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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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쉬, 센 언니라는 말은 요즘 낯설지가 않다.

그만큼 여성들의 활동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일선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느낌은 흠글쎄.




여자가 봐도 예쁜 여성 아이돌들의 노래 가사는 그에 반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런 아쉬움에 속이 풀리는 시원한 사이다급 책을 들고 진짜로 쎈 언니가 나타났다.




 

올해 환갑을 넘긴 저자는 원초적인 센 언니의 포스를 보여준다.

저서 제목 자체에서 풍겨내는 향기가 그러하다.

다양한 독서는 많이 봤지만 <여자의 독서>라니

이렇게 구미 당기고 관심이 생기는 책 제목은 첨인 듯하다.





 

책 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작가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저자가 좋아하던 혹은 아쉬웠던 주인공 등의 많은 인물이 있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넓디 넓은 지식을 커버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속의 인물이 등장해서

읽으면서 손을 뗄 수가 없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8가지 코드로 구성했다.

1) 자존감: 자존감을 일깨우고 키워주는 책

2) 삶과 꿈: 어떤 사람이 될지 꿈꾸게 하는 책

3) : 섹스와 에로스의 세계를 열어주는 책

4) 연대감: 함께하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책

5) 긍지: 여성의 독특한 시각을 깨우치게 되는 책

6) 용기: 불편함을 넘어서는 용기를 내게 해주는 책

7) 여신: 궁극적 지향, 원초적 원형을 찾는 책

8) 양성성: 여성성과 남성성을 넘나드는 책 등.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양성성이었다.

최근 젠더 개념을 심어주는 다양한 미디어 활동에 흥미로워하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 한계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의견이 상당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절대적으로 한 인간 속에 있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한 인간 속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잘 발휘하며 사는 삶이 좋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님을 발견할 때마다 너무도 반갑다.

예컨대,

작가 버니지아 울프는 나와 같은 생각을 <자기만의 방>에서 훨씬 더 근사한 말로 표현했다.

 

양성적 마음이란 타인의 마음에 열려 있고 공명하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고,

본래 창조적이고 빛을 발하며 분열되지 않은 것이란 뜻이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이른바 나는 ‘Anima Animus’의 이론을 발견했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남성 속에서도 여성성이 있고 여성 속에도 남성성이 있고,

남성 속의 여성성, 여성 속의 남성성의 조화야 말로

가장 바람직한 자아의 발현이라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이론에서 내가 얼마나 용기를 얻었겠는가.

 

나의 속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충분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살 수 있다면

충만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나도 느꼈던 독서홀릭 느낌을 저자와 공감할 수 있다.

내가 날을 새면서 울고 웃으면서 봤던 캔디나

당시 여성들의 갑갑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자기만의 방>,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도 제대로 생각 안 나던 <작은 아씨들>이나 <오만과 편견>,

여성으로서 강인함을 가졌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나혜석이라는 인물,

양성성의 예로 들었던 <올란도> 등 너무나도 내용이 풍부해 어느 하나 놓칠 수가 없었다.

꼭꼭 씹어 먹듯 정독을 해 보자.

그리고 여성이라면 내 안에 존재하는 자존감을 느끼고, 꿈을 꾸고, 펼쳐보자.



 




 

저자는 디어 걸즈라며 시작한다.

모든 여성과의 연대를 원하고 있다.

리고 시스터푸드로 연대하자고 한다.

시스터후드를 넘어서.





또한 브로맨스를 넘어서 우맨로스도 언급하고 있다.

책을 덮으면서 센 언니라는 단어 보다 ! 언니로 표기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힘이 느껴지는 글이기 때문이다.



 

 독서로 꿈을 꾸고 힘을 기르는 여성.

각자의 상황에 맞게 나를 인식하고 발전하는 여성.

그런 여성과의 연대를 작가가 꿈꾸는 듯하다.

이는 나 또한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의 당부도 들어 보자.

힘이 생기지 않는가?

더 이상 혼자라는 느낌이 없지 않은가?




 

저자는 독서는 철저한 홀로 행하는 행위라고 했다.

독서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에 대한 긍지를 느끼며

삶과 꿈에 대해 생각하고 연대감을 느끼라고 한다.


그래서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게 독려하면서 자신의 전작에서 밝혔던 독서효용론을 거듭 강조한다.




 

디어 걸즈, 그대에게! 그대는 그대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그대를 통하여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

 

디어 걸즈여, 우리는 영원히 여자다. 우리는 아직도 한참 어리다.

자라고 또 자라자!

나는 결코 나 하나만이 아니다.

이 책을 쓸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여자 저자들이여, 여자 독자들이여,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그리고 이 시간 이 공간에서 항상 그대들과 같은 세계에 있음을 느낀다.

한 여자를 만드는 데에는 온 세상의 여자들의 힘이 있음을 느낀다.

우리의 힘을 위하여! 더 근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자신의 자리에 안존하지 않는 여자들이여,

자존심은 다칠지언정 자존감만큼은 튼실한 여자들이여,

무언가 변화를 꿈꾸며 움직이고 있는 여자들이여,

마음속에 불을 안고 있는 여자들이여,

그대들의 지치지 않는 성장과 행동을 위하여, 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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