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즈 예게른 -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915-1916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파올로 코시 지음, 이현경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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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터키를 가리켜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인터넷상에서 퍼진 말이다.

 

  하지만 그런 터키가 사실은 일제 뺨칠만한 악랄한 만행인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저지른 나라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1차 세계 대전이 터지자, 터키 정부는 적국인 러시아와 인접 지역에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자칫 러시아와 손잡고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무려 200만이나 되는 아르메니아인들을 아예 없애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해서, 아르메니아인들은 터키 군인들에게 무자비하게 학살당하고, 사막으로 강제 이주당하는 고통을 겪고 죽어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만이나 되는 엄청난 사람들이 이런 식의 박해를 통해 죽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학살을 저지른 터키에 대해서 아무런 제제나 불이익도 가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히틀러가 이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보고 유대인 대학살을 계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만이나 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살육되었는데 터키가 아무런 불이익도 겪지 않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저런 식으로 유대인 죽여도 뒷탈이 없겠다, 싶은 것이다.

 

  숨겨진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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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의 개념사회 -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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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다고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법을 다루며 공정해야 할 검찰이, 사회의 진실을 알려야 할 언론도, 모두 권력자들과 한 패가 되어 서로의 잘못을 숨기고 감싸며 국민들의 눈을 속이기에 급급하다.

 

  명백한 사기와 비리를 저지른 용의자를 수사하는 것도 과잉수사라며 하지 않겠다니, 이건 같은 편 감싸주기라 해도 지나쳤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 이하 정부 고관들은 아예 자신들이 회사를 차려놓고, 국가 살림을 팔아먹으며 자신들의 뱃속을 불리는 일에 바쁘다. 이걸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도 없다. 뷰스앤뉴스나 나꼼수를 제외하면 모두 정부와 한 패가 되어 서로 감싸고 돌기만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쳐 어느 정도 살만 했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도대체 왜 이렇게 후퇴해 버린 것일까?

 

  MBC 앵커를 지낸 신경민은 그의 저서인 <신경민의 개념사회>에서 이 같은 현상은 결코 이상하지 않으며,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형식적인 것(투표 등)에 그쳤기에, 오늘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다.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선진국 가정에서는 아이가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리 가정에서는 어떤가? "아무 말 말고, 시키는 대로나 해!"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건 결코 민주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다. 영락없는 독재다.

 

  가정에서만 그런가? 사회로 나가 보아도 그렇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오직 입시에만 매달리며,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10대의 젊은 시절에 가져야 할 자율 활동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지독한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은 서로 약한 아이에게 폭력을 쓰며 화풀이를 한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도 학원에 다니느라 쉬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정작 학교 수업 시간이 되면 대부분은 졸거나 자고 있다. 이러니 공교육이 망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직장에서는? 전혀 달라지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생계가 걸려 있으니 학생 시절보다 더 심하게 억압당한다.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게 아무리 잘못되거나 불합리적인 일이라고 해도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그 중에서 제일 심한 건 구타인데, 학교나 군대에서 때리는 것도 모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가진 어른들도 먼저 들어온 사람인 선배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얻어맞는 것을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긴다. 구타에는 누구의 예외도 없다. 대학 교수나 병원 의사도, 과학자도, 심지어 TV에서 관객들을 웃겨야 할 코미디언들도 모두 두들겨 맞는다.

 

  특히나 재벌은 더욱 심하다. 재벌은 아무런 감독이나 규제, 제제도 당하지 않으니 거의 신처럼 회사 내에서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러다가 잘못된 투자나 사업을 해서 손해를 보면, 그 책임은 재벌 총수가 아닌 밑의 직원들이 책임진다. 삼성이 시작한 자동차 사업이 엄청난 적자를 본 끝에 무려 6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해고당했지만, 정작 삼성의 입지는 튼튼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이런 한국 사회의 내면은 지독하게 반 민주, 비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민은 더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국 사회는 지연, 학연, 혈연에 종교연과 직장연 등 온갖 연줄이 겹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다. 아직 젊은 세대들도 그렇다. 그들도 직장에 들어가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연줄 사회에 물들게 된다. 만약 연줄을 거부하게 되면 조직으로부터 배척받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물론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랫동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신경민은 그 방법으로 공정한 투표를 제안한다. 젊은이들이 지연이나 학연, 혈연, 종교연 같은 연줄이 아니라 공정하게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말한다.

 

  지난 지방 선거와 서울 시장 선거에서 보수 우익 세력이 빨갱이와 색깔론을 부추겼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진보 야권 세력이 승리했다. 이것만으로도 이제 우리 사회에 작게나마 희망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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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로널드 라이트 지음, 안병국 옮김 / 이론과실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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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야 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구해서 읽어 보았다.

 

  이제까지 내가 알던 신대륙 역사, 아즈텍과 마야나 잉카 및 체로키나 이로쿼이 같은 원주민들의 역사를 다루었지만, 저자의 참신한 해석과 방대한 문헌 자료가 매우 돋보였다.

 

  특히, 지금까지 내가 알던 원주민들의 역사 중 상당 부분이 침략자인 스페인과 영국을 비롯한 백인들의 시선에서 멋대로 날조된 것들이라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아즈텍이나 잉카 같은 경우, 침략자인 코르테스나 피사로 같은 스페인 정복자들을 케찰코아틀이나 비라코차 같은 신이라고 생각해서 저항하지 못하고 삽시간에 멸망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즈텍과 잉카인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그들은 스페인 정복자들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신이 아닌 인간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즈텍과 잉카인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을 신이라고 착각했다는 말들은 알고 보니 스페인 정복자들이 두 지역을 지배하고 나서 20년 후에 만들어낸 낭설이라고 한다. 자기들의 침략과 정복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아즈텍과 잉카의 후예인 멕시코와 페루인들은 비록 스페인의 군사력에 정복되기는 했으나, 그들만의 언어와 종교 및 문화를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겉으로는 기독교를 믿지만, 사실은 그들의 신들을 믿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또, 스페인이 정복한 중남미 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이 정복한 북미 대륙의 체로키나 이로쿼이 같은 원주민들의 사정도 그다지 낫거나 다르지 않다는 내용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역시, 어느 지역이든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관계는 별로 차이가 없구나, 하고 말이다.

