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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의 개념사회 -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다고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법을 다루며 공정해야 할 검찰이, 사회의 진실을 알려야 할 언론도, 모두 권력자들과 한 패가 되어 서로의 잘못을 숨기고 감싸며 국민들의 눈을 속이기에 급급하다.
명백한 사기와 비리를 저지른 용의자를 수사하는 것도 과잉수사라며 하지 않겠다니, 이건 같은 편 감싸주기라 해도 지나쳤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 이하 정부 고관들은 아예 자신들이 회사를 차려놓고, 국가 살림을 팔아먹으며 자신들의 뱃속을 불리는 일에 바쁘다. 이걸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도 없다. 뷰스앤뉴스나 나꼼수를 제외하면 모두 정부와 한 패가 되어 서로 감싸고 돌기만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쳐 어느 정도 살만 했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도대체 왜 이렇게 후퇴해 버린 것일까?
MBC 앵커를 지낸 신경민은 그의 저서인 <신경민의 개념사회>에서 이 같은 현상은 결코 이상하지 않으며,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형식적인 것(투표 등)에 그쳤기에, 오늘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다.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선진국 가정에서는 아이가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리 가정에서는 어떤가? "아무 말 말고, 시키는 대로나 해!"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건 결코 민주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다. 영락없는 독재다.
가정에서만 그런가? 사회로 나가 보아도 그렇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오직 입시에만 매달리며,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10대의 젊은 시절에 가져야 할 자율 활동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지독한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은 서로 약한 아이에게 폭력을 쓰며 화풀이를 한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도 학원에 다니느라 쉬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정작 학교 수업 시간이 되면 대부분은 졸거나 자고 있다. 이러니 공교육이 망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직장에서는? 전혀 달라지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생계가 걸려 있으니 학생 시절보다 더 심하게 억압당한다.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게 아무리 잘못되거나 불합리적인 일이라고 해도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그 중에서 제일 심한 건 구타인데, 학교나 군대에서 때리는 것도 모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가진 어른들도 먼저 들어온 사람인 선배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얻어맞는 것을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긴다. 구타에는 누구의 예외도 없다. 대학 교수나 병원 의사도, 과학자도, 심지어 TV에서 관객들을 웃겨야 할 코미디언들도 모두 두들겨 맞는다.
특히나 재벌은 더욱 심하다. 재벌은 아무런 감독이나 규제, 제제도 당하지 않으니 거의 신처럼 회사 내에서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러다가 잘못된 투자나 사업을 해서 손해를 보면, 그 책임은 재벌 총수가 아닌 밑의 직원들이 책임진다. 삼성이 시작한 자동차 사업이 엄청난 적자를 본 끝에 무려 6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해고당했지만, 정작 삼성의 입지는 튼튼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이런 한국 사회의 내면은 지독하게 반 민주, 비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민은 더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국 사회는 지연, 학연, 혈연에 종교연과 직장연 등 온갖 연줄이 겹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다. 아직 젊은 세대들도 그렇다. 그들도 직장에 들어가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연줄 사회에 물들게 된다. 만약 연줄을 거부하게 되면 조직으로부터 배척받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물론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랫동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신경민은 그 방법으로 공정한 투표를 제안한다. 젊은이들이 지연이나 학연, 혈연, 종교연 같은 연줄이 아니라 공정하게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말한다.
지난 지방 선거와 서울 시장 선거에서 보수 우익 세력이 빨갱이와 색깔론을 부추겼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진보 야권 세력이 승리했다. 이것만으로도 이제 우리 사회에 작게나마 희망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