을 맛본 기분이다.언젠가부터 일본 추리소설이 강세를 보이는데 일본 특유의 자질구레함과 은밀한 속사정이 지겹고북유럽쪽의 추리소설 비슷한 스릴러장르는 전부 눈폭풍이 몰아치는 날 일이 벌어져 너무 비슷하다.그러다보니 영미권의 오래된 추리소설에 끌리나보다.작가는 여성분으로 고정관념의 답답함을 책의 주인공을 통해 깨버리고 싶었다는 게 느껴진다.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나를 보내지마'를 읽었는데이 책도 주인공의 시점에서 알듯말듯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마지막에 뜻밖의 내용을 던져주며 끝을 맺는다.이 작가의 매력은 불친절한 설명과 담백한 문체인 것 같다.주인공은 영국인으로 어린 시절 상하이에서 살다가 부모님이 갑자기 실종되어 영국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흐른 후 탐정이 된 그는 고아 출신의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고 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어린 여자아이를 양녀로 돌보게 된다.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1930년대 말, 그는 드디어 실종된 부모님을 찾기 위해 다시 상하이로 돌아간다.여기까지만 보면 탐정 소설같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결말도 평범하진 않다.지난번 책에서 느꼈던 불만스러운 점도 똑같이 나타났는데 너무 불친절하다보니 일이 전개되는 당위성을못 느끼는 부분이 있다. 상하이에서 부모님을 찾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중요한 문제라 인식하는 이유와옛 친구는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며 양녀의 애매모호한 말들은 끝내 설명해주지 않는다.(덕분에 난 이 모든 일이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허상인 줄 알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찬찬히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도서관에 '파묻힌 거인'이 있던데 언젠가는 읽지 않을까
시간을 멈추는 법은 보통 사람보다 15배 정도 오래 사는 남자의 이야기다.중세에 태어나 현재까지 변한듯 변하지 않은 사회와 너무 긴 기억에 파묻혀 사는 남자.내용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소재는 좋았는데 너무 늘어지는 전개와 오래 사는 것의 끝없는 고충이 내내 되풀이되고,결말은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흐지부지되며 그래도 사랑과 인생은 아름답다는 식이다.반면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계속 생애를 되풀이하는 남자의 이야기다.죽으면 다시 똑같은 순간으로 태어나 똑같은 인생을 살아간다.여기도 그들만의 집단이 있고 남다른 주인공의 삶이 녹록치않다.하지만 더 섬세하고 시야가 넓게 그려지고있어 두 책 중 이 책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