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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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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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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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범죄소설 작가 "요 네스뵈 (Jo NesbØ)"가 2003년에 출간한 "해리 홀레"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데빌스 스타(Marekors/Devil's Star)"입니다. 노르웨이 역대 추리소설 1위로도 뽑혔던 적이 있는 이 작품은 영국에서 최초로 영어로 번역되어 "요 네스뵈"의 인기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시발점 되었으며, "해리 홀레"시리즈 세 번째 작품 "레드 브레스트", 네 번째 작품 "네메시스"와 함께 '오슬로 삼부작'이라고 알려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작품 "데빌스 스타"를 온전히 즐기시려면 최소한 "레드 브레스트"부터 시작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이미 다 읽으신 "요 네스뵈"의 팬이시라면 드디어 "해리 홀레"와 그의 숙적이 벌이는 스릴 넘치는 마지막 혈투를 목격하실 겁니다.


무더위가 기승하는 7월의 오슬로. 위층에서 물이 새서 확인하러 올라간 부부가 그 집에 사는 여인이 아파트 욕실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손가락 하나가 잘린 채 이마에 총을 맞아 죽은 여인의 시체를 검시한 결과, 죽은 여인의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여인이 백주대낮에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되면서 휴가 시즌으로 인해 텅 빈 오슬로의 거리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리고 실종된 여인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손가락 하나가 경찰서로 배달되면서 오슬로 경찰들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두려운 단어를 떠올립니다. 바로 연쇄살인이라는 단어를.


"제가 이슬람교도에 대해 좀 아는데 아마 반장님도 아실 겁니다. 그놈들에게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는 강간해달라고 사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여자들을 강간하는 건 의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요."

"그래?"

"놈들의 종교가 그렇게 가르치죠."

"이슬람교를 기독교와 착각한 거 같군.

휴가철을 맞아 한산한 한여름의 오슬로에서 죽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욕실에서 총을 맞아 죽은 그녀는 손가락이 하나 절단된 상태였고, 역시나 휴가철로 인해 인력부족에 시달리던 오슬로 경찰서 강력반 책임자인 "묄레르"경정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앙숙인 "해리 홀레"와 "톰 볼레르"를 보냅니다. 더 자세히 시체를 조사하기위해 부검을 한 경찰은 그녀의 한쪽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를 발견합니다. 얼마 뒤 뮤지컬 배우인 자신의 아내가 슈퍼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한 남자의 전화를 받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여인의 실종은 길거리에서 발견된 그녀의 신발로 인해 심각한 상황으로 변하고 그녀의 손가락이 경찰서로 배달되어 옵니다.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반지가 끼워진 채.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술 때문에 4주간 무단결근을 해서 해고서의 결제만을 남겨두고 있던 "해리 홀레"는 오슬로 경찰 중 유일하게 연쇄살인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형사였기에 수사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연쇄살인사건 수사가 진행 됩니다. 하지만 경찰은 로펌의 화장실에서 똑같은 패턴으로 죽은 데스크 여직원의 시체를 또 발견합니다. 오슬로 경찰은 조사와 탐문을 걸쳐 여직원의 사망 직전에 로펌으로 들어온 퀵서비스 배달원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노르웨이는 이 퀵서비스 살인마의 등장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게 됩니다.


"마레코쉬Marekors, 악마의 별이죠."

"마레코쉬?"

"이교도의 상징입니다. 마레Mare를 쫓아내기 위해 침대나 문간에 새겨 넣곤 했죠."

"마레?"

"네, 악몽Mareritt이라는 단어가 거기서 파생됐죠. 잠든 사람의 가슴에 앉아 그 사람이 악몽을 꾸게하는 여자 악령입니다. 이교도들은 마레가 유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레'의 어원이 인도게르만어족의 '메르Mer'라는 걸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죠."

"제가 인도게르만어족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메르는 '죽음'을 뜻합니다." 안데르스는 자신의 커피잔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살인'이죠."


