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교수의 환상의 나라 1
이영훈 지음 / 백년동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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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만 원권 지폐, 세종대왕함,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로와 세종대왕 동상, 세종문화회관 등 그의 이름을 빼고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수 없다. 지금 구글에서 '세종'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35,400,000개의 문서가 검색된다. 조선의 제4대 왕인 세종은 명실공히 한국사 제1의 위인이다. 

그런데 세종은 정말 이토록 대한민국 국민에게 칭송받을 인물인가? 책의 제목대로 그는 과연 성군인가? 저자인 이영훈 교수는 이에 대해 역사적인 실증 자료를 가지고 따져보자고 한다. 그는 조선 후기 사회 경제사와 노비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 연구를 통한 세종에 대한 이영훈 교수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종은 역사상 유례를 살펴보기 힘든 노비제를 공고히 했다. “15~17세기에 걸쳐 전체 인구의 적어도 3분의 1은 노비였다. 이전의 고려 시대만 해도 노비의 인구 비중은 10분의 1 미만이었다. 조선왕조에 들어 노비 인구가 크게 팽창하게 된 데에는 세종의 역할이 컸다. 세종은 노비가 주인을 고소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박탈하였다. 이후 노비는 주인의 완전한 사유재산으로 변하였다. 노비를 함부로 죽여도 큰 죄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에 따라 노비 가격이 고려 시대의 비해 5배나 뛰었다. 아버지 태종은 노비와 양인의 결혼을 금지하는 한편, 비가 양인 남자와 결혼하여 낳은 자식을 양인 신분으로 삼았다. 아들 세종은 노비와 양인의 결혼을 방임했으며, 비와 양인 남자의 소생을 노비 신분으로 돌렸다. 세종은 노비를 정상의 인류로 간주하지 않았다. 세종은 자주 남편을 바꾼다는 편견에서 비의 정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종이 비의 소생을 모두 노비로 잡은 것에는 이 같은 노비관이 작용하였다. 이후 노비 인구가 부쩍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사에서 노비제의 전성기가 열렸다.”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둘째, 세종은 기생제를 폐지하기는커녕 공고히 했다. 저자는 “조선시대에 걸쳐 중앙정부와 지방 관아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성적 위안을 제공하는 기생 신분의 여인들이 있었다. 기생의 신분은 딸에게 세습되었다. 특정 여인에게 성 접대의 역을 강요하고 세습시킨 다른 나라의 예가 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기생제는 세계사에서 한국사가 지닌 개성적 특징을 상징하고 있다. 그 기생제를 사실상 창출한 국왕이 다름 아닌 세종이었다. 기생의 딸은 기생이라는 법은 세종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후 기생은 관비의 신분으로 떨어졌다. 이전 고려 시대만 해도 기생은 관비가 아니었다. 나아가 세종은 국경지대의 고을에 군사를 접대할 기생을 설치하였다. 이후 전국 각 군현에 수십 명씩의 기생이 배치되었다. 세종이 창출한 기생제는 20세기 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원류를 이루었다.”라고 말한다. 

