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난다새들이 난다

자세히 보면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유유히 날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원제는 구직 빙하기 시대의 일하는 방식? 정도?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 불리는 청년시대의 8명과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이직을 하고 현재(2010)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고군분투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읽다 보면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한국, 내 주위의 청년들의 이야기처럼 생생하다.

은행에서 증권회사로 이직한 오하시 히로타카의 말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실적과 상관없이 나이에 따라 실력과 승진을 인정하는 회사 분위기를 비판하고 있다.

실적 없는 인간은 돌아오지 마라며 외근을 강요하는 상사는 은행원으로서의 생활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영업의 세계에서는 수치를 달성한 자가 가장 존경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오하시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수치를 절대적 가치로 삼으면서 왜 수치를 만드는 방법에도 압력을 행사하는가? (-p.27~28)

사람마다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신중히 생각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최종적으로 수치만 맞출 수 있다면 과정이야 얼마든지 다양해도 괜찮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가 본 은행이라는 세계는 달랐다. (-p.28)

아무리 대단한 성적을 올렸다 해도 과장이 되려면 ‘oo살은 돼야지라는 식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p.28)

우연히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회식을 하다가 2차를 가자고 할 때 언제 빠져나오면 상사에게 눈치를 받지 않는가? 청취자들은 미친 듯이 답을 보냈는데 결론이 참 답답했다. 빠져 나와도 상사들은 안 온 거 알고 술이 떡이 되어도 기억을 한다고. 그냥 2차를 가라고 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물어본 질문이 나중에는 씁쓸하게 만들었다.

또한 구직자들의 문제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p.44)

또한 일을 대하는 젊은이들의 의식을 프리터와 니트족으로 정리하고 있다. 프리터는 정규직을 갖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하는 사람을 말하고,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

과연 이 말이 젊은이들의 의식에 대한 비판일까? 프리터나 니트족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점 해결이 절실해 보인다.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원하는 곳에 취직할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미련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직종으로 깨끗이 갈아탈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만약 을 포기했는데도 취직이 되지 않는다면?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p.65)

마치 창문 틈 사이에 끼인 파리가 창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모두 암담한 현실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적인 상사를 만나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 상사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청년도 있다. 중견IT기업에서 취업정보업체로 이직 후 NPO 할동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는 야마네 요이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청년이다.

내가 즐겁게 한 일이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험. 그가 상상한 사회가 그리 거대한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소중한 경험이리라. (-p.124)

이것이야 말로 직업에 표류하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대형전자회사에서 이직을 한 오노 겐스케의 아버지는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을 바라본 시선은 시사한 바가 크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톱니바퀴가 천천히 돌아요. 선택지는 늘었지만 성공확률은 낮은 시대와 선택지는 적어도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시대의 차이. 그런 차이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도 나타납니다. 톱니바퀴가 천천히 돈다는 건,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미끄러 떨어지기 쉽다는 말이죠. 그렇게 안 되려면 붙들 것을 찾든가 스스로 톱니바퀴를 돌려야 했습니다. (-p.156)

이쯤에서 경제산업성 공무원에서 IT벤처 임원, 타일 제조업체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하라구치 히로미쓰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본다.

법칙은 바뀌었다.’ 이 말은 그에게 마법 같은 울림을 주었다. 실제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든,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변화가 그를 둘러싼 사회를 바꾼다. ‘새로운 법칙안에서 살지 말지는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하라구치는 부모가 상상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상상하는 사회안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심하니 여태까지 하나의 길로 수렴된다고 느꼈던 미래가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펼쳐질 수 있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p.323)

 

 

 

 

 

 

인터뷰를 모두 마친 뒤 저자는 취업빙하기에 취직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해 다른 세대에게 좋은 지표가 되어주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부분이 있다.

취업빙하기에 취직한 이들은 기업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화하는 시기에 사회인으로서 첫 경험을 쌓았고 그 변화에 조금씩 적응해 왔다. 그렇다면 그들이 일하면서 느꼈던 갈등, 고민, 불안, 기쁨의 순간이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여 앞으로 기업 조직에서 일할 사람들의 지표가 되어주지 않을까? (-p.383)

이러한 저자의 마음은 사실 책에 모두 드러나 있다.

 

 

이 페이지를 보면 유리병이 있고 그것을 보는 새가 있다. 유리병이 왜 그려져 있을까 생각하다가 목적지 없이 바다 위를 떠 다니는 유리병 편지가 떠 올랐다. 자신의 꿈을 꼭꼭 눌러 써서 밀봉해 언제 누구에게 손 닿을 지도 모르는 유리병. 마치 그 모습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거친 파도 열심히 헤엄쳐 어느 샌가 바닷가에 도착하면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는 그 날까지 열심히 파도에 휩쓸려 보자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그 유리병을 쳐다보는 새가 있다. 표류를 마치고 자신의 꿈을 이룬 새가 하늘에서 유유히 날고 있다. 마치 먹이를 찾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고 더 나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 높이 날고 있는 새. 거친 경쟁세계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새.

이 책을 덮으면서 과연 성공이라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면서 거친 파도 위에서 표류하는 것도 필요한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들었다. 또한 살아가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직업이 아니라 꿈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되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더 묘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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