시리즈 중 유일하게 무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데빌스 스타"는 붉은 다이아몬드를 남기고 손가락을 절단하는 표식을 남기는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오슬로 강력반 반장 "해리 홀레"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레드 브레스트"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불법무기매매 조직의 중심인물인 "프린스"와 "해리 홀레"의 길고 긴 추격전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였던 여형사 "엘렌"을 죽인 범인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만 증언해주기로 한 증인의 실종으로 모든 의지를 상실한 "해리"는 다시 폭음모드로 들어가고 4주 동안 무단결근을 합니다. 언제나 그의 뒤를 봐주던 "묄레르"도 한계를 느끼고 "해리"에게 해고를 통보합니다. 하지만 사직서의 최종결재가 3주남은 상황에서 오슬로에 나타난 퀵서비스 살인마로 인해 "해리"는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됩니다. 연쇄살인범을 잡은 경험이 있는 "해리"는 경찰청 내의 앙숙이자 엘리트 경찰 "볼레르"와 함께 수사 지휘를 하면서 살인범이 남긴 표식들과 흔적, 동기 등을 파헤치고 연쇄살인 패턴의 조각들을 맞추어 갑니다. 그 와중에 조만간 실직자가 될 "해리"에게 "볼레르"가 은밀한 제안을 하면서 "해리"는 연쇄살인범을 찾는 동시에 "엘렌"의 살인범과의 마지막 대결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작품 "데빌스 스타"에서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이 남기는 흔적들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성적인 요소가 제외된 채 손가락 하나를 절단하고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 도형 기호를 남기는 연쇄살인범의 서명은 자신이 연쇄살인범이 확실하다고 외치는 것과도 다름없습니다. "해리"와 경찰들은 사회적 요소, 심리적 요소, 종교적 요소, 신화적 요소 등 가능한 한 모든 요소들을 염두해 두고 파고드는 동시에 암호를 풀며 살인범의 실체에 다가갑니다. 거의 근접했다고 느낀 순간 이야기는 다시 예상외로 전개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와 교차하게 됩니다. 처음 말씀 드린대로 이번 작품은 두가지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다 같은 줄기로 합쳐지면서, 이 소설의 최고 재미가 응집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후반부는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패턴과 다음 살인을 예측하는 경찰들과 보통의 연쇄살인 수사의 취약한 부분을 이용하는 연쇄살인범과의 두뇌싸움도 훌륭하고 마지막 두 명의 숙적들이 펼치는 대결은 엄청난 긴장감과 스릴을 안겨줍니다. 이런 점들이 우리가 "해리 홀레"시리즈에서 바라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갈증이 나서요." 해리는 음주의 단점이 장점보다 부각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탄했다. 그는 한 번도 원칙적인 이유로 금주를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실용적인 이유에서 했을 뿐이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인생이란 취기와 그 사이 사이의 맨 정신으로 이뤄져 있었다. 취했을 때와 맨 정신일 때, 둘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 삶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작품 "데빌스 스타"에 대해서 작가 "요 네스뵈"는 "해리"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초반부의 "해리"는 시리즈 중 가장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단순히 파트너라고만 단정 지을 수 없는 동료의 살인범을 잡을 마지막 줄을 놓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는 엉망이 되어버린 그는 잠을 잘 때 이외엔 술에 취한채로 지내고 밤마다 자신이 상처주거나 사랑했던 여인들의 악몽에 시달립니다. "요 네스뵈"는 그런 "해리"를 영악한 연쇄살인범과 숙적을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상황에 몰아넣습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은 교묘하게 맞물리고 깔아놓은 복선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이야기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요 네스뵈"가 이 작품에서 자신이 타고난 범죄소설 작가라는 사실을 스스로 다시 한번 증명하는데, 주인공 "해리"의 흥미로운 개인적 이야기와 독자들이 범죄소설에 기대하는 요소들을 모두 집어넣어 훌륭하게 조합했다는 것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싶습니다. 의외의 살인범과 의외의 동기, 의미심장한 기호, 암호, 흥미로운 추리과정 같은 연쇄살인물 소설에 중요한 요소와 꼬이는 상황과 생각지도 못한 행동으로 발생되는 액션 같은 스릴러 소설에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다 또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건 초중반 중요하게 보이지 않던 등장인물들을 다시 잠깐씩 등장시킴으로 해서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는 점입니다.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으로 정말 완벽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럴듯하군. 하지만 틀렸어. 내가 슬픈 건 호적수를 잃었기 때문이야. 우린 비슷해. 무슨 뜻인지 알지?"

"'미워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 아닌가?'"

"뭐라고?"

"미카엘 크론. 라가 로커스의 리드 보컬."