셋째, 세종은 중국 명 나라에 대해 그야말로 지극정성으로 사대하였다. 저자는 “하늘에 대한 제사, 곧 천제는 역대 왕조가 천 년에 걸쳐 행한 최고 수준의 국가의례였다. 세종은 그 천제를 폐지하였다. 천제는 천자의 예로서 제후가 거행할 수 없다는 명분에서였다. 세종은 독립국의 군국 의지를 상징하는 출정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종은 명의 황제를 섬김에 있어서 성과 예를 다하였다. 세종은 부왕의 죽음을 맞이하여 역대 군왕이 행한 25일상을 폐지하고 3년 상을 지냄으로써 왕례를 가례화하였다. 이를 계기로 조선의 국가체제는 천자→제후→대부→사→서→천의 위계로 짜인 예의 국제질서로 재편성되었다. 고려왕조가 외적의 침입을 자력으로 방어한 군사국가였음에 비해, 조선왕조는 예의 국제질서에 부동의 안정성을 구가한 도덕국가였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종을 세종대왕으로 칭송하는 이유는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훈민정음' 즉 오늘날의 '한글'을 창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자신의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정광 교수의 <한글의 발명>이라는 책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종이 독자의 문자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동시대 조선의 한자 발음과 중국의 그것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동시대 조선의 한자 발음은 이 땅에 한자와 그 발음이 유입된 이래 오랜 세월을 거쳐 10세기경에 정착한 것으로서 대략 수당시대의 중국어와 일치하였다. 그런데 원명 시대에 걸쳐 중국어의 중심이 북경어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양국 간 문자와 언어의 소통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세종은 동시대 북경어 중심의 한자 발음을 정확히 표기할 목적에서 발음기호를 창제하였다. 그것이 훈민정음이었다. 글자의 뜻 그래도 백성에게 가르칠 바른 음을 표기한 기호였다. 바른 음 그것은 동시대 북경어의 한자 발음을 말하였다. 통설대로 훈민정음은 하층 서민이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한 문자가 아니었다. 한자를 사용하는 지배 신분의 사람들이 동시대 중국의 기준에서 정확한 중국어를 구사하고 훌륭한 외교문서를 작성하고 아름다운 시문을 지을 수 있도록 개발된 발음기호였다.” 즉 세종은 한문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중국에 대한 지극한 사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세종에 대해 이렇게 무작정 비판만 하지는 않는다. 세종은 이미 당대의 양반들로부터 조선의 요순 임금과 같다는 최대의 칭송을 받았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의 국가체제는 <경국대전>의 편찬에 이르러 중국의 황제를 정점으로 하여 조선의 서민에게까지 이르는 차등적 신분과 예의 질서를 구조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독립군을 상징하는 군국의 의지는 출정의가 군례에서 배제됨에서 보듯이 현저하게 쇠퇴하였다. 이 나라는 점점 예의 질서로 부지되는 도덕국가로 순화되어갔다. 그럼에도 국가의 지배력은 강고하였다. 예의 질서가 천자를 정점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15~16세기의 천하는 명 제국을 중심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였다. 그런 가운데 조선왕조가 구축한 예의 국제질서로서 국가체제는 부동의 안전성을 구가하였다. 나는 이 같은 조선왕조의 국가체제가 당대의 세계관, 정치철학, 국제 환경과의 관련에서 구현하는 합리성을 높이 평가한다. 세종은 그러한 국가체제를 구축함에 큰 공적을 남겼다. 앞서 강조한 대로 세종은 역사가 그에게 요구하는 책무를 훌륭하게 감당하였다. 그 이유로 그는 치제 당대에 이미 성군으로 칭송을 받았다. 나는 그 점을 어느 역사가보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즉 저자는 세종의 업적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잘못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고 말한다. 성리학에 입각한 중국에 대한 철저한 사대주의가 조선왕조 오백 년이라는 번영을 가져왔지만, 반대로 서양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했다. 반면 일본은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해 개항 후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근대화했다. 그 결과는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결국 36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세종의 지성 어린 사대가 이런 결과를 초래한 밑바탕이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우리나라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되어 간신히 독립했지만, 이후 북한은 소련에 의해 남한은 미국에 의해 분리되고 동족 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까지 치르게 된다. 이후 대한민국은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의지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여기까지는 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까지는 선진국들의 선례를 따라 그 길을 차곡차곡 걸어갔지만, 지금부터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즉 지금까지는 '따라 하기'가 통했지만, 이제부터는 직접 길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 시점에서 갈팡질팡하며 혼돈의 길을 걷고 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심지어 건국 세력이 한데 뒤엉켜 아직도 구 시대의 감각으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격다짐하고 있는 꼴이다. 

