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 흔들릴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해
유선경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흔들릴 수 있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한위로 책이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실, 불안, 고독, 자유로 각 장마다 저자가 읽었던 10권의 책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 넣었다.

40권 중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인가를 세어 보니 9권이다.

워낙 문학책을 잘 읽지 않는 편식자이지만, 읽었던 책을 통해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각 장에서 소개된 책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장. 상실, 너의 허기와 구멍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너의 삶을 살아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붕대 클럽,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레 미레자블, 허기의 간주곡, 링반데룽, 이어도, 그날들, 당신이 사는 달, 제니의 초상



2장. 불안, 앞을 살펴 재난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믿을만한 동맹군


자기 앞의 생, 도련님, Q정전, 맥베스, 모래 남자, 인어고주, 로봇, 변신, 절망, 모모


 

3장. 고독, 나로 결정된 시간이 아니라 나를 결정할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염재기, 리스본행 야간열차, 마담 보바리, 황금 물고기, 결혼의 변화, , 꽃들에게 희망을, 심연으로부터, 야간비행,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4장. 자, 움직여봐야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피노키오, 필경사 바틀비 달과 6펜스, 갈매기의 꿈, 꼬마 눈사람 스탄,, 인생은 왜 짧은가, 나라 없는 사람, 죽음의 수용소에서, 돈키호테, 크눌프




하지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페이지 옆에 인용한 책을 좀 넣어줬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각 내용마다 장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앞으로 무슨 책을 말하나 뒤져보는 것도 상당히 번거로웠다.



 



-p.24~25

 

[붕대클럽] 중에서

 

상처 받은 데 붕대를 감는다고 마음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붕대를 감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까닭은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기서 상처를 받았다고 인식하게 되고, 나 아닌 사람들도 그건 상처야라고 인정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아닐까.”

 

-p.30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인용하고

 

그런 가방이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의 증거들이 담겨 있는 가방, 열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불행과 아픔이 밀려올까 봐 함부로 열지도 못하는 가방, 그러면서도 버리지도 못하는 가방. 그러나 막연하게 예감한다. 언젠가 한 번은 이 가방을 열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럴 때면 차라리 가방의 열쇠를 잃어버려 열 수 없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p.40

[허기의 간주곡] 인용하고

 

빈 데는 비워둔 채로 가는 거다. 그래서 인생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안심하라. 그렇다고 불량인 것은 아니니까. 때로 찾아오는 허기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내 안의 허기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마음을 다지는 수 밖에…. ‘그래, 나는 이런 구멍이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주의해. 이 구멍을 채우려 들다간 아귀가 될 수 있거든.’

 

 

*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비움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읽게 되면서 나는 올 한 해 어떻게 살아 왔나를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허기진 삶이라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한 삶은 없으니 그 허기, 비는 공간을 만들어 숨을 쉰다.

큰 돌 넣고, 작은 돌 넣은 화분에 물을 주면 그 틈새까지 촉촉히 젖어 들어가는 것처럼.

내년에도 그런 허기가 있는, 여유가 있는 비움을 군데군데 놓아보련다.

 

 

-p.43

[링반데룽] 인용하고

 

독일어로 은 둥근 원, ‘반데룽은 걷는 것을 의미하니 원을 그리며 걷는다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환상보행, 환상방황으로 옮긴다. 실제로 길을 잃고 숨진 도보여행자 대부분 처음 길을 잃은 곳으로부터 불과 1.5km 이내 거리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오로지 앞을 향해 열심히 걷는다고 믿었을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길을 잃은 지점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이었던 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보았던 개미 떼가 생각이 났다.

이 책에서 저자가 또 다른 주제(3장 고독)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저 앞 개미의 똥꼬만 따라 빙글빙글 돌던 화분 주위.

그리고 높은 기둥을 타고 올라가지만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맹목적으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애벌레.

링반데룽이라는 단어가 이런 모습을 풍자하고 길을 잃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좀 더 쉬어가며 숨 고르고, 빈 여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p.87

[Q정전] 인용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놓고 지지 않았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 정신승리법의 최후다. 불안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들어 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좌절과 분노를 망각하게 한 정리승리법의 말로다.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Q,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아Q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

 

 

*중국의 청도에 있던 루쉰 기념관을 다녀온 뒤 구입해 읽었던 [Q정전].

워낙 짧은 길이의 소설이기에 금방 읽어갔지만, 그 짧은 소설 속의 아Q의 모습은 비단 중국인을 풍자하는 자성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국인에게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시대가 흘러 현대에서도 우리의 모습으로 오버랩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즘 시국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로만 떠들고 무시했던 아Q의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종국에 우리의 모습을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아Q의 모습을 한 우리가 되면 좋겠다.

 

 

-p.93

[맥베스] 인용하고

 

그러나 그 불안 역시 이중적이다. 말하지 않았는가.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좀 더 젊었을 적엔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면 얼른 달려들어 취하려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 희망이라는 장밋빛 불안감을 풍선 불기처럼 즐기고 있다. 일부러 선택이나 결론을 유보하기도 한다. 혹시 있을지 모를 즐거움마저도 유예한다. 그를 향해 달려가지도,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나는 풍선을 불다가 꺼뜨리다 다시 불기를 반복한다. 쉽게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쉽게 망각하지도 않는다. 희망, 믿음, 약속, 실행. 그 사이 마디에 불안이 있다.