이제는 북유럽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 중 가장 선두에 서 있게 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시리즈가 벌써 반 이상(정확히는 여섯 권) 국내에 출간 되었습니다. 처음엔 한 작품만 이라도 나와주길 바랬었는데 국내에서도 이렇게 사랑받게 되서 작가가 쓴 작품들이 모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게 너무 기쁩니다. 올해엔 작가의 스탠드 언론인 "The Son" 이 하반기 쯤에 나올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요 네스뵈"를 만나러 노르웨이로 직접 날아간 "채닝 테이텀"이 제작과 주연을 맡기로 이미 정해졌습니다. "해리 홀레"시리즈가 아닌 점이 살짝 아쉽지만(어쩌면 운이 좋아 시리즈가 한권 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빨리 나와서 더 이상 읽을게 없어지는 것보단 낫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처럼 보이지만 극도로 영악한 살인범과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숙적 "프린스", 이 둘과 동시에 대결해야 하는 "해리 홀레"의 이야기인 "데빌스 스타"는 정말 훌륭한 범죄소설입니다. 간혹 너무 미국적이어서 "요 네스뵈"의 작품들은 북유럽 스릴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대응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대응하자면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요 네스뵈"가 북유럽 스릴러 작품들의 세계적 대중화에 더욱 가속을 붙였다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아무튼 이 작품 "데빌스 스타"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될 수 있으면 삼부작의 시작인 "레드 브레스트"부터 읽고 시작하시는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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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인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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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미스터리, 범죄 소설 작가들 중 한명인 "에반 헌터(Evan Hunter)"가 필명 "에드 맥베인(Ed McBain)"으로 1956년에 발표한 작품 "마약 밀매인(The Pusher)"입니다. 현대 경찰소설의 효시이자 뼈대가 된 '87분서(87th Precinct)'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인 "마약 밀매인"은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 평론가 "앤서니 바우처(Anthony Boucher)"가('앤서니' 어워드의 그 "앤서니 바우처"입니다.) 꼽은 시리즈 초기작 베스트 세 편 중 한 편입니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 밤, 순찰을 돌던 순경이 건물 지하실에서 목에 줄을 매어 자살한 듯 보이는 소년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죽은 소년 옆에는 빈 주사기가 있었고 87분서에서 출동한 "스티브 카렐라"형사는 현장을 살펴보면서 이 죽음을 쉽게 자살로 단정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부검 결과를 기다리며 죽은 소년의 어머니를 찾아간 형사들은 죽은 소년이 마약 중독으로 인해 매춘부가 된 누나에 의해서 마약을 접하고 그 소년 역시 중독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겨울은 폭탄을 든 아나키스트처럼 다가왔다.

겨울은 과격하게 소리를 지르고, 시근덕거리며, 골수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 안에서 도시를 가두었다. 바람은 처마 밑에서 포효하고 길모퉁이 주위를 몰아치며 사람들의 모자와 스커트를 들어 올린 다음 얼음처럼 차가운 손가락으로 따뜻한 허벅지를 어루만진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한 겨울, 아이솔라의 빈민가에 있는 한 건물 지하실의 침대 위에서 한 소년이 목을 매어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죽은 소년 옆에는 마약에 사용한 듯 보이는 빈 주사기가 놓여 있고 신참 형사 "버트 클링"과 같이 출동한 "스티브 카렐라"형사는 무언가 석연치 않음을 직감합니다. 부검 결과 죽은 소년은 약물 과다복욕으로 죽은 후에 누군가에 의해 목을 매어 자살한 것처럼 위장된 사실이 밝혀지고, 현장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지문을 찾아냅니다. 죽은 소년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출신으로 마약중독자였음을 알게 된 "카렐라"는 왜 범인이 그렇게 허술하게 자살처럼 꾸몄는지 의아해 하면서 "곤조"라는 이름을 단서로 살인범을 추적합니다. 한편, 87분서를 지휘하는 "피터 번스" 경위에게 그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소식을 전하는 의문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살인에는 한 가지 성가신 문제가 있다.

정직하게 말해서 살인에는 여러 가지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한 가지는 더 특별했다. 그 한 가지는 버릇이 된다는 점이다. 믿거나 말거나 살인은 습관성 행위일 뿐이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며, 다소 바보 같은 말일 수도 있다. 양치질은 습관성 행위다. 목욕도 마찬가지다. 배신행위 역시 그렇다. 영화를 보러 가는 것 또한 그렇다. 다소 병적으로 되길 원한다면, 삶 자체 역시 어느 정도 습관성을 가진다.

하지만 살인은 예외 없이, 확실한 습관성을 띤다.


