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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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고전세입니다.


당신의 출퇴근 시간은 얼마나 걸리십니까? 저의 경우 집에서 직장까지 편도로 평균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즉 하루의 2시간을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소비하는 셈입니다. 이제 회사마저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회사를 옮기거나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출퇴근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날 것입니다. 

OECD 선진국의 학생을 포함한 직장인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편도 28분이라고 합니다. 가장 짧은 곳은 스웨덴으로 18분이 걸리고, 일본은 40분, 우리는 1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저녁 있는 삶을 말하고 있는데 그들은 편도 20분 내외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두 시간이면 가족과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삶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점심은 포기하더라도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편도 28분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입니다. 

최근 1년 동안 이제는 네 식구가 살기에는 비좁아진 집을 이사하기 위해 부단히도 알아봤습니다. 요즈음 실거주를 위한 부동산 명제는 한 마디로 '10년 이내의 신축 서울 아파트를 사라'입니다. 이유는 신혼부부 등 매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치 평가가 불가한 빌라는 제외하고, 지역별 위치에 따라 가격이 촘촘히 형성된 최소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25평 기준 6억이 넘습니다. 이럴 바에는 아파트 청약이 낫다고 판단해 청약은 물론 내 집 마련 신청까지 했지만 모두 불발이었습니다.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아직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왜 대한민국은 평범한 직장인이 열심히 돈을 모아도 빚을 지지 않고는 내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없게 되었을까요? 언제부터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 변질되었을까요? 토건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건은 토목과 건설을 합친 말인데, 공사의, 공사를 위한, 공사만을 위한 공사 주의로 뭉친 클랜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클랜은 씨족 혹은 파벌을 의미한다. 같은 클랜 아래에서는 서로 돕기도 하고 먹여 살리기도 한다. 조금 독특한 의미의 공동체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랜이 생겨나고 작동하는 현상은 비밀스러운 것이다. 정권은 거대한 클랜과도 같다. 한 사람의 대통령 아래에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각 부처도 그 자체로 하나의 클랜이지만, 정권만큼 큰 클랜은 없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념이 날카로운 송곳 같은 것이라면, 클랜은 끈적끈적하게 휘감기는 한여름 밤의 습도 같은 것이다. 이념은 바꿀 수 있지만, 클랜은 배반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이념에 대해서 아주 많이 이야기하지만, 클랜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 클랜은 은밀한 곳에서 몰래 그리고 아주 간접적인 형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사람들도 과도할 정도로 별 관심이 없다. 알아도 어차피 사람 사는 데서 늘 생겨나는 현상이니 굳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각 정권과 부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자신들의 클랜을 공고히 해왔습니다. 저자는 경제 부처의 '모피아'부터 오직 공사만을 위해 존재하는 '토건족', 한전 민영화의 역사, 자원외교, 교육 종사자만 행복한 교육계 등 각 클랜들의 기원과 역사를 자세히 풀어줍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자 나름의 해법도 제시합니다. 이렇게 클랜들이 자신들의 세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동안 그 피해는 일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습니다. 여전히 세계 1위인 자살률,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 청년 실업 등 국민들의 삶과 복지를 위해 쓰였어야 할 수십조에서 수백조 원의 돈이 자원 외교, 4대강 사업, 대통령 지인 배불리기 등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것들을 감사할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촛불 혁명은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의 법정 구속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철저히 따져보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합니다. 특히 일반인들이 잘 알아차릴 수 없는 '클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 그 이상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그리고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지금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합니다. 

이 사회는 수많은 너와 내가 모여 구성됩니다. 너는 없고 나만 있을 때 이 사회는 더 이상 유지되기가 힘듭니다. 하긴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은 대통령도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웠으니 일반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같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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