 

  놀랍게도 캐나다에서조차 1990년에 원주민 부족들이 무기를 들고 캐나다 정부에 맞서 봉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콜롬부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지 5백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침략자의 후손인 백인들과 원주민들은 대립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잘못 끼워진 역사의 단추는 되돌리기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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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 - 일본을 유혹한 남자, KI 신서 3761
야마지 아이잔 지음, 김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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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저자는 임진왜란의 내용을 다루면서 시종일관,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결코 난폭한 약탈 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조선인은 중국보다 일본에 대해 호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료의 취사선택과 편파적인 주관이 지나치게 반영된 견해이다. 우습게도 저자는 임진왜란을 다룬 내용에서 일본의 사서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들은 믿을 수 없다면서 죄다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쪽 사서에 나온 이야기들만 진실이고, 조선쪽 사서에 나온 이야기는 거짓이란 말인가?

 

  더구나 저자는 임진왜란 도중에 일본군에 맞서 무수히 일어난 조선 백성들의 의병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왜일까? 그야 뻔하지 않은가. 애초에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결코 난폭한 약탈 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라고 적었는데, 그 예의바른 일본군에 맞서 무수히 많은 조선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봉기하여 맞섰다는 내용을 넣으면, 책에 모순이 생기니까.

 

  또, 임진왜란 와중에 일본군이 조선 백성이나 조선인, 혹은 조선의 문화유산을 상대로 저지른 난폭행위는 수도 없이 많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경주의 불국사를 모조리 불태워버린 일, 왜군이 조명연합군의 공세를 피해 한양에서 남쪽으로 후퇴하기 전에, 한양에 살던 조선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일, 정유재란 때, 조선 백성들을 납치하여 일본으로 끌고 가 노예로 팔아버린 일과 심지어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조선 백성들의 코와 귀를 베어 이를 모아다 귀무덤이라는 끔찍한 장식을 한 일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전혀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에서 전해진 농기구나 농사법을 두고, 이게 임진왜란 시절에 일본군이 가르쳐준 거라고 억지 소리를 하는 것도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 책은 외국의 역사서나 저자들도 사실에 맞지 않는 억지 소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하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면밀히 검토해 보면 틀린 이야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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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사람의 길 - 上 - 맹자 한글역주 특별보급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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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부모님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로봇이나 장난감이 아닌 책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반드시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수능 시험을 앞둔 고 3무렵,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책을 읽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자, 가장 많이 들락거렸던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나는 이른 아침, 학교에 오면 반드시 도서관에 갔고, 거기서 온갖 종류의 책들을 빌려다 마음껏 읽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던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 지금은 책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 벗어나, 서툰 솜씨지만 아예 내가 직접 책을 쓰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일곱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다.

 

  비록 생활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지만, 돈이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도 새로 나온 책들을 구입하는 일이다. 만약 나에게 지금 당장 1억원이 생긴다면, 평소에 내가 구입하고 싶었던 책 1천권을 당장 사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몇 권이나 될까? 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1천권은 넘을 것이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고 생활이 곤궁해 많이 팔았지만, 그래도 아직 내 곁에는 3백권이 넘는 책들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동양 철학자라 할 수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해석하고 주를 단 <맹자 사람의 길> 상편을 구입해 읽어보고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책 읽기를 시작한 이래, 이 책처럼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책은 없었다. 

 

  도올 선생이 해석하고 주를 단 <맹자 사람의 길>은 제목처럼 고대 중국의 철학자인 맹자가 남긴 말을 모은 책인 맹자를 뜻한다. 맹자는 공자와 더불어 유교를 집대성한 사람인데, 공자와는 달리 초창기에는 중국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왜냐? 아무리 나쁜 왕일지라도, 왕에게는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가졌던 공자와는 달리, 맹자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철저하게 일반 백성들, 즉 서민들을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왕이 왕답지 못하고 폭정을 저지른다면, 백성들은 혁명을 일으켜 나쁜 왕을 몰아낼 정당한 권리가 있다!"라고 외친 사람이 바로 맹자였다. 프랑스 혁명보다 무려 2천년이나 앞서서 민중 혁명을 외쳤던 것이다.

 

  또한 맹자는 "권력자가 백성과 함께 맛 좋은 음식과 음악과 학문을 즐긴다면 좋은 일이지만, 권력자가 백성을 멀리하고 혼자서만 그러한 즐거움을 독차지한다면 악한 일이다."라고 설파했다. 지도자는 자신이 가진 부와 지식을 백성에게 나눠줘야지, 혼자만 독점한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본 것이다.

 

  더불어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며,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인간이라고 해도 충분한 교육과 도덕을 통한다면 얼마든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이 책에는 맹자의 일방적인 설교만 들어 있지 않다.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고대 중국의 혼란기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칭송받고 비판받아야하는지, 백성과 시대를 위한 진정한 정치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맹자가 외쳤던 그 시대의 해결책과 방편들이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보아도 그다지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올 선생의 말대로, 역사에 진보란 없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서재에 꽂힌 수많은 책들이 다 쓸모없는 휴지 조각처럼 보인다. 참된 진리를 알고 나면 다른 가르침들은 모두 어설프고 수준 낮은 잡된 소리로 들린다더니,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수준에 조금이나마 도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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