마약 중독자이자 공원에서 마약을 팔던 한 소년의 죽음을 조사하는 이번 작품 "마약 밀매인"에서도 작가 "에드 맥베인"의 저력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조무래기 마약상이었던 소년의 죽음을 보여주는 첫 부분부터 "맥베인"은 곧바로 독자들 휘어잡고 마지막까지 내달립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살처럼 보이게 하려면 그저 주사기만 두면 되는데 왜 목에 줄을 묶어 놓았을까?', '목을 매어 죽은 것처럼 해놓아서 너무 쉽게 타살임이 밝혀짐을 모를 정도로 범인은 멍청한가?'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만드는데 까지도 작가는 전혀 뜸들이지 않고 곧바로 전개시키며, 동시에 87분서를 지휘하는 "번즈"경위를 코너에 몰아넣어 버리니 어찌 쉽게 책을 덮겠습니까? 그리고 이야기를 꼬아놓거나 빙빙 돌리는 기교는 배제한 채 몇 번의 확실한 잽과 정확하고 강력한 스트레이트들만 꽂아 넣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형사들은 탐문과 조사로 얻은 단서들만을 가지고 수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스릴과 긴장감은 엄청납니다. 이건 아무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의 특기 중 하나인 재치 있고 생동감 있는 대화들에 대해서는 말하면 입이 아픈 수준이니 넘어가더라도, "맥베인"의 문장이나 문체는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비교적 짧은 문장들을 구사함에도 정말 끝내주게 환상적인 은유와 비유를 사용하는데, 동시에 쓸데없는 수사들은 빼버려 문장 하나, 하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정말 읽으면서 감탄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만일 제가 읽은 모든 작품들이 "에드 맥베인"이 쓴 작품들 정도 수준만 유지되었다면 제 독서 인생이 지금보다 더 풍요로웠을 것이란 생각이 자주 듭니다. 하지만 아무 작가나 이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는건 아니니 불가능한 일이겠죠.


과음 또한 약간의 일탈로 시작했다. 알 게 뭐야. 남자라면 명절에 술을 마셔야 하지 않겠어? 물론 그렇고말고. 그것을 금지하는 법도 없다. 하지만 과음은 가끔 객기를 이끌어 내고 그 객기는 때때로 원시적인 감정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알 게 뭐야. 남자라면 명절에 싸움박질도 해야 하는거 아니겠어? 물론 그렇고말고. 하지만 과음이 이끈 싸움박질은 때때로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게 만든다.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의 한 구역을 담당하는 87분서의 모든 형사들이 범죄를 수사하는 이야기인 '87분서' 시리즈는 아시다시피 현대 경찰소설의 효시 또는 원조라고 불리웁니다. 물론 그전에 경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_"스티븐 킹"의 말을 빌리자면_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장르소설에 리얼리즘을 최초로,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시리즈입니다. 가상의 도시가 배경이지만 경찰활동 묘사는 철저하게 실제 수사방법을 기초로 썼기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 뒤로 영미권 범죄소설 그것도 경찰소설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저 멀리 스웨덴에서 그의 소설을 번역하던 한 부부가 북유럽 스릴러 사(史)에 길이 남을 걸작 "로제안나","웃는 경관" 등이 포함된 "마르틴 베르크"시리즈를 쓰게 되는데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뿐 아니라 80년대 미국에서 7여 년간 방영된 걸작 경찰 드라마 "힐 스트리트 블루스(Hill Street Blues)"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추수감사절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라치면 번스 휘하의 형사들은 사건 투입 통보를 받곤 했다. 예를 들어 그로버 공원에서의 칼부림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기 때문에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기분에 들뜬 분서의 경찰들은 명절을 축하하며 크리스마스트리라도 꾸미듯, 기꺼이 옅어진 녹음과 피바다로 어우러진 공원의 장식을 시작했다. 지난주에만 공원에서 열여섯 건의 칼부림이 있었다.


국내에 여러 번 출간된 시리즈 첫 작품 "경찰 혐오자"를 포함해서 시리즈 중간작들인 "킹의 몸값", "살의의 쐐기", "아이스", "조각 맞추기"가 나온 후 다시 앞에서 순서대로 "노상강도", "마약 밀매인"이 나왔습니다.(그전에도 몇권 나왔습니다만 제외하겠습니다.) 아마도 이제부터 순서대로 내줄 것 같은데 남은 시리즈가 엄청나게 남았습니다. 시리즈가 총 55권 정도(?)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다 단편들까지 합치면... 개인 출판사인 '피니스 아프리카에' 출판사 사장님이 '87분서' 시리즈 전권을 내는 것이 일생의 숙원이라고 하시니 부디 책이 아주 잘 팔려서 숙원을 꼭 이루어 내시길 바래봅니다.

