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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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고전세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서로 라이벌이거나 우정 어린 관계이거나 애인 사이였던 16명의 화가들을 짝지어 소개한 이 책에 딱 들어맞는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편에는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그리스도의 세례>, 바르톨로메오 카포라리의 <수태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자궁 속의 태아>, <최후의 만찬>, <리사 델 조콘도의 초상(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다윗>, 도나텔로의 <다윗>,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다윗>,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 <아담의 창조>, <최후의 심판> 13점

렘브란트 반 레인과 요하네스 베르메르 편에는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루츠의 초상>,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눈이 멀게 된 삼손>, <바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야간순찰)>, <작업실의 화가>, <34살의 자화상>, <제욱시스로서의 자화상>,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9점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프란시스코 고야 편에는 벨라스케스의 <세비야의 물장수>, <불카누스의 대장간>, <브레다의 항복(창들)>,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 고야의 <플로리다블랑카 백작>, 판화집 <Los caprichos> 중 8번 <그녀를 데려가다>, 판화집 <Los caprichos> 중 43번 <이성이 잠들면>, <옷 벗은 마하>, <옷 입은 마하>,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 <시녀들 또는 펠리페 4세의 가족>, <난쟁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장 앙투안 와토의 <시테라 섬으로의 출항> 14점

에두아르 마네와 모네 편에는 마네의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티치아노의 <전원의 합주>, <우르비노의 비너스>, 팡탱 라투르의 <바티놀의 작업실>, 모네의 <카미유(초록 드레스의 여인)>, <풀밭 위의 점심>, 마네의 <선상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 모네의 <인상, 해돋이>, <루앙 대성당, 햇빛>, <루앙 대성당, 아침>, <루앙 대성당, 흐린 날>, <루앙 대성당, 일몰>, <수련 연못 위의 다리>, <수련>, <수련>,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 18점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편에는 고갱의 <고흐를 위한 자화상(레 미제라블)>,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 고흐의 <담뱃대가 놓인 빈센트의 의자>, <책과 양초가 놓인 고갱의 의자>,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 <이아 오라나 마리아(아베 마리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이타케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 고흐의 <일본풍: 빗속의 다리(히로시게 목판화 모작)>, <밤의 카페>, <꽃병에 꽂혀 있는 열두 송이 해바리기>, <별이 빛나는 밤>, <가셰 박사의 초상>, <까마귀가 나는 밀밭> 15점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편에는 로댕의 <청동 시대>, 미켈란젤로의 <죽어 가는 노예>, 로댕의 <지옥의 문>, <아담>, <이브>,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 <오노레 드 발자크, 작가>, <다나이드>, <키스>, 클로델의 <사쿤탈라>, 로댕의 <영원한 우상>, 클로델의 <중년> 13점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편에는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 <마티스 부인의 초상, 녹색 선>, <춤>, <음악>, <푸른 누드>, <달팽이>, 피카소의 <맹인의 식사>,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꿈> 10점

살바로드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 편에는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 <기억의 지속>, <메이 웨스트의 입술 소파>, 마그리트의 <연인들>, <골콘다>, <집단적 발명>, <빛의 제국 2>, <이미지의 배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8점 

이렇게 총 100점의 작품이 실려 있다.  즉 이 책은 직접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다.

그럼에도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말하자면, 최근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 중에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논한 김석의 『무의식에로의 초대』란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프로이트) 고맙네. 학자라면 먼저 자신의 입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비판적 안목을 가져야 하지. 자네는 예술가들과도 교류가 많다고 하던데. 나하고는 좀 취미가 다른 것 같네. 예전에 달리라고 하는 화가가 내게 찾아와서 자기가 무의식을 그렸다면서 보여주더군.

(라캉) 아! 살바도르 달리 말씀입니까? 후후…… 괴짜로 소문이 나 있지만 나름대로 진지한 친구지요. 제가 그 친구를 좀 압니다. 선생님과의 얘기도 그 친구에게 직접 들었고요. 선생님이 자기 그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무척 서운해하던데요. 그 친구는 편집증적 사고와 무의식적 현실을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요.

(프로이트) 무의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말이 되나? 그 친구는 내가 자기를 천재로 인정해주기를 바란 것 같은데, 무의식은 그런 게 아니지. 하여간 화가나 예술가 들은 뭔가 대단한 세계를 자기 혼자 보는 것처럼 우쭐해 한단 말이야!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인다.)"
 

실제로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발견은 이처럼 심리학 뿐만 아니라 예술과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살바로드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의 그림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정신과 의사 김혜남의 베스트셀러인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표지 그림이다. 박미성은 책에서 이 그림에 대해 ”<창가에 서 있는 소녀>에서 배경이 되는 공간은 이들(살바로드 달리) 남매가 어린 시절을 보낸 카다케스의 집으로, 당시 달리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방이다. 열린 창을 통해 카탈루냐의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 그런데, 창문이 좀 이상하다. 왼쪽 창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를 내다보는 소녀의 뒷모습과 바다의 풍경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한쪽 창문이 없다는 것을 쉽사리 눈치챌 수 없다. 사실상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제목에서 소녀라고 칭하고 있는 이 그림의 주인공인데, 그녀의 뒷모습은 소녀라고 하기엔 너무 풍만하고 관능적으로 보인다. 또한 푸른빛 커튼과 유사한 톤의 옷을 입은 그녀의 뒷모습에서는 십 대 소녀의 풋풋함이 아니라 오히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그림은 1925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달리의 첫 개인전에 전시한 작품으로, 파블로 피카소가 격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로댕의 <지옥의 문>의 석고상 중 <지옥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저자는 "이 문지기는 초기 작업에서는 흉물스럽고 섬뜩한 악마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나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지금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는 꽤나 극적인데, 그저 지옥의 문을 지키는 공포스러운 문지기가 지옥의 문 위에 턱을 괴고 앉아 지옥의 난장을 지켜보고 있는 보통의 남자로 변한 것이다. 다양한 죄목으로 지옥에 갇힌 인물들의 절규가 들릴 것만 같은 지옥의 처절한 모습과는 극히 대조적으로 상념에 빠진 듯한 남자의 모습은 고요함마저 느껴질 정도다”라고 말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2004년 9월 스칼렛 요한슨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분한 영화로 제작되었고, 올해 2월 재개봉했다. 책을 읽으니 영화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이렇듯 책 속의 예술 작품들은 책의 표지로, 석고상으로 영화로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책은 이런 예술 작품의 탄생과 작가들의 인생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책을 읽으면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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