 

 

-p.116

[변신] 인용하고

 

인간이 벌레가 된다는 초현실적 소재를 가진 이 작품은 세얼이 흐를수록 현실적이다. 젊은이들이 일베충’, ‘맘충’, ‘진지충’, ‘설명충 OO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스스럼없이 타인을 혐오하고 스스로를 자조하는 배경에는 그레고르의 불안이 깔려 있다. 이런 와중에 OECD 국가들 중 한국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기댈 가족이나 친구를 가장 적게 보유한 국민이라는 뉴스가 들린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내내 불안하게 했던 것이 바로 그 고립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변신]을 읽으면서 카프카의 신선한 상상력이 종국에는 그레고르를 벌레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황당하면서도 참신한 변신에 나도 모르게 어머나!를 외쳤었다.

수많은 것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벌레였을까?

자신이 그처럼 작고 조그맣게 느껴진 것, 가족에 대한 믿음의 부재,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 나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가 등등의 다양한 질문과 갈등 속에서 자신을 표현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끔 나 자신도 살아가면서 내 자신이 용서가 안 될 때, 나의 실수로 부끄러울 때, 가끔은 화가 나서 미칠 때, 이럴 때마다 그레고르가 변신한 벌레가 생각난다.

나도벌레로 변신하면 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p.130~131

[Q정전] 인용하고

 

호라 박사의 말대로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린다. 어느 순간, 자신이 살았는지 안 살았는지 모르겠는 인생을 보낸 것 같은 불안은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살지 않아서 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살지 않은 것으로부터 온다. 아무것도 느낀 게 없고 기억할 것 없는 시간이 어떻게 삶이 되겠는가. 삶이 되지 못하고 가슴에 깃들지 못한 시간은 연기가 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시간이 빠르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시간 낭비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가슴으로 느낀 것이 없이 보낸 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기로 했다.

 

*이미 흘러가 버리고 과거가 된 시간에 대한 미련은 버리자.

앞으로 오는 시간에 죄책감이 생기지 않도록 무엇이라도 이루도록 노력하자.

 

 

-p.145

[리스본행 야간열차] 인용하고

 

아무리 식탐이 많아도 세상의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을 경험하며 산다는 사실을 설령 깨닫는다 해도 나머지를 다 경험하고 살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 나머지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해야 할까?

 

인생은 내가 경험하는 아주 작은 부분이 아니라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할 수 없을, 그렇기에 늘 가슴에 품고 열망하는 나머지에 있을지 모른다. 내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여기가 인생이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멀리 바라보는 그 곳에도 내 인생이 있다.

 

 

*이 책의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다른 책을 읽고 저자가 느낀 바로 인해 내가 위로를 받는 부분.

 

 

-p.145

[리스본행 야간열차] 인용하고

 

누구한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서로에게 맞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로 인한 외로움이 한동안은 비록 징벌처럼 느껴질지라도 온몸으로 체득한다면 내 반쪽 찾기라는 지긋지긋한 술래잡기에서 놓여날 수 있다.

 

우리는 반쪽이 아니다. 나머지를 만나야 온쪽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 이미 온쪽이다(완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온쪽만이 누릴 수 있는 홀로움. 홀로움은 황동규 시인이 지독한 외로움 끝에 창조한 단어로 외로움을 통한 혼자 있음의 환희라는 뜻이다.

 

홀로움 

- 황동규 -


 
시작이 있을 뿐 끝이 따로 없는 것을
꿈이라 불렀던가?


 작은 강물
언제 바다에 닿았는지
저녁 안개 걷히고 그냥 빈 뻘
물새들의 형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끝이 따로 없는.

 
누군가 조용히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
하늘가에 별이 하나 돋는다.
별이 말하기 시작했다.

 

-p.168

[] 인용하고

 

우리의 삶은, 기억하자!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나를 결정하는 매 순간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여생이라는 말은 사전에서 없어져야 한다.

 

 

-p.196~197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인용하고

 

나는 이제 행복과 불행을 의도와 상관없이 생긴 일의 결과로 여기지 않는다. 감정으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생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은 자연과 비슷하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의도도 없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행복의 방식을 택하느냐 불행의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전개가 달라진다.

 

사는 동안 맞닥뜨리는 수없이 많은 사건은 실상 이런 질문일지 모른다. 너는 어떤 존재냐? 네가 인생을 사는 방식은 무엇이냐?

 

지금까지 쓴 글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운명이 아닌 자기 자신이 행복과 불행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자각은 분명 많은 것을 달리 선택하게 하며 달리 살아가게 한다. 우리는 분명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행복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p.196~197

[크눌프] 인용하고

 

흘러 가는대로 두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속 모르는 누구의 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책임이나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으로 보일지 몰라도 정작 당사자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중이다. 흘러 가는 대로 두려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부디, 바람이 하는 일은 바람에게 맡기자. 너무 애쓰지 말자.




 


*저자가 위로해 준 덕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올 해 마지막 책으로 읽게 된 것도 감사하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너무나 일에만 매어 제대로 내 마음을 비울 수 없어서 지치고 힘들었던 올 한 해를 되돌아 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내년에는 내 마음에 작은 공간을 비워두고 바람이 통하도록 생각이 통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도 갖게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문학을 좀 더 접하고, 자기계발 분야를 줄여서 읽어 볼까 한다.

아무리 좋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고 기름지게 하는 것은 문학이 아닐까 한다.

곱씹어 보고 읽은 것을 옮겨 갈 때 또 전환되는 그 느낌이 마냥 즐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위로가 나에게는 좋은 바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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