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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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적인 남자의 평생을 기록한 일기.

  정확히 말하면 1936928일 월요일(1211개월 18)부터 20101029일 금요일(8719)까지다. 어렴풋하게 자아인식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기인 셈인데 하루도 빠짐없이는 아니고 인생의 큰 고비를 넘을 때는 몇 년씩 혹은 몇 달을 건너뛰기도 한다.

 

  사춘기 무렵부터 죽기 전까지 한 사람의 평생이 일기 형식으로 이어져있는 소설.

  형식도 특이하지만 내용은 더욱 독특하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소설은 몸의 기록이다. 일기가 보통은 내면 기록이 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저자의 지성이나 성찰, 혹은 생각을 볼 수 있는 기록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내면기록이 주인공이 아니다. 평생에 걸친 몸의 변화, 질병, 욕구가 주인공이다.

  그런데도,

  몸을 들여다보며 몸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도,

  그저 몸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질병을 표현하고 늙어가는 세포의 기능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인데도,

읽는 동안 의식이 고양되고 감정이 요동친다.

 

  시간 속을 흘러가는 몸의 변화 속에

  사회의 변화가 보이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집단의식이 보이고, 개인의 사랑과 의식이 보이며, 한 남자의 인생을 둘러싼 부모, 친지, 가족, 친구의 영향력이 그 남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훤히 보인다. 그러면서 그들의 인생과 사상까지.

 

 특히 맘대로 말을 듣지 않는 노년의 몸의 일기를 읽고 있을 땐, 삶의 비애가 통째로 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공감으로 떨렸다. 물론 노년에 접어든 내 몸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늙음이 마냥 비애로 가득한 느낌이었단 뜻은 아니다. 늙어가는 데는 육체적 고통이 따르고 그래서 힘들고 다소 슬프지만 인생이 스산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 소설의 힘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와 의도하는 대로 소설을 구성하는 능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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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 2015-12-0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들여다 보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고 이 책을 보며 느꼈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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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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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보이지 않는데도 존재한다고 믿고, 물체는 보이는 것이지만 결국 사라지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보는 것만으로 삶과 존재가 설명될 수 없지 않을까. 여기 폭풍우와 숲과 나무와 하나로 얽히는 사람들이 있으니,,,,,
꿈에서 꿈을 꾸다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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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한바탕 꿈. 하지만 꿈에서 꾸는 삶이 너무나 생생하여....
한낮에 별을 보다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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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더 이상 내 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1분 전까지도 눈을 맞추고 손의 온기를 나누던 사람, 아직 그 사람의 말소리와 눈빛과 온기가 생생한데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가버린 것이다. 볼 수만 없을 뿐 모든 것이 그대로인 현실.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야 할까...
아득한 오늘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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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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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우주를 보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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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우주를 볼 수 있는 작가의 혜안에 무한한 감탄과 깨달음의 즐거움을 얻다.
교훈은 주고 싶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잘 익은 과일을 누군가 따먹듯, 성숙한 성찰을 이룬 사람에게서 절로 얻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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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 오래된 지식의 숲, 이수광의 지봉유설
이철 지음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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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봉유설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작가, 이철은 이런 단순한 평가, , ‘백과사전이란 평가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근대 이전 동아시아에서는, 광범위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분류, 편집한 유서라 불리는 류의 서적이 있었는데, 유서사물과 지식을 그 속성에 따라 분류해 기록해 놓은 책’, 쉽게 말해 다른 책들에 실려 있는 내용을 짜깁기해 엮은 것.

.

  그런데 <지봉유설>이나 <성호사설>에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니라, 내용에 대한 저자 자신의 의견,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 세속에 떠도는 이야기, 당시의 제도와 학문에 대한 의견 등을 진술해 놓아서 유서와는 확실히 구별되므로 <지봉유설><성호사설>유설(類設)’로 보아야 한다고.

 

  ‘유설이란 분류해 의견을 덧붙인 책을 말한다.

유서가 단순히 기존의 서적에 나오는 것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기록해 놓은 책이라면, ‘유설은 거기에 더해 편찬자의 의견까지 책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편찬자 개인의 사상과 학문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형태인 것이다.

**

 

  이철은 지봉유설의 사전적 내용보다 의견에 더 애정이 갔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봉유설을 다시 쓰면서 자신 또한 그 내용에 대한 의견을 많이 덧붙여놓았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한 대로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의견에 나 또한 애정이 갔고 재미도 있었다.

 <지봉유설>의 단순한 전달에 그쳤다면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의 풍속과 법과 사상을, 현대적 설명 없이 내가 다 이해할 순 없었을 테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풀이하고 연구하는 현대의 학자는 또 다른 창작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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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 오래된 지식의 숲, 이수광의 지봉유설
이철 지음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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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백과사전에서 다시 현대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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