이 작품 "마약 밀매인"은 경찰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 보셔야할 작품입니다.(뒷부분 '저자의 말'은 꼭! 나중에 읽으셔야 합니다.) 56년도에 써진 작품이지만 휴대폰이 없다는 것만 빼고 지금 읽어도 촌스러움이나 흔해빠진 설정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됨을 갖춘 일급 범죄소설입니다. 사실 '87분서' 시리즈 전부 그렇긴 합니다만. 전 요즘 자주 방영되는 국내의 수사, 범죄 드라마를 쓰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제발 좀 읽어봤으면 하는 시리즈입니다. 기쁘게도 이번 달 말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The Con Man"이 출간된다고 합니다. 저를 포함한 '87분서' 시리즈 팬들에겐 올 한해가 상당히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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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가 아닌 남자 다크 시크릿 1
미카엘 요르트.한스 로센펠트 지음, 홍이정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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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웨덴의 새로운 범죄소설 "살인자가 아닌 남자(Det fördolda/Dark Secrets/Sebastian Bergman)" 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와 방송쪽에서 프로듀서,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미카엘 요르트 (Michael Hjorth)"와 역시나 시나리오 작가이자 라디오와 TV의 인기 진행자 "한스 로센펠트 (Hans Rosenfeldt)"가 공동으로 집필한 '다크 시크릿(Dark Secrets)'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이미 스웨덴과 독일 합작으로 드라마화 되어서 영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스웨덴의 작은 도시 베스테로스에서 16세의 소년이 실종됩니다. 실종된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찰서에 전화를 했지만 경찰은 단순 가출 정도로 취급합니다. 이틀이 지나서야 수색을 시작한 경찰들은 숲속의 물웅덩이 안에서 실종된 소년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스무 번 이상을 찔리고 심장이 상당부분 사라진 시체를. 베스테로스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웨덴 제국 특별살인사건전담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특별살인사건전담반의 리더 "토르켈 회글룬트"는 자신의 팀을 이끌고 베스테로스로 향합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베스테로스에 도착한 특별살인사건전담반은 그곳에서 과거에 최고의 심리학자이자 경찰 프로파일러인 동시에 트러블메이커였던 "세바스찬 베르크만"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 남자는 살인자가 아니었다.

그는 죽은 소년을 언덕에서 끌어내리며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되새겼다.

살인자들은 범죄자다. 그들은 사악한 인간들이다. 어둠에 영혼을 빼앗기고 악마를 얼싸안으며 반가이 맞아들이는 인간! 밝은 세상을 외면하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나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맹세코.


최고의 프로파일러이자 심리학자였지만 가족을 잃은 뒤 엉망인 삶을 살아가던 "세바스찬 베르크만"는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집을 팔기위해 고향인 베스테로스에 도착합니다. 베스테로스에서는 며칠 전 실종된 소년 "로저 에릭손"이 심장이 심각하게 훼손된 채 발견되어 특별살인사건전담반까지 내려와 수사 중이었습니다. 이미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린 "세바스찬"에게 이 잔인한 살인사건은 오랜 동료와의 우연히 만남의 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될 수 있으면 좋은 기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부모님 집을 빨리 처분하고 스톡홀름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집 정리를 하던 "세바스찬"은 우연히 30년 전 한 여성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들을 발견합니다. 그 편지의 내용은 그 여인, 자신이 "세바스찬"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또 다른 자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바스찬"은 편지를 보낸 여인의 현재 주소를 찾기 위해 특별살인사건전담반으로 찾아가 수사를 돕고 싶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런 그의 의도를 모른 채 특별살인사건전담반은 "세바스찬"을 합류시키고 같이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의 기억들은 기억일 뿐이었다. 자신의 감정들과 비교해 볼 때 기억들은 희미하고 거의 죽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어쩌면 기억들 중에 대다수가 현실과는 무관할 지도 모른다. 의식적으로 그랬거나 무의식적으로 그랬거나 간에. 어떤 일은 수정해서 더 강조하고, 또 어떤 일은 약화시키거나 아예 떨쳐버렸다. 기억들은 주관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객관적이었으며 무자비하고 비감성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경찰 프로파일러인 "세바스찬 베르크만"을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다크 시크릿'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소설 "살인자가 아닌 남자"는 스웨덴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로저 에릭손"이라는 소년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릴러입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지독한 따돌림을 당해 어쩔 수 없이 비싼 사립학교로 전학을 가야만 했던 소년. 하지만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여자 친구를 포함해서 몇 명 없는 소년. 예전처럼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부자학교에 자식을 보내기엔 힘겨운 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이 소년의 잔혹한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살인사건전담반과 전직 프로파일러 "세바스찬""로저"의 주변인과 실종된 날 밤 소년을 본 목격자를 탐문하고 CCTV를 조사하며 많은 거짓말과 비밀들에 둘러 쌓여있던 사건의 중심으로 향합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 엄청난 압박을 받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결국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소년과 살인자가 아닌 남자의 사연이 밝혀지게 됩니다.

