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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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저 나른하면서도 박사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고양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도도한 고양이의 포스도 느껴지고, 뭔가 하나로 소통하며 묶여 있는 따뜻한 느낌의 그림

한편으로는 도서관 듀이도 생각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 봤다.

신경의학과 교수로 역임했던 저자가 불시에 나타난 고양이를 이해해 가면서 삶 속에서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고양이를 알아가려는 느낌이 아주 신선하다.

아주 작은 고양이와의 만남이 신선했다.

자동차는 간이 차고 안에 주차해 놓는데, 마당과 간이차고 사이 울타리에 난 문은 늘 잠가둔다.

바로 그 뒤로 침실창문이 있는데 귀국하고 나서 한 일주일쯤 뒤에 가냘픔 가을 햇살을 들이려고 커튼을 열어 젖히자 고양이 한 마리가 그 문 위에 앉아 커다랗고 동그란 노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흰 반점은 하나도 없는 자그마한 회갈색 얼룩무늬 고양이였다.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녀석이었으나 근처 어느 집에 사는 고양이겠거니 짐작했다. -p.11”

무심한 듯 시작된 고양이와의 동거는 이 고양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저자의 공간에 침입?하면서부터이다.

다양한 고양이 이름 중에서 나비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이름이 붙여진 점도 마음에 든다.

 

 

 

 

또한 수사자와 나비를 비교하며 나비를 찬양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나는 수사자 보다 우리 나비를 숭배하는 편이 낫다고 확실히 느끼는데, 사자는 수세기에 걸쳐 지배자들의 자기 자랑에 동원되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게으르고 겁쟁이에 인간을 죽이고 심지어 자기 자식인 새끼 사자까지 죽이며 암사자가 사냥을 해다 바친 고기로 연명한다. -p.35”

숭배하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이 부분을 모두 한 문장으로 해치울 만큼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암고양이를 기르려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술 전의 심경과 수술 이후 나비의 상태를 걱정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내가 여기에서 뭘 하는 거지? 다른 반려동물 주인들처럼 나 역시도 곧 반려동물 주인이 된다는 생각이 서서히 찾아왔다. 이 빌어 먹을 고양이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게다가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일인가? -p.43”

아침에 나비가 우리 얼굴 가까이 다가와 내 뺨을 핥고 골골송을 부를 때면 나는 어미와 새끼 고양이들이 꼭 붙어 누워서 그르렁거리며 단란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한다. 중성화된 나비는 앞으로 그런 경험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나비에게 골골송을 불러주어서 나비가 내게 보여주는 편안한 친밀감에 똑같이 응답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p.56~57”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여실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다시 아픔을 이겨내고 활기를 되찾은 자유분방한 고양이 나비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자 불안해 하면서 걱정하는 부분도 있다.

빈 밥그릇이나 노부부 둘이서만 자는 침대가 허전하게 느낀 저자가 밥그릇을 치워버릴까 고민하고 안타까움으로 마음을 정리하다가 나비가 돌아오자 너무나 반가운 부분을 표현한 곳도 재미있다. 온 몸으로 나비의 컴백홈을 반기는 노부부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비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 내가 받은 타격이 상상보다 컸다. 갑작스러운 무력감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기를 잃어버렸다. … 나비를 알고 지낸 지가 사실 그렇게 길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려고 노력한다. … 지난 여섯 달 동안 나비는 나를 휘저어 놓고 지금 마주하기 힘겨운 이 깊은 감정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p.61~62”

사흘째 밤 나비가 다시 나타난다.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익숙한 소리가 나면서 나비가 창문으로 뛰어 오른다. 밝은 밤하늘을 훑어보니 나비의 세모난 귀와 높이 솟은 짧은 꼬리가 보인다. “나비다!” 내가 외치고 우리 둘 다 서둘러 침대에서 나온다. -p.68”

특히 고양이의 컴백 장면은 모두 현재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실감나게 눈에 그려진다.

책의 말미에는 고양이와 남은 여생을 함께 하면서 행복할 것 같은 엔딩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따뜻하고 훈훈한 이유는 박사가 생각보다? 팍팍하지 않고 괴팍하지 않아서인 듯하다. 강력하게 고양이를 거부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받아들이면서 배려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사하면서도 즐겁고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다. 고양이를 키우거나 키우고 싶은 독서가에게 추천한다. 나조차도 고양이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책을 더 재미있게 보려면 고양이 나비를 예쁘게 부르고, 찬양하는 다양한 단어를 찾아보는 것도좋을 것이다.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또한 책 표지에 있는 멋진 문장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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