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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보스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이 2012년 발표한 작품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Live By Night)"입니다. "운명의 날(The Given Day)"의 후속작인 이 작품은 제목과 표지에서 알수 있듯이 갱스터 소설입니다. 이 작품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2013년 '에드거'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에 유일하게 선정되었습니다.
보스턴을 휩쓸고 간 경찰 파업 사건 이후 해체된 '커글린'가문의 막내 "조 커글린"은 거리의 소년으로 지내면서 성장했습니다. 금주법이 한창이던 1926년 "조"는 친구인 이탈리아 형제 두명과 그 지역 조직의 보스인 "앨버트 화이트"의 도박장을 텁니다. 그곳에서 "에마 굴드"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 소녀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조"와 "에마"는 보스턴을 떠나기로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 한탕을 위해 친구들과 은행을 털기로 합니다. 은행에서 일을 마치고 도주하던 "조"와 친구들은 사고로 경찰들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조"의 인생은 알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1919년 유례없는 보스턴 경찰 파업 사태는 명망있는 경찰 간부 "토머스 커글린"의 가문을 해체시켰습니다. 유능한 경찰이었던 장남 "대니"는 사랑하는 여인 "노라"와 보스턴을 떠났고,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차남은 파업 사태 당시 두눈을 다쳐 장님이 된 후 장애인 학교 수위로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게됩니다. 연약하고 순수했던 막내 "조"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집을 뛰쳐나와 갱들과 함께 범죄의 세계를 살아가게 됩니다. "조"는 범죄현장에서 만난 지역 보스 "앨버트 화이트"의 정부인 "에마 굴드"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이 속해있던 조직에 까지 손을 뻗은 "앨버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계획을 세운 "조"는 은행 털이 도중 경찰을 죽이게 되고 감옥으로 보내집니다. 감옥은 거리와는 또다른 지옥이었고 그곳에서 이탈리아계 거물 마피아 "마소 페스카토레"는 "조"의 안전을 담보로 "조"의 아버지이자 보스턴 경찰 간부 "토머스"를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맺어진 "조"와 "마소"의 인연으로 "조"는 웨스트 플로리다의 '럼'을 장악하며 '플로리다의 왕'이 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런 인생이 있는 거야. 그 세상 규칙대로 놀고 싶어? 그럼 가서 놀아.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규칙은 병신 같아. 나한테는 남자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규칙이 전부니까."
(중략)
"와우. 너 정말 많이 자랐구나." 대니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조가 말했다.
대니는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 모자를 썼다.
"안됐다."
'커글린'가의 막내 "조"는 딱히 돈이 필요해서 범죄의 세계로 들어간게 아닙니다. 소질도 있고 재미도 있기에 범죄조직에 들어간겁니다. 권위적인 경찰 간부인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도 한 몫 했을겁니다. 거기다 아버지가 가장 사랑했던 아들이며, "조"에게 있어 영웅이자 신이었던 큰형 "대니"의 부재 역시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미국이 벌인 기념비적인 희대의 뻘짓 중 하나인 금주법은 이전보다 술 소비량이 더욱 늘게 만들고 미국내 조직 폭력집단들이 엄청난 부를 축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권을 차지하려는 조직들간의 총부림은 1930년대 미국의 밤을 피로 물들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거리로 나온 "조"는 당연한 수순으로 갱의 일원이 되어 웨스트 플로리다를 지배하는 위치까지 올라갑니다. 밀주, 밀매, 강탈 등을 일삼으면서도 "조"는 스스로를 갱스터나 조직 폭력배가 아닌 '치외법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될수 있으면 자신의 손에 피를 뭍히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재능은 있지만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심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나가는 "조"를 주위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으면서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습니다. 결국 "조"는 아무리 부정해도 자신은 단지 '조직 폭력배'일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디온을 보고 있자니 문득 열세 살 무렵 처음 보든 스트리트의 신문 가판대를 뒤집어엎었을 때가 생각났다. 우린, 어른이 되기 전에 죽고 말거야. 하지만 최후의 순간 암흑의 나라에 들어가 암흑의 황야를 지나고 안개 강둑을 넘어 미지의 세계로 향해 갈 때, 마지막으로 어깨를 넘겨다보고, 내가 이래 봬도 1만 톤급 군용 수송선을 까부순 사람이야 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미국 역사에 있어서 금주법 시대가 가장 폭력적이고 낭만적인 시대라고 생각했었다던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운명의 날"에서 보스턴 경찰 가문 '커글린'일가를 부패하고 미숙했던 1910년대의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중심부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에서는 해체된후 남겨진 '커글린'가문의 막내 "조"를 통해 미국의 폭력의 역사 중 한부분을 보여줍니다. 보스턴, 플로리다, 쿠바를 거치는 이 여정에 남자들의 의리, 배신, 사랑, 폭력 등 흔하지만 매력적인 요소가 더 해지면서 훌륭한 갱스터 소설로 완성됩니다. 낭만적이고 우아한 낮과 폭력으로 만들어진 규칙으로 돌아가는 밤의 대조는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이고,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늘 그랬듯이 대사들은 거칠지만 위트있고 문학적입니다. 그리고 탄탄하고 영리하게 짜여진 플롯은 "조 커글린"의 인생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거기다 작가가 지은 허구와 역사적 사실들의 완벽한 조화 역시 큰 매력 중에 하나 입니다. 특히나 당시 보스 중의 보스 "럭키 루치아노"와 실직적인 조직의 브레인인 "마이어 렌스키"의 등장은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오락적인 재미면에서도 훌륭합니다. 현재 미국에 만연한 총기류에 의한 폭력의 뿌리를 보는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만 상대를 죽이기 위해 '톰슨'을 갈기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여담이지만 다 읽고 나서 이 모든 사태는 남자라는 동물들이 아니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심, 투쟁, 미련함, 의외의 어리숙함 등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치않을 특유의 DNA를 유지하는 남자들. 예,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 그래, 재능도 필요하고 열심히 일하면 뭐든 달라지기야 하겠지. 그런 요인도 중요하다. 그것까지 부정하지 않으마. 하지만 삶의 기초는 누구에게나 운이야. 행운이든 불운이든. 운이 삶이고 삶이 운이다. 그리고 운은 손에 잡히는 순간부터 새어 나간단다."
사실 "미스틱 리버"가 당시 '에드거'상 후보에 올랐을때 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미스틱 리버"를 외면해 버렸고 혼자서 MWA에 엄청난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13년에 이 작품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로 '에드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벤 애플렉"이 차기 연출작으로 결정해서 2015년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이런 저런 소식으로 이 책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아져있었는데, 다 읽고 나니 역시 "데니스 루헤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갱스터 소설의 새로운 걸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즐기면서 읽기에 충분할 만큼 부담없이 쉽게 쉽게 읽히지만 가벼움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묵직함을 지닌 작품입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팬분들은 제가 뭐라고 하든 무조건 사실테고 "대부"나 "스카페이스"에 대한 향수를 가지신 분들이나 금주법 시대의 갱스터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사실 전 이 작품을 읽고 나서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젊은 "럭키 루치아노"로 나왔던 1991년도 영화 "자유시대(Mobsters)"가 떠올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별 시덥지도 않게 글이 길어서 읽기 귀찮으신 분들에게 이 작품이 뭐가 그리 괜찮은지 간단하게 요약 드리자면 "데니스 루헤인이 썼잖아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Jeffrey Smith가 그린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