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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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면 자연스럽게 은하철도 999가 떠오르는 기차가 달린다.

까맣고 긴 기차.

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는 늦은 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면서 달리는데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표지만 보면 재미있는 동화로만 보이지만

내용은 너무나 가슴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동화는 제 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2017년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책으로 자주 접할 수 없었던 무거운 주제인데 동화라는 형식으로 만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뿌옇게 열차가 달린다.

어디로 가는 걸까?

제목이 이러하다.

이 동화는 샤샤라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전개된다.

우리가 왜 이 열차를 타지? (p.14)

열차를 왜 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독립운동이나 이주해 연해주에 살던 조선인들은 일본 첩자라는 누명으로 심문도 없이 강제 이주되었다고 한다.

 

 

 

 

 

 

가을부터 시작된 이송은 겨울까지 계속되었고, 그저 이송되면서 사망한 사람들은 버려지고 결국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의 황무지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철커덕 철컥, 철커덕 철컥

열차는 낮과 밤을 지나 계속 달려가요.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왜 가는지 모르고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우리는 모르는데, 열차는 아나 봐요. (p.35)

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채 실려가는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몇 달이나 달리는 열차 속에서는 사람이 죽고, 아기가 태어나고, 부부가 탄생하는 등 인간의 생로병사가 그대로 있다.

우리네 삶이 이 열차처럼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은하철도 999처럼 은하계를 돌고 돌아 엄마를 찾는 철이의 모습이 자꾸 연상되는데, 힘든 열차에서의 생활 속에서도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율도국의 율이로 지으면서 유토피아를 꿈꾸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서로 힘을 주며 살아가는 모습이 애잔하다.

엄마를 찾는 철이의 심정이 이에 비교가 될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샤샤의 할머니도 오랜 지병과 추위, 배고픔에서 결국 세상을 떠난다.

 

 

할머니는 속바지 주머니에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많은 씨앗 봉지를 내밀고, 샤샤에게 이렇게 유언을 남긴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은 없단다.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 사랑하면 돼.” (p.61)

그리고 자식과 손자에게 뿌리를 일깨워 주고, 자신이 없더라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부분이 있다.

 

 

 

내 손에 들린 씨앗 봉지를 열어 보았습니다.

무궁화 꽃이라고 적혀 있어요.

할머니는 삼촌과 내 손을 굳게 잡았습니다.

그것이 생명이여. 그것이 희망이고, 그것이 내일이지.” (p.63)

쉬운 듯싶지만 결코 쉽지 않은 말을 남기고 할머니가 떠났다.

나 자신도 이 말을 여러 번 곱씹으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이 되는 부분이다.

열차 속에서 많은 일을 겪고 생각하고 아파하면서 샤샤가 점점 성장해 나간다.

아빠와 엄마와 할머니가 계시는 그 곳, 죽은 너머의 세상도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지요.

슬프고 무서운 곳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먼저 가서 머물고 있는 그립고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p.77)

무엇보다 마지막 그림이 참 가슴을 아리게 한다.

피눈물같이 빨간 석양을 보면서 허탈해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척박한 곳에서 고려인은 씨를 뿌리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살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그림이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를 되새기고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발전한 한국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부록으로 수상 소감과 강제이주의 역사와 이주 경로도 나와 있어서 고난했던 고려인의 삶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아이와 함께 읽어 보고 각 인물에 대한 심경과 느낀 점을 다양하게 나눠볼 수 있는 동화이다.

또한 강제이주의 역사적 배경도 함께 알아보고 시사하는 바도 함께 토론해 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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