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 판타스틱 픽션 그레이 Gray 5
벤 엘튼 지음, 박슬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연극과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연출은 물론 배우까지 겸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버라이어티 쇼를 진해하고 있는 작가 "벤 엘튼(Ben Elton)"의 2001년도 작품 "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Dead Famous)"입니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1996년도 작품 "Popcorn"으로 '골드 대거'를 수상하고, 밴드 "퀸"과 함께 만든 뮤지컬 "We Will Rock You"로 2003 'Theatregoers' Choice Award'에서 'Best New Musical'을 수상하는 등 다재다능한 작가 입니다.

리얼리티 TV쇼 '하우스 어레스트'는 서로 알지 못하는 개성있는 열명의 남녀 출연자들이 9주동안 서른대의 카메라와 마흔개의 도청기가 설치된 '피핑 톰 하우스'라고 불리우는 집에 감금되어 같이 생활하면서 매주 탈락자 후보 두명을 투표로 뽑습니다. 최종 탈락자는 시청자들에 의해 결정되고, 최후에 살아남는 한 명은 50만 파운드의 상금을 거머쥐게 됩니다. 출연자들은 각자 최후의 일인이 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합니다. 비슷한 류의 리얼리티 TV쇼가 하향세이지만 독특한 출연자때문에 초반부터 인기를 끌게된 '하우스 어레스트'에서 27일째 밤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살인 장면은 TV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온 세계에 퍼져 버리고 충격과 혼란 속에 '하우스 어레스트'는 누가 최후까지 살아남을까?가 아닌 누가 살인범일까?란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킵니다. 은퇴를 3년 남겨둔 "콜리지" 경감은 자신의 팀을 이끌고 사건을 조사하지만 범인을 가리키는 증거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살인사건 후에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방송을 하게된 '하우스 어레스트'는 더욱 인기를 끌면서 점점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갑니다.

"우리는 BBC가 아닙니다." 별명이 '교도소장 제럴딘'인 그녀는 인터뷰어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B'P'C TV예요. 대담(Bold)하고 도발적(Provocative)이고 문제적(Controversial)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게리의 무의식적이고 무신경한 인종차별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창문을 이 세상에 제공합니다."
콜리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발적? 문제적? 그게 다 큰 여자가 꿈꾸는 야망이란 말인가? 

우승할 확률은 10분의 1. 최종 결정은 시청자들이 내리기에 출연자들은 각자 전략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재기하려는 건방지고 재수없어 보이는 배우,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하루 종일 농담을 해대는 요리 견습생, 배우가 되고 싶은 판매원 등 그들은 우승 상금도 목표지만, 최종 목표는 모두 유명해지기 위해서 입니다. 설사 탈락 하더라도 이 쇼에서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다면 밖에 나가서 유명인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자 "제럴딘"은 그런 출연자들의 욕망을 이용해 모두가 실패할거라고 예상한 '하우스 어레스트' 이번 시즌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인기있는 출연자는 더 인기를 끌게 하기 위해, 인기가 없는 출연자는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기 위해 맘대로 편집을 하여 방송을 내보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절대적으로 원하는건 바로 '섹스'라는 걸. 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해 샤워를 하거나 볼일 볼때도 촬영을 하고, 서로 관계를 가질 기회가 더 쉽게 생길 수 있도록  술의 양을 늘리고, 미션과제도 그런쪽으로 유도를 합니다. 쇼는 성공을 하게 되지만 27일째 되는 밤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살인 사건으로 엎어질 위기의 '하우스 어레스트'는 영국을 벗어나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그녀는 방송관계자들에겐 시청자의 알 권리를, 하차 하겠다는 출연자들에겐 전세계가 주목하고있는 너희는 더욱 유명해질거라는 이유 따위 등을 들먹이며 다시 쇼을 재개 시킵니다.  

"그 집에 사는 애들이 우리가 거울 반대편에서 얼마나 자기들을 혐오하는지 안다면...'코후비개', '징징녀', '방구쟁이' 등등 우리가 지어준 심술궂은 별명을 안다면...자기들이 한 말을 맘대로 이리저리 자르고 편집하면서 우리가 뭐라고 떠드는지 안다면...우리가 개네들이 이 프로에 나온 이유를 얼마나 비웃는지 안다면, 차리리 살해당하는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할걸요."

시청자들은 방송 속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보거나 허접한 대화 따위를 들으며 웃고, 여자의 가슴이 잠깐이라고 노출되거나 출렁이는 장면을 기다리고, 누가 누구와 섹스를 하게 될지에 관심을 집중합니다. 결국 시청자들은 살인 사건에 까지에도 열광하면서 중단되어야 마땅한 TV쇼 '하우스 어레스트'는 전세계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합니다.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이 자신들을 보며 비웃고 욕하는지는 상관없이 돈과 명예라는 욕망을 위해 가식적인 행동과 거짓말을 합니다. 살인사건이 난 후 모두들 하차를 하려고 했지만 제작자가 내민 미끼를 덥석 물어 서로가 살인자라고 의심하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계속 쇼에 출연을 하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합니다. 살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콜리지" 경감은 그동안 촬영된 영상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렇게 머리가 텅텅비고 멍청한 말들을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살인 사건을 해결해야 하기에 어쩔수 없이 촬영본을 보면서 투덜거리고 한탄을 하는 "콜리지" 경감을 바라보는 젊은 팀원들에게 그는 구닥다리에 따분한 늙은 경감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점점 자극적으로만 변질되는 미디어와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한심해 보이고 이해 조차 되지 않는 "콜리지" 경감 역시도 고전 작품을 올리는 작은 연극 모임에 주연을 맡기위한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 무대에서 범인을 밝히기 위해 연기를 하게 되고 주목을 받는 자신을 보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끼며 유명해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음증이라는 욕망을 이용한 리얼리티 TV쇼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이 시대를 반영한 상당히 도발적이고 풍자적이며 '후더닛' 소설입니다. 사람들의 명예욕과 금전욕같은 원초적 욕망, 그걸 이용하는 자극적인 미디어와 누가 잔인한 살인을 한 범인인지에 초점을 맞춘 '후더닛'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이 작품은 중반이 넘어서야 누가 죽었는지를 밝혀서 독자로 하여금 누가 죽었지란 궁금증을 품고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영리함 까지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모인 장소에서 '범인은 당신이야!'라고 밝히는 마지막 장면은 여러 고전 미스터리 소설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즘 범죄 소설의 추세가 누가 죽였나?가 중심인 '후더닛'보다 왜 죽였나?가 중심인 '와이더닛'인데 이런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소재와 구성에 고전적 '후더닛'의 결합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 옵니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팬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괜찮은 작품인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환영하고 싶습니다. 사건 해결 과정이나 설명 부분이 조금 불친절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많은 TV 방송과 거기에 열광하는 오늘날의 우리 모습을 문제적인 시선과 위트있는 문장으로 파헤친 장점 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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