각성해야 한다. 각자의 세력이 자신을 뒤엎고, 각 개인이 자기를 죽이는 자기 살해를 통해 새로운 철학과 이념을 제시하고 국론이 통일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발전은 여기까지가 될 것이다. 중요하고도 어려운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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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종교이야기 -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모두를 위하여 My Little Library 3
김환영 지음 / 한길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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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에 종교가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요? 절대적인 사람도 있고, 종교와는 아예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맞닥뜨려야 하는 분야가 종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종교를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교에는 버리기에 아까운 가치가 있다. 모든 문명의 뿌리는 종교다. 종교를 모르면 동서양 고전을 이해할 수 없다. 종교가 빠진 인문학, 문·사·철은 공허하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성만이 무기다』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도 "진정한 교양인이 되려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안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것의 기초는 종교와 철학이다."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종교 특히 기독교가 저의 삶에 미친 영향은 상당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의 부흥 집회 중 갑자기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고, 제가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소위 말하는 '성령'과 '방언' 체험을 이때 했습니다. 그 후로 약 1년간 제 마음에는 절대적인 기쁨과 평안이 흘렀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하면서 세상 사람들보다 더 세속적인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대적인 평안과 기쁨은 점차 소멸하였고, 제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로 가득했습니다. 그때부터 참 신앙은 무엇인지, 진리는 무엇인지 험난한 신앙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삶에 대한 회의와 의문에 휩싸입니다. 특히 큰 사건 즉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을 때 불현듯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사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가 타인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자아와 진정으로 마주할 기회입니다. 그리고 이때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떤 종교를 선택해야 될까요? 개인의 성장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저자는 "믿음 때문에 자신과 남을 해치는 일을 피하는 것, 믿음 덕분에 자신과 남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앙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여러 가지 바탕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라고 말합니다. 종교도 앎과 체험이 같이 가야 합니다. '앎'만 추구하면 행함이 없는 껍데기만 추구하는 신앙으로 전락하기 쉽고, '체험'만 강조하면 '신비주의'나 맹목적인 신앙으로 흐르기가 쉽습니다.

이와 더불어 티베트의 부처라 불리는 밀라레파는 책에서 "내가 반대하는 것은 명예나 권위만을 위해 승복을 입은 자들, 재산과 명성을 노리고 겨우 경전 한두 권을 암송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자들, 당파심으로 자기 종파의 승리와 다른 종파의 패망을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오. 그렇지만 진지한 수행자들이 있으니, 비록 종파나 교리는 서로 달라도 그들이 방금 말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목적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없고, 그래서 나는 그중의 어느 누구에게도 반대하지 않소."라고 말합니다. 오늘날의 종교인들과 신앙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쨌든 저는 험난한 신앙의 여정 끝에 인도의 종교와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요가'에 관심을 갖고, 요가 수행자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모든 인류가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책의 제목처럼 이 땅의 모든 종교인과 신앙인들이 신과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따뜻한 종교'를 실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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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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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출퇴근 시간은 얼마나 걸리십니까? 저의 경우 집에서 직장까지 편도로 평균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즉 하루의 2시간을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소비하는 셈입니다. 이제 회사마저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회사를 옮기거나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출퇴근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날 것입니다. 

OECD 선진국의 학생을 포함한 직장인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편도 28분이라고 합니다. 가장 짧은 곳은 스웨덴으로 18분이 걸리고, 일본은 40분, 우리는 1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저녁 있는 삶을 말하고 있는데 그들은 편도 20분 내외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두 시간이면 가족과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삶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점심은 포기하더라도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편도 28분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입니다. 

최근 1년 동안 이제는 네 식구가 살기에는 비좁아진 집을 이사하기 위해 부단히도 알아봤습니다. 요즈음 실거주를 위한 부동산 명제는 한 마디로 '10년 이내의 신축 서울 아파트를 사라'입니다. 이유는 신혼부부 등 매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치 평가가 불가한 빌라는 제외하고, 지역별 위치에 따라 가격이 촘촘히 형성된 최소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25평 기준 6억이 넘습니다. 이럴 바에는 아파트 청약이 낫다고 판단해 청약은 물론 내 집 마련 신청까지 했지만 모두 불발이었습니다.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아직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왜 대한민국은 평범한 직장인이 열심히 돈을 모아도 빚을 지지 않고는 내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없게 되었을까요? 언제부터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 변질되었을까요? 토건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건은 토목과 건설을 합친 말인데, 공사의, 공사를 위한, 공사만을 위한 공사 주의로 뭉친 클랜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클랜은 씨족 혹은 파벌을 의미한다. 같은 클랜 아래에서는 서로 돕기도 하고 먹여 살리기도 한다. 조금 독특한 의미의 공동체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랜이 생겨나고 작동하는 현상은 비밀스러운 것이다. 정권은 거대한 클랜과도 같다. 한 사람의 대통령 아래에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각 부처도 그 자체로 하나의 클랜이지만, 정권만큼 큰 클랜은 없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념이 날카로운 송곳 같은 것이라면, 클랜은 끈적끈적하게 휘감기는 한여름 밤의 습도 같은 것이다. 이념은 바꿀 수 있지만, 클랜은 배반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이념에 대해서 아주 많이 이야기하지만, 클랜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 클랜은 은밀한 곳에서 몰래 그리고 아주 간접적인 형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사람들도 과도할 정도로 별 관심이 없다. 알아도 어차피 사람 사는 데서 늘 생겨나는 현상이니 굳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각 정권과 부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자신들의 클랜을 공고히 해왔습니다. 저자는 경제 부처의 '모피아'부터 오직 공사만을 위해 존재하는 '토건족', 한전 민영화의 역사, 자원외교, 교육 종사자만 행복한 교육계 등 각 클랜들의 기원과 역사를 자세히 풀어줍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자 나름의 해법도 제시합니다. 이렇게 클랜들이 자신들의 세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동안 그 피해는 일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습니다. 여전히 세계 1위인 자살률,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 청년 실업 등 국민들의 삶과 복지를 위해 쓰였어야 할 수십조에서 수백조 원의 돈이 자원 외교, 4대강 사업, 대통령 지인 배불리기 등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것들을 감사할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촛불 혁명은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의 법정 구속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철저히 따져보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합니다. 특히 일반인들이 잘 알아차릴 수 없는 '클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 그 이상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그리고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지금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합니다. 