외톨이였고 왕따였던 소년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비밀들이 중심에 있지만 소설의 또 다른 작은 축들을 이루는 것은 여러 형태의 가족 관계라고 생각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라고 알려진 스웨덴도 결국 우리랑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듯, "세바스찬"을 포함한 특별살인사건전담반의 구성원이나 죽은 소년과 그 주변인들이 구성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저마다 아픔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들의 대부분은 그 무게에 짓눌려 있습니다. 그 무게가 작던 크던. 그리고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 간에. 그리고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 각자가 선택을 하게 됩니다. 가족을 지킬 것 인지 포기할 것인지 그저 방관만 할지. 물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합니다.


세바스찬한테 증거물이란 중요한 것이 되지 못했다. 그는 법정 판결 때 자신이 영향력을 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의 목표는 범인을 파고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번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는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이 작품 "살인자가 아닌 남자"를 포함한 '다크 시크릿'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중심 캐릭터로 "세바스찬"이라는 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가 있습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서 섹스중독자로 살다 한 여자에게 정착해서 딸까지 얻으며 새로운 삶을 살던 최고의 실력자. 하지만 휴양지에서 아내와 딸을 쓰나미로 잃고 다시 섹스중독증에 빠져 삶의 대부분을 포기한 남자. 지독한 악몽을 견디기 위해서 필요한건 섹스뿐이고 심리학에 능통한 자신의 능력을 여자 꼬시는데 사용하는 한심한 남자. 어머니의 집을 팔기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우연히 발견한 편지로 존재할지 모를 자신의 또 다른 아이를 찾기 위해 살인사건 수사에 자원합니다. 본래의 의도를 숨긴 채 사건을 도와주는 척하며 주소만 알아내면 바로 떠날 생각의 "세바스찬"은 오랜만에 다시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예전에 느꼈던 희열을 느끼기 시작하고 다른 동료들이 간과한 부분들을 찾아내서 파고들며 한 소년의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아갑니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오랜만에 느낀 그는 수사 내내 고민했던 문제_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던 여자를 이제와서 찾을 것 인지_에 대해 선택을 하며 이제껏 살아온 엉망인 삶에 조그마한 변화를 경험합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어머니가 내게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하세요?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신이 날 버릴 거라고. 신은 더 이상 나에게 보호의 손길을 보내지 않을 거라고요."

세바스찬은 죽은 아내와 죽은 아이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라난 곳이지만 그를 알아봐주는 이 없으며, 그에 관해 묻는 이도 없고, 그를 그리워하는 이도 없는 이 도시의 공동묘지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묘석위의 사진을. 이런 외로움은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바스찬은 왼쪽 손등으로 양쪽 뺨의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 말이 옳았어요."


이제는 북유럽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더 이상 처음 북유럽 스릴러를 만났었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은 거의 느낄 수 없게 됐습니다. 이미 북유럽 특유의 우울한 정서나 감성에 적응을 해버린 탓 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작품 자체만을 더 집중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 "살인자가 아닌 남자"는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미스터리 소설, 범죄소설이 갖추어야할 덕목들을 꽤 훌륭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히나 영리하게 짜놓은 플롯이나 흥미로운 전개 방식,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온전히 영상물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얻은 작가들 두 명의 능력에서 나온 듯 합니다. 그 중 "미카엘 요르트""헤닝 만켈", "카밀라 레크베리" 등과 같은 유명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해서 좋은 스릴러나 범죄소설의 특징들을 잘 터득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이 주는 슬픔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꽤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물론 주변 인물에 대한 장황한 설명들 때문에 장황한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간간히 있긴 하지만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부각시키는 부분들이기에 큰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국내에 후속작인 "그가 알던 여자들"이 출간되었기에 조만간 읽어볼까 합니다. 북유럽 스릴러의 팬이시라면 새로운 시리즈인 '다크 시크릿' 시리즈의 첫 편 "살인자가 아닌 남자"를 추천 드립니다. 북유럽 스릴러에 기대하는 요소들이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꽤 훌륭한 작품입니다.


