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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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겉표지를 앞뒤가 다 펴 놓고 보니 가스미다이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열심히 뛰어가는 모습은 세이다이이고, 파출소에 가끔씩 들르는 할머니의 모습, 방화 장소와 무전기가 보인다.

 

그림상으로도 그렇게 분주한 삶이 느껴지지 않는 마을이다.

 

두께도 상당하다. 문고판으로 나왔을 것으로 생각되는 책인데, 두께에 비해서 무게는 적당하다. 가로세로 길이도 적절하다.

 

 

 

 

 

 

 

 

 

무엇보다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나의 마을]!

원 제목에서 이미 세이다이는 내 마을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아무 생각 없이 지원했던 경찰이 되어 연수를 받게 된 세이다이.

아직 경찰이 무엇인지 감도 안 오는 상황에서 가토 선배와 함께 한 방을 쓰게 되었고, 미야나가 반장과 한 팀이 되어 반항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한 방 멋지게 반장에게 술김에 주먹질도 하는 일명 꼴통이 바로 세이다이다!

 

 

 

 

 

 

 

 

바로 프롤로그를 완독한 뒤 첫 장을 넘기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근데, 너 꼴통이구나”(-p.16)

경찰 무전기에 현재의 여자친구도 아니고 전 여자친구의 스티커 사진을 붙이면서 다른 경찰의 눈총을 받는다.

 

 

 

 

 

 

 

전반부는 세이다이의 경찰 적응기로 진행이 된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부정적인 생각도 하며, 자존심이 강한 세이다이. 처음 와본 곳인 가스미다이 마을에 대해 우선 순찰을 돌면서 마을을 알아야 하는 필요성도 못 느끼고, 마을을 사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까지 의심을 하게 된다.

 

 

 

 

 

 

 

쌓였던 짜증이 더욱 부풀어 올라 폭발 직전이었다. 이런 마을을 사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대로 된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모두 제멋대로인데다 예의도 모르고 무신경하다. 나는 운이 나쁜 게 틀림없다. 이 마을에는 얼핏 조직폭력단도 큰 사건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성이 썩은,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도쿄에서도 가장 질 나쁜 지역임이 틀림없다. (-p.139)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고 불만투성이로 표현되는 마을에 더위도 겹쳤다. 이 책을 읽을 즈음에 요즘 한국의 날씨도 그러해서 정말 이입되어 읽었다. 제복이 얼마나 더울까 하는 생각에 내 몸이 땀으로 젖는 것 같았다.

 

입추가 지나도 맹렬한 더위가 이어졌다. 파출소 앞을 오가는 배낭을 짊어진 초등학생이나 여행 가방을 든 젊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세이다이는 지금이 여름 휴가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저 사람들, 어디에 가는 걸까? 바다나 산이겠지. 젠장, 빈 집 털려도 모른다.” (-p.224)

 

 

 

 

 

 

 

 

점차 다양한 사건을 접하면서 세이다이는 왜 경찰이면 다 시민을 위해 행동해야 하냐고 반장에게 대든다. 반장의 말과 세이다이의 속말로 시민들이 느끼지 못하는 경찰의 애환도 느껴져서 측은하다.

 

미야나가 반장은 내심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게 경찰의 임무니까라고 말을 이었다. 알고 있다. 알지만 왠지 허무하다. 자기 상황이 나쁠 때만 경찰을 찾으면서 사람들은 매일 땀범벅이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신의 노고 따윈 진심으로 알아주지 않는다. (-p.224)

 

 

 

 

 

 

 

 

시간이 흐르면서 세이다이는 그래도 일하는 거 이왕이면 즐겁게 해 보자고 고민을 한다. 과연 자신이 언제 행복을 느끼나 고민한 결과 음악을 들을 때라는 것을 알고 근무 중에 음악을 듣게 된다. 부정적이고 외통수처럼 보여서 적응 못할 것처럼 보이던 주인공이 일을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데 조금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점차 세이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 일하는 환경을 즐겁게 만들어야지.” 불현듯 혼자말이 나왔다. … 음악을 들으면서 바라보는마을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리듬이 있다. 약동감이 있다. 드라마틱하다. 세이다이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볼 수 있었다. (-p.280~281)

 

 

 

 

 

 

 

 

 

이 소설은 세이다이가 경찰이 된 이후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사실 왜 경찰이 되었는지는 적어도 300페이지가 넘어서 등장한다. 동창회를 통해 자신이 아직도 마나를 못 잊고 있었고, 별 기대 없이 들어온 경찰에서 발전해가는 부분을 비약적으로 강조해 주기도 한다.

 

홧술을 들이키다가, 어느날 지갑을 잃어버려 파출소로 달려갔다. 거기서 어떻게 얘기가 흘러갔는지, 경찰이 되어 보라는 말을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애 내가 그런 험한 일을 해요? 머리도 바짝 잘라야 하고, 멋없는 제복을 입어야 하고, 정말 촌스러워요.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웃어넘겼다. (-p.342)

 

 

 

 

 

 

 

 

이렇게 멋도 없고 촌스러운 경찰이 된 세이다이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서 점점 경찰에 대한 열정도 생기고, 무엇보다 동기인 미우라가 크게 다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점차 경찰일에 흥분해 가며 집중하기 시작한다.

 

4km 이내에 배치된 각 경찰서의 순찰차가 범인의 퇴로를 막고 있다. 거의 스무 대에 가까운 순찰차가 배치되었다. 조사이서 주변에서 조금씩 범위를 좁히고, 이번에야말로 이 어둠 속에 숨은 방화범- 아니, 방화 살인범을 자루 속으로 쥐를 몰아넣듯이 죄어간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모두가 한마음이다. 세이다이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동료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동료가 지금 이 시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p.422)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녀석은 공적을 올릴지 모르지만, 전체의 흐름을 흐트러뜨려 팀에 해가 되기도 해. 우리는 늘 팀으로 움직인다. 누군가 한 사람이 눈에 띌 필요는 없어. 중요한 것은 모두가 마을의 치안에 힘쓰는 거야.(-p.449)

 

 

 

 

 

 

 

 

 

 

그리고 경찰이 된 후 가장 보람을 느낀 세이다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웃음도 나온다. 이제야 경찰이 하는 일, 조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는 부분이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이쪽을 본다. 긴장했던 것과 다르다. 온 몸의 근육이 멋대로 움직이고 내장까지 춤을 추는 듯한 묘한 떨림이 세이다이를 엄습해 왔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그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웃어도 될까, 아니면, 차분한 표정을 지어야 할까, 그것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온 몸이 근질거렸다.(-p.451)

 

 

 

 

 

 

 

 

 

이후 세이다이는 형사가 되길 꿈을 꾼다. 형사 일이 좋아서도 있겠지만 형사가 되겠다고 말한 고자쿠라 때문이다. 함께 방화범을 잡기도 했지만 고자쿠라의 꿈을 듣고 나서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세이다이의 눈은 어떻게 반짝였을까.

 

약하고 슬픈 인간과 정면으로 부딪쳐 보고 싶어. 그럴수록 더욱 더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라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난 그런 인간을 사랑할거야. 틀림없이 그럴 거야.(-p.445)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이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정리해 보니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니,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많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것치고는 사실 긴박감은 상당히 적다. 잔잔하다. 그러나 젊은 청년의 경찰되기 프로젝트를 제대로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미소를 띠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너무 편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그리고 경찰을 직업으로 두고 있는 지인에게 소개했다. 왠지 그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욱 박장대소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세이다이처럼 이런 꼴통이 많으면 좋겠다. 더욱 잘 익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것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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