이 사회는 수많은 너와 내가 모여 구성됩니다. 너는 없고 나만 있을 때 이 사회는 더 이상 유지되기가 힘듭니다. 하긴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은 대통령도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웠으니 일반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같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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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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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서로 라이벌이거나 우정 어린 관계이거나 애인 사이였던 16명의 화가들을 짝지어 소개한 이 책에 딱 들어맞는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편에는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그리스도의 세례>, 바르톨로메오 카포라리의 <수태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자궁 속의 태아>, <최후의 만찬>, <리사 델 조콘도의 초상(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다윗>, 도나텔로의 <다윗>,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다윗>,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 <아담의 창조>, <최후의 심판> 13점

렘브란트 반 레인과 요하네스 베르메르 편에는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루츠의 초상>,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눈이 멀게 된 삼손>, <바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야간순찰)>, <작업실의 화가>, <34살의 자화상>, <제욱시스로서의 자화상>,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9점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프란시스코 고야 편에는 벨라스케스의 <세비야의 물장수>, <불카누스의 대장간>, <브레다의 항복(창들)>,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 고야의 <플로리다블랑카 백작>, 판화집 <Los caprichos> 중 8번 <그녀를 데려가다>, 판화집 <Los caprichos> 중 43번 <이성이 잠들면>, <옷 벗은 마하>, <옷 입은 마하>,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 <시녀들 또는 펠리페 4세의 가족>, <난쟁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장 앙투안 와토의 <시테라 섬으로의 출항> 14점

에두아르 마네와 모네 편에는 마네의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티치아노의 <전원의 합주>, <우르비노의 비너스>, 팡탱 라투르의 <바티놀의 작업실>, 모네의 <카미유(초록 드레스의 여인)>, <풀밭 위의 점심>, 마네의 <선상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 모네의 <인상, 해돋이>, <루앙 대성당, 햇빛>, <루앙 대성당, 아침>, <루앙 대성당, 흐린 날>, <루앙 대성당, 일몰>, <수련 연못 위의 다리>, <수련>, <수련>,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 18점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편에는 고갱의 <고흐를 위한 자화상(레 미제라블)>,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 고흐의 <담뱃대가 놓인 빈센트의 의자>, <책과 양초가 놓인 고갱의 의자>,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 <이아 오라나 마리아(아베 마리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이타케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 고흐의 <일본풍: 빗속의 다리(히로시게 목판화 모작)>, <밤의 카페>, <꽃병에 꽂혀 있는 열두 송이 해바리기>, <별이 빛나는 밤>, <가셰 박사의 초상>, <까마귀가 나는 밀밭> 15점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편에는 로댕의 <청동 시대>, 미켈란젤로의 <죽어 가는 노예>, 로댕의 <지옥의 문>, <아담>, <이브>,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 <오노레 드 발자크, 작가>, <다나이드>, <키스>, 클로델의 <사쿤탈라>, 로댕의 <영원한 우상>, 클로델의 <중년> 13점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편에는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 <마티스 부인의 초상, 녹색 선>, <춤>, <음악>, <푸른 누드>, <달팽이>, 피카소의 <맹인의 식사>,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꿈> 10점

살바로드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 편에는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 <기억의 지속>, <메이 웨스트의 입술 소파>, 마그리트의 <연인들>, <골콘다>, <집단적 발명>, <빛의 제국 2>, <이미지의 배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8점 

이렇게 총 100점의 작품이 실려 있다.  즉 이 책은 직접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다.