<드라마 "Sebastian Bergman"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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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우스 - 토벨라의 심장
디온 메이어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범죄소설 작가 "디온 메이어(Deon Meyer)"가 2002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작품 "프로테우스 : 토벨라의 심장(Proteus / Heart of the Hunter)"입니다. 이 작품은 전작 "오리온"에서 후반부부터 등장해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던 코사 부족 출신의 해결사 "토벨라 음파이펠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스릴러로 2003년 남아공 'ATKV 문학상', 2006년 독일 'Deutsche Krimi Preis상'을 받았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밀정보국(PIU)은 예전에 정보국을 도와서 일 했던 "조니 클레인티에스"를 감시하던 중 그의 딸 "모니카"가 그녀의 아버지 "조니"를 납치했다는 괴한에게 협박을 받아 72시간 내에 루사카까지 하드디스크를 전달해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모니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토벨라 음파이펠리"를 찾아갑니다. "토벨라"는 "모니카"의 부탁으로 그녀 대신 하드디스크를 전해주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비밀정보국은 공항에서 하드디스크를 수거하려고 계획합니다. 하지만 공항에서 비밀정보국 요원들이 "토벨라"를 놓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변합니다.


인간이 유인원과 분류된 이 대륙, 최초의 인류가 진흙에 남긴 지문이 화석으로 발견된 이 대륙 위로 흐르는 붉은 피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심지어 모든 지형의 틀을 뒤바꾸고 기괴한 외양의 바위들을 남긴 거대한 빙하가 떠돌던 시절에도 붉은 피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렀다. 땅속 깊숙이 붉은 피가 스며든 대륙. 그 대륙이 바로 아프리카다. 검은 대륙이 아니라 '붉은 대륙'이다. 모든 땅의 모(母)대륙.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잉태한 대륙. 그 생명에 대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탄생한 죽음은 포식자들을 만들어냈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온갖 종류의 포식자들이 이 대륙에 피를 뿌렸다.

그것은 이 대륙에 완벽한 사냥꾼이 탄생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투쟁의 역사 속에서 활동을 했던 "토벨라 음파이펠리"는 자신의 옛 동료였던 "조니 클레인티에스"의 딸 "모니카"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납치되어 루사카의 한 호텔에 있으며 72시간 내에 아버지가 금고에 보관했었던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납치범들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고로 두 다리를 잃어 의족에 의지하는 "모니카""토벨라"에게 하드디스크 전달을 부탁하고 "조니"에게 과거의 빚이 있던 "토벨라"는 부탁을 수락합니다. 간단할 줄 알았던 부탁은 비밀정보국 요원들이 공항에 등장하면서 꼬이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토벨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옛 동료 "조니"를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려고 합니다. 한편, "조니"가 보관하던 하드디스크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치부와 비밀들이 들어있음을 확신하는 비밀정보국은 비상상황실을 가동하고 기동대응팀까지 동원해서 "토벨라"를 추격합니다.


