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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범죄소설 작가 "요 네스뵈 (Jo NesbØ)"가 2003년에 출간한 "해리 홀레"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데빌스 스타(Marekors/Devil's Star)"입니다. 노르웨이 역대 추리소설 1위로도 뽑혔던 적이 있는 이 작품은 영국에서 최초로 영어로 번역되어 "요 네스뵈"의 인기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시발점 되었으며, "해리 홀레"시리즈 세 번째 작품 "레드 브레스트", 네 번째 작품 "네메시스"와 함께 '오슬로 삼부작'이라고 알려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작품 "데빌스 스타"를 온전히 즐기시려면 최소한 "레드 브레스트"부터 시작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이미 다 읽으신 "요 네스뵈"의 팬이시라면 드디어 "해리 홀레"와 그의 숙적이 벌이는 스릴 넘치는 마지막 혈투를 목격하실 겁니다.
무더위가 기승하는 7월의 오슬로. 위층에서 물이 새서 확인하러 올라간 부부가 그 집에 사는 여인이 아파트 욕실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손가락 하나가 잘린 채 이마에 총을 맞아 죽은 여인의 시체를 검시한 결과, 죽은 여인의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여인이 백주대낮에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되면서 휴가 시즌으로 인해 텅 빈 오슬로의 거리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리고 실종된 여인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손가락 하나가 경찰서로 배달되면서 오슬로 경찰들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두려운 단어를 떠올립니다. 바로 연쇄살인이라는 단어를.
"제가 이슬람교도에 대해 좀 아는데 아마 반장님도 아실 겁니다. 그놈들에게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는 강간해달라고 사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여자들을 강간하는 건 의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요."
"그래?"
"놈들의 종교가 그렇게 가르치죠."
"이슬람교를 기독교와 착각한 거 같군.
휴가철을 맞아 한산한 한여름의 오슬로에서 죽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욕실에서 총을 맞아 죽은 그녀는 손가락이 하나 절단된 상태였고, 역시나 휴가철로 인해 인력부족에 시달리던 오슬로 경찰서 강력반 책임자인 "묄레르"경정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앙숙인 "해리 홀레"와 "톰 볼레르"를 보냅니다. 더 자세히 시체를 조사하기위해 부검을 한 경찰은 그녀의 한쪽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를 발견합니다. 얼마 뒤 뮤지컬 배우인 자신의 아내가 슈퍼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한 남자의 전화를 받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여인의 실종은 길거리에서 발견된 그녀의 신발로 인해 심각한 상황으로 변하고 그녀의 손가락이 경찰서로 배달되어 옵니다.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반지가 끼워진 채.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술 때문에 4주간 무단결근을 해서 해고서의 결제만을 남겨두고 있던 "해리 홀레"는 오슬로 경찰 중 유일하게 연쇄살인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형사였기에 수사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연쇄살인사건 수사가 진행 됩니다. 하지만 경찰은 로펌의 화장실에서 똑같은 패턴으로 죽은 데스크 여직원의 시체를 또 발견합니다. 오슬로 경찰은 조사와 탐문을 걸쳐 여직원의 사망 직전에 로펌으로 들어온 퀵서비스 배달원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노르웨이는 이 퀵서비스 살인마의 등장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게 됩니다.
"마레코쉬Marekors, 악마의 별이죠."
"마레코쉬?"
"이교도의 상징입니다. 마레Mare를 쫓아내기 위해 침대나 문간에 새겨 넣곤 했죠."
"마레?"
"네, 악몽Mareritt이라는 단어가 거기서 파생됐죠. 잠든 사람의 가슴에 앉아 그 사람이 악몽을 꾸게하는 여자 악령입니다. 이교도들은 마레가 유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레'의 어원이 인도게르만어족의 '메르Mer'라는 걸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죠."
"제가 인도게르만어족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메르는 '죽음'을 뜻합니다." 안데르스는 자신의 커피잔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살인'이죠."