그럼에도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말하자면, 최근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 중에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논한 김석의 『무의식에로의 초대』란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프로이트) 고맙네. 학자라면 먼저 자신의 입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비판적 안목을 가져야 하지. 자네는 예술가들과도 교류가 많다고 하던데. 나하고는 좀 취미가 다른 것 같네. 예전에 달리라고 하는 화가가 내게 찾아와서 자기가 무의식을 그렸다면서 보여주더군.

(라캉) 아! 살바도르 달리 말씀입니까? 후후…… 괴짜로 소문이 나 있지만 나름대로 진지한 친구지요. 제가 그 친구를 좀 압니다. 선생님과의 얘기도 그 친구에게 직접 들었고요. 선생님이 자기 그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무척 서운해하던데요. 그 친구는 편집증적 사고와 무의식적 현실을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요.

(프로이트) 무의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말이 되나? 그 친구는 내가 자기를 천재로 인정해주기를 바란 것 같은데, 무의식은 그런 게 아니지. 하여간 화가나 예술가 들은 뭔가 대단한 세계를 자기 혼자 보는 것처럼 우쭐해 한단 말이야!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인다.)"
 

실제로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발견은 이처럼 심리학 뿐만 아니라 예술과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살바로드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의 그림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정신과 의사 김혜남의 베스트셀러인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표지 그림이다. 박미성은 책에서 이 그림에 대해 ”<창가에 서 있는 소녀>에서 배경이 되는 공간은 이들(살바로드 달리) 남매가 어린 시절을 보낸 카다케스의 집으로, 당시 달리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방이다. 열린 창을 통해 카탈루냐의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 그런데, 창문이 좀 이상하다. 왼쪽 창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를 내다보는 소녀의 뒷모습과 바다의 풍경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한쪽 창문이 없다는 것을 쉽사리 눈치챌 수 없다. 사실상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제목에서 소녀라고 칭하고 있는 이 그림의 주인공인데, 그녀의 뒷모습은 소녀라고 하기엔 너무 풍만하고 관능적으로 보인다. 또한 푸른빛 커튼과 유사한 톤의 옷을 입은 그녀의 뒷모습에서는 십 대 소녀의 풋풋함이 아니라 오히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그림은 1925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달리의 첫 개인전에 전시한 작품으로, 파블로 피카소가 격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로댕의 <지옥의 문>의 석고상 중 <지옥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저자는 "이 문지기는 초기 작업에서는 흉물스럽고 섬뜩한 악마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나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지금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는 꽤나 극적인데, 그저 지옥의 문을 지키는 공포스러운 문지기가 지옥의 문 위에 턱을 괴고 앉아 지옥의 난장을 지켜보고 있는 보통의 남자로 변한 것이다. 다양한 죄목으로 지옥에 갇힌 인물들의 절규가 들릴 것만 같은 지옥의 처절한 모습과는 극히 대조적으로 상념에 빠진 듯한 남자의 모습은 고요함마저 느껴질 정도다”라고 말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2004년 9월 스칼렛 요한슨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분한 영화로 제작되었고, 올해 2월 재개봉했다. 책을 읽으니 영화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이렇듯 책 속의 예술 작품들은 책의 표지로, 석고상으로 영화로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책은 이런 예술 작품의 탄생과 작가들의 인생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책을 읽으면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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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
마이클 풀란 지음, 이찬승.은수진 옮김 / 21세기교육연구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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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고전세입니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연기자나 배우의 연기가 어색하면 '발로 연기를 하냐'라며 그들을 비난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진짜 연기를 너무나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기보다는 명품 연기에 익숙한 우리가 관객으로서 기대 수준이 너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연기를 해보면, 아마 그 비난했던 연기자나 배우의 발의 발만도 못할 것입니다. '보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는 천지(天地) 차이입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러시아 전문가인 톰 니콜스Tom Nichols는 러시아 문제에 대해 '나도 너만큼 안다'라며 전문가인 자신에게 이러쿵저러쿵 조언하는 일반인들이 못마땅해 『전문가와 강적들』(THE DEATH OF EXPERTISE)이라는 책까지 썼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은 캐나다 교육개혁 전문가입니다. 책 속의 그에 대한 소개를 살펴보면, 풀란은 "토론토 대학 온타리오 교육연구소 소장 및 명예교수이며, 교육개혁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캐나다에서 훈장을 받았다. 조직 변화와 교육개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권위자로서 다수의 글로벌 교육 변화 프로젝트 연수·컨설팅 평가에 참여했다. 풀란은 1998-2002년 잉글랜드 '국가 문해력·수리력 향상 전략' 평가를 4년간 주도했다. 2004년에는 온타리오 교육부 수상 및 장관의 특별고문으로 임명되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교육부처와 관계 기관의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 및 전략 개발 자문과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의 원제는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입니다. '교육변화'에 대해 풀란은 "사람들은 학교가 변화의 무차별적인 폭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교사들이 변화에 저항한다고 불만스러워하고, 교사들은 정책 입안자들이야말로 교실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외면한 채 자리보전을 위한 정책 변경만 일삼는다고 비난한다. 학부모들은 새로운 학습 방식 또는 현재의 교육이 자녀의 미래를 대비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 불안해한다. 학교의 재구조화(restructuring school)만이 답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구조화는 핵심을 벗어난 몽상일 뿐 당장 변경해야 할 것은 교육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성취기준을 강화하고 새로운 평가를 도입하는데 반해,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의 자율권 확대가 답이라고 주장한다."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이 말은 다른 나라가 아닌 마치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이슈와 주체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에 대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1부(1~5장)에서는 교육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을 자세히 설명하고, 2부(6~10장)에서는 지역 수준에서의 교육변화를 다루며, 3부(11~13장)에서는 광역 지자체 및 국가 차원의 일들을 다룹니다. 