"당시 음파이펠리 씨는 어떤 선택을 한 셈이잖아요. 그러니까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당신을 찾아간 건데, MK 출신 베테랑이 왜 마약계 거물을 찾아갔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건 기자 양반이 새롭게 태어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MK 베테랑 출신의 실업자가 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조국을 위해 희생했던 한 남자가 이제는 자신과 동료들이 재건한 조국의 적이 되어 쫒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건 정말 우연의 산물이며 모든 것은 정보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결과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정권이 무너지면서 많은 단체들이 운영하던 정보기관들의(백인정권의 구 국가정보원인 NIS, ANC와 PAC가 운영했던 정보기관들이 통합된 국가정보국 NIS, 비밀정보원 SIS 등) 정보들을 통폐합 하는 업무를 진행했던 "조니"가 비상시를 대비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정보는 당연히 현 정권의 고위층을 차지한 사람들의 치부도 포함되어 있고 소문으로 돌던 이중스파이들의 신분까지 포함됩니다. 이 하드디스크가 다른 나라로 유출될 시 발생할 후폭풍을 두려워한 남아공 정부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하드디스크를 찾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조니"가 납치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과거의 영웅 "토벨라"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꼬인겁니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한창이던 당시 17세의 나이로 ANC(아프리카 민족 회의)에 들어가 투쟁 활동을 했던 "토벨라 음파이펠리""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음베키" 대통령을 배출한 코사 부족의 부족장 혈통으로,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아 독일과 소련 KGB에게 훈련을 받은 훌륭한 전사였습니다. 유럽에서 '움징겔리(전사, 사냥꾼)'라는 이름의 암살자로 이름을 떨치다 냉전의 종식과 아파르트헤이트의 폐지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온 "토벨라"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외면당하면서 거물 마약상의 해결사로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건(전작 "오리온")을 계기로 암흑가 생활에서 은퇴를 한 후 BMW오토바이 대리점에서 일을 하며 애인, 애인의 아들과 함께 새 삶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과거 투쟁의 시기에 함께 했던 납치된 동료를 위해 72시간 내에 잠비아에 있는 루사카까지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가야합니다. 더 이상 폭력적인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토벨라"는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기동대응팀까지 동원한 비밀정보국의 추격에 상황은 쉽지 않은 전개로 흘러가고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변하게 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치적 상황이 불러온 또 다른 양상의 첩보전으로 인해 비밀정보국 내에서도 또 다른 변수들이 발생됩니다.


아마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저주를 받은 것이리라. 신께서 손수 빚다 손을 잘못 놀린 땅이었기에. 푸른 산과 계곡, 끝없이 펼쳐진 초원, 값비싼 광물자원,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희귀석 등이 넘쳐나도록 풍족했기에......

그러다 신은 자신이 창조한 땅을 내려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풍족하게 만들었으니 그만큼의 시련과 유혹을 견여야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갈증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북쪽에 사는 백인들도 불러들여 이 천국을 어떻게 만드는지 두고 봤을 것이다.


탐정 소설이었던 작가의 전작인 "오리온"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 "프로테우스"는 기본적으로 추격 스릴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추격스릴러 소설로 중반까지 진행됩니다. 그러다 조금씩 배후에 감춰졌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들이 드러납니다. 전직 MK 베테랑이자 뛰어난 전사인 남자가 주인공이어서 언뜻 보기엔 액션 위주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의외로 추격전이라는 외피를 입은 첩보 소설이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훌륭한. 사실 그래서 더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 책을 펼치며 기대한 부분을 뛰어넘어 의외의 전개로 흘러가는 부분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하는 쫓고 쫓기는 스릴넘치는 추격전 장면들과 시시각각 발생하는 흥미로운 변수들, 그리고 여러 정치적 상황들이 얽힌 현실적인 첩보전 부분들도 훌륭했지만 개성있는 사실적인 등장인물들 역시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 입니다. 과거를 잊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주인공 "토벨라"는 물론이고 흑인정권, 거기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정보기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격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정보국 서열2위인 백인여성 "야니나 멘츠", 정부가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상황의 양상을 바꾸는 케이프 타임스의 기자 "엘리슨 힐리", 분노로 가득차 있는 기동대응팀의 지휘관 "타이거 마지부코"대위 그리고 후반부 "토벨라"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전작 "오리온"의 주인공 "자토펙 판 헤이르던" 등 모든 인물들이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소설의 재미를 더 해줍니다. (여담인데 오토바이 매니아인 작가 "디온 메이어"는 주인공 "토벨라"가 BMW R 1150 GS를 타고 도망가게 하는데 작품 내내 이 기종에 대한 묘사가 거의 찬양수준이라 작가가 BMW R 1150 GS를 위해 이 작품을 썼나?란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카루와 크게 달랐다. 마치 신이 손에 든 팔레트의 색이 남쪽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이곳의 초록은 훨씬 더 푸르렀고 능선의 색은 훨씬 짙었을 뿐 아니라, 잔디 색, 하늘 빛깔도 훨씬 더 강렬했다.

이 다채로운 색깔이 이 나라를 이 모양,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서로 다른 색깔 때문에.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남아공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와 음모들이 엮여 진행되는 첩보전 그리고 남아공의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한 남자의 삶의 이야기가 결합한 이 작품 "프로테우스"와 전작인 "오리온"을 연달아 읽고 나니 이젠 작가 "디온 메이어"의 작품들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오락적인 면에서도 수준급이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나라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 수 있는 일류 스릴러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더 출간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출간하면 무조건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작가가 되었습니다. 제발 작가의 "Benny Griessel" 시리즈들과 나머지 작품들도 국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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