시리즈 중 유일하게 무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데빌스 스타"는 붉은 다이아몬드를 남기고 손가락을 절단하는 표식을 남기는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오슬로 강력반 반장 "해리 홀레"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레드 브레스트"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불법무기매매 조직의 중심인물인 "프린스"와 "해리 홀레"의 길고 긴 추격전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였던 여형사 "엘렌"을 죽인 범인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만 증언해주기로 한 증인의 실종으로 모든 의지를 상실한 "해리"는 다시 폭음모드로 들어가고 4주 동안 무단결근을 합니다. 언제나 그의 뒤를 봐주던 "묄레르"도 한계를 느끼고 "해리"에게 해고를 통보합니다. 하지만 사직서의 최종결재가 3주남은 상황에서 오슬로에 나타난 퀵서비스 살인마로 인해 "해리"는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됩니다. 연쇄살인범을 잡은 경험이 있는 "해리"는 경찰청 내의 앙숙이자 엘리트 경찰 "볼레르"와 함께 수사 지휘를 하면서 살인범이 남긴 표식들과 흔적, 동기 등을 파헤치고 연쇄살인 패턴의 조각들을 맞추어 갑니다. 그 와중에 조만간 실직자가 될 "해리"에게 "볼레르"가 은밀한 제안을 하면서 "해리"는 연쇄살인범을 찾는 동시에 "엘렌"의 살인범과의 마지막 대결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작품 "데빌스 스타"에서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이 남기는 흔적들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성적인 요소가 제외된 채 손가락 하나를 절단하고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 도형 기호를 남기는 연쇄살인범의 서명은 자신이 연쇄살인범이 확실하다고 외치는 것과도 다름없습니다. "해리"와 경찰들은 사회적 요소, 심리적 요소, 종교적 요소, 신화적 요소 등 가능한 한 모든 요소들을 염두해 두고 파고드는 동시에 암호를 풀며 살인범의 실체에 다가갑니다. 거의 근접했다고 느낀 순간 이야기는 다시 예상외로 전개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와 교차하게 됩니다. 처음 말씀 드린대로 이번 작품은 두가지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다 같은 줄기로 합쳐지면서, 이 소설의 최고 재미가 응집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후반부는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패턴과 다음 살인을 예측하는 경찰들과 보통의 연쇄살인 수사의 취약한 부분을 이용하는 연쇄살인범과의 두뇌싸움도 훌륭하고 마지막 두 명의 숙적들이 펼치는 대결은 엄청난 긴장감과 스릴을 안겨줍니다. 이런 점들이 우리가 "해리 홀레"시리즈에서 바라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갈증이 나서요." 해리는 음주의 단점이 장점보다 부각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탄했다. 그는 한 번도 원칙적인 이유로 금주를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실용적인 이유에서 했을 뿐이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인생이란 취기와 그 사이 사이의 맨 정신으로 이뤄져 있었다. 취했을 때와 맨 정신일 때, 둘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 삶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작품 "데빌스 스타"에 대해서 작가 "요 네스뵈"는 "해리"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초반부의 "해리"는 시리즈 중 가장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단순히 파트너라고만 단정 지을 수 없는 동료의 살인범을 잡을 마지막 줄을 놓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는 엉망이 되어버린 그는 잠을 잘 때 이외엔 술에 취한채로 지내고 밤마다 자신이 상처주거나 사랑했던 여인들의 악몽에 시달립니다. "요 네스뵈"는 그런 "해리"를 영악한 연쇄살인범과 숙적을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상황에 몰아넣습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은 교묘하게 맞물리고 깔아놓은 복선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이야기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요 네스뵈"가 이 작품에서 자신이 타고난 범죄소설 작가라는 사실을 스스로 다시 한번 증명하는데, 주인공 "해리"의 흥미로운 개인적 이야기와 독자들이 범죄소설에 기대하는 요소들을 모두 집어넣어 훌륭하게 조합했다는 것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싶습니다. 의외의 살인범과 의외의 동기, 의미심장한 기호, 암호, 흥미로운 추리과정 같은 연쇄살인물 소설에 중요한 요소와 꼬이는 상황과 생각지도 못한 행동으로 발생되는 액션 같은 스릴러 소설에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다 또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건 초중반 중요하게 보이지 않던 등장인물들을 다시 잠깐씩 등장시킴으로 해서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는 점입니다.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으로 정말 완벽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럴듯하군. 하지만 틀렸어. 내가 슬픈 건 호적수를 잃었기 때문이야. 우린 비슷해. 무슨 뜻인지 알지?"
"'미워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 아닌가?'"
"뭐라고?"
"미카엘 크론. 라가 로커스의 리드 보컬."
이제는 북유럽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 중 가장 선두에 서 있게 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시리즈가 벌써 반 이상(정확히는 여섯 권) 국내에 출간 되었습니다. 처음엔 한 작품만 이라도 나와주길 바랬었는데 국내에서도 이렇게 사랑받게 되서 작가가 쓴 작품들이 모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게 너무 기쁩니다. 올해엔 작가의 스탠드 언론인 "The Son" 이 하반기 쯤에 나올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요 네스뵈"를 만나러 노르웨이로 직접 날아간 "채닝 테이텀"이 제작과 주연을 맡기로 이미 정해졌습니다. "해리 홀레"시리즈가 아닌 점이 살짝 아쉽지만(어쩌면 운이 좋아 시리즈가 한권 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빨리 나와서 더 이상 읽을게 없어지는 것보단 낫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처럼 보이지만 극도로 영악한 살인범과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숙적 "프린스", 이 둘과 동시에 대결해야 하는 "해리 홀레"의 이야기인 "데빌스 스타"는 정말 훌륭한 범죄소설입니다. 간혹 너무 미국적이어서 "요 네스뵈"의 작품들은 북유럽 스릴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대응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대응하자면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요 네스뵈"가 북유럽 스릴러 작품들의 세계적 대중화에 더욱 가속을 붙였다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아무튼 이 작품 "데빌스 스타"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될 수 있으면 삼부작의 시작인 "레드 브레스트"부터 읽고 시작하시는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