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낚시 통신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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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연어라는 물고기는 먹을 줄만 알았지 낚시를 한다는 것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봤거나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장부터 흥미진진하다.

 

 

 

 

캐나다로 건너가 거주하는 저자가 그 동안 연어를 알고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역사가 그대로 담긴 책이다.

 

 

낚시를 좋아하고 연어를 잡기 위해 저자는 마이보트족이 되기로 한다.

 

p.33

고심 끝에 자그마한 모터보트를 사기로 결정했다. 이민 초기부터 시작된 연어앓이가 불치의 병으로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었다.

 

저자는 아들과 함께 시험보고, 점수가 낮은 사람이 밥 사기 내기를 해서 단 2점 차이로 아들로부터 딤섬을 맛있게 얻어먹은 의지의 한국인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마이보트족이 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시험도 봐야 하며 엄격한 법에 따라 연어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면허를 취득한 뒤 저자는 배도 한 척 구입했다. 그리고는 아주 독특한 진수식도 거행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식 고사를 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특히 돼지머리 대신 저금통을 쓴 점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색적인 고사 장면에서도 동료의 진수식을 위해 노력하는 캐나다인들의 모습에서 배려도 엿보인다.

 

 

진수식을 마친 이 배의 이름도 생긴다.

 

 

p.57

그런데 말이야, 저 배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좋은 게 없을까?”

에게리아 어때? 로마 신화에 나오는 물의 요정인데, 이름이 예쁘지 않아?”… 그렇게 나의 연인이 돼 바다를 함께 누빌 에게리아가 탄생했다. 그때만 해도 에게리아는 자신이 어떤 운명 앞에 놓였는지 몰랐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나의 낚시 열병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숙명을 말이다. 

 

 

 

 

저자는 분명 연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연어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p.135

시기에 따라 연어의 먹이가 바뀌는데, 그 자연 생태에 가장 가까운 먹잇감을 미끼로 쓰면 조과가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위를 갈라 내용물을 살펴보면 지금 연어들이 무엇을 먹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왜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속마음이 더 음흉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연어는 먹는 먹이대로 배를 갈라보면 그 먹이가 그대로 있는데 사람은 속과 겉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는지 말이다.

 

 

또한 양식되는 연어를 통해 우리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p.204

부화장 수온이 10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약 50일 지나면 부화합니다. 하루하루의 온도를 더 한 값이 500 정도가 되는 때죠. 그러고 나서 또 50일 정도 지나면 강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전체 온도의 합이 1000가 되면 나갈 준비가 된 거네요.”

p.207

그래도 캐나다의 학교와 사회 시스템은 아이들을 내보내기 전에 나름 준비도 시키고, 나온 뒤에도 어느 정도 보호를 하며 키워낸다. 그러나 역시 겪어봤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은 정말 힘겹기 그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적, 학원, 입시, 대학이라는 획일적인 환경에서 공부하고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내몰린다. 거리로 나서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위의 두 부분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한국 사회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모습을 연어 양식장의 치어에 비유했다.

 

 

자연에서 나고 자란 연어와 양식장에서 자란 연어는 분명 자연에 적응하는 모습도 다르리라.

 

 

또한 우리의 아이들은 이런 연어처럼 거친 물살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1편은 연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 낚시광이 되어 미친 듯이 바다로 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흥미진진한 반면, 2편에서는 잔잔하게 단편적인 내용이 전개되고 있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낚시의 도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낚시하는 즐거움과 열정이 느껴지고 이색적으로 보였다.

 

 

안도현의 <연어>에서 그려진 연어와는 사뭇 다른 활력 넘치는 연어들이 가득하고, 그리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느꼈던 거대한 물고기와의 사투만큼이나 스펙터클하고 스토리와 정보가 가득한 연어잡이 장면은 압권이었다.

 

 

 

무엇보다 연어를 통해 느껴지는 이웃과 가족에 대한 소통과 사랑이야기는 그 위에 덤으로 잘 얹어져 반복되는 일상에서 즐거움과 힐링을 맛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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