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 인생의 파도를 대하는 마흔의 유연한 시선
제인 수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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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자?! 한 여인이 덤블링을 한다.

표지에서 말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생의 파도를

오로지 맨 몸으로 유연하게 넘어가고 있다.

왠지 표지에 파도를 그려 넣고 싶어진다.


저자는 일본에서 저널니스트로 살아가는 40대 중반,

아니 이제는 40대 후반의 여성이다.

이 연령대의 여성이 살아가면서 느꼈던 다양한 일을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으로 적어갔다.


40.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Around 40'라는 말의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육체의 변화에 처음에는 놀라고,

그 뒤 고통에 순응하다 보니,

어느새 40대 중반이 되었다.-p.13


한국이든 일본이든 그 당대를 살아온 중년이라면 공감할 듯하다.

게다가 현란한 수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오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과 글이

상당히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

자유로이 사는 성인이 되었는데

어느덧 나는 잘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밀려 올 때

절대로 남과 비교는 하지 말자는 기본을 세운다.


버블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나는

마치 회고 취미를 가진 노인네 같다.

계속 태양을 떠오르게 하려면

옛날을 그리워하거나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어렴풋한 불안을 느낄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확실히 즐길 줄 아는 담력이 필요하다pp.23~24


버블세대 속을 온전히 살아온 저자는

거품 속에서 살아오다 정신을 차려 보니 막연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집이 없어도, 결혼하지 않아도, 빚이 많아도

그것도 내 삶이고, 그것도 괜찮은 삶이라는 위로를 해 주는 저자.

중년의 삶이 꼭 안정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고!!

세상의 시선이 다 옳은 건 아니니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저자의 의견에 적극 공감이 된다.


에세이는 왜 좋은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목차에서 먼저 눈에 띄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고,

그냥 촤르륵 넘기다가 손이 닿는 부분을 읽어도

저자의 집필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2021년도도 어느덧 얼마 남지 않은 12.

살짝 엿본 저자의 먼슬리 다이어리에서 또 나의 모습을 본다.


오랜 시간을 거쳐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으려는...

이상적인 다이어리를 찾아 다니며 절실히 생각했다는 저자.


내가 말하는 '이상적인 oo'의 이상이란

철저하게 나에게 편리하다는 의미이다.

나 자신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oo' oo

결코 생물을 집어넣어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정했다.

애인이라든가 상사라든가 부모님이라든가 반려동물이라든가 말이다.-p.240


그렇다.

중년의 삶이라면 나만 편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일 거다.


나도 노력하고 있지만

먼 바다 건너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또래의 중년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좀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절대 가벼이 읽을 에세이가 아니다.

왠지 홀랑 읽어 버리기 아까워서

다음에 책 한 권 들고 여행을 떠날 때 다시 챙겨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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