구체적으로 1부의 1장은 교육변화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2장 '교육변화의 의미'에서는 변화에 대처하는 개인 특유의 현실과 변화의 의미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을 다룹니다. 3장 '변화 프로세스에 대한 통찰'에서는 변화의 프로세스의 내부 작동원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4장 '도입·실행·지속'은 변화를 도입할 때 필요한 결정과 채택, 그리고 실행과 지속이라는 후속 단계에 관련된 주요 요소들을 살펴봅니다. 5장 '변화의 계획과 실천, 그리고 대응하기'에서는 교육변화를 계획할 때 수반되는 복잡한 이슈와 이러한 교육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깊이 살펴봅니다.

2부의 6장 '교사'에서는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변화는 교사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임을 보여줍니다. 7장 '교장'에서 '학습 선도자'로서의 교장을 명확한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8장 '학생'에서는 학생들에 대해 하향식으로 변화를 강제하는 접근과 상향식으로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접근을 구분하여 다룹니다. 교사, 교장, 학생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변화로의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3부의 9장 '학부모와 지역사회'에서는 학부모·지역사회·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10장 '학구 행정가'에서는 개별 학구가 어떻게 서로 협력해서 배워나갈 수 있는지를 포함해서 몇 가지 사례연구를 제시합니다. 11장 '정부'에서는 성공적인 개혁에 대한 이슈들을 평가하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12장 '교직과 그 리더들'에서는 행정가들을 포함한 교직 전반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봅니다. 끝으로 13장 '교육변화의 미래'에서는 미래의 트렌드와 교육변화에 대한 기대라는 관점에서 변화의 문제를 다룹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기술적 발전이 노동이 아닌 자본에 혜택을 주면서 발생하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기계화에 따른 대량실업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직업을 얻기 위해 더 많은 교육을 받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에게 더 나은 사고와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대상으로 교육을 보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위해 튼튼한 공립학교시스템을 제안합니다. 저자는 “튼튼한 공립학교시스템과 사회 발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가 더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힘으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서 개인적 이익의 추구 외에 집단적 선이라는 더 높은 목적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일자리를 보장해주던 시대는 갔고, 이제 6Cs(인성교육, 시민의식, 협력, 의사소통, 창의력, 비판적 사고)를 갖추는 것이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필수 역량으로 보인다."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사실 이 책은 일반 독자보다는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 등 교육 정책 입안자나 전문가들이 참고해야 할 도서입니다. 그만큼 개념이나 용어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교육변화'의 의미와 그 방법에 있어서 전체상을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일반인도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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