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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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학교라고 생각되는 곳에 여학생 몇 명이 보인다.

여러 아이들은 급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지만

한 아이는 홀로 도서관에서 식판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혼자 있다.

표지만 보아도 누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유튜브에서 왕따였던 어른들의 무삭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구성으로 학교에서 여자반, 남자반 각각 5명씩의 인터뷰이가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피디가 있다.

인터뷰의 내용을 학교생활에 비유해서 구성했는데

이 점이 참으로 적절하면서 흥미롭다.

출석부-조회시간-1~7교시- 그리고 방과후.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이 너무나도 싫은 이들은

어렵사리 잊고 싶은 기억을 울면서 웃으면서 분개하면서 털어 놓는다.

그래서 그 내용을 읽는 내내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서문에서는 위의 총 10명 이외에 402명의 설문 응답자 중에서

96프로가 그때의 힘든 기억이 지금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외를 경험한 이들 대부분이 무너졌던 존엄성이 회복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함께.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가해자들과 달리 아직도 피해자로 불리는 이들은

지금도 그 기억 속에서 현재진행형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다.

이 책은 인터뷰한 내용을 기본으로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이 되었다.

52페이지에는 이런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희정- 저는 피해자였던 그 삶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잊고 살더라도 한 번씩 튀어나오는데, 가해자들 기억에는 없나 보더라구요.

민아- 걔네 한테는 즐거운 학창 시절이었으니까요."

위의 말과 함께 가해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위 멀쩡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황당해하고 화를 내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

 

83페이지 주연이라는 분의 글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왕따 관련 글이나 영상만 봐도 숨을 잘 못 쉬어요.

지금도 많이 웃으면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요.

사람 많은 곳은 가면 좀 어렵긴 해요.

다 날 쳐다 보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도 다가오는 부분은 따로 있다.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로 살아가는 거다.

그래서 6교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로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에

다들 죽을 만큼 생각도 하기 싫다고 하지만 입을 모아 말한다.

'너!를 잃지 말라'고. 그리고 자책하지 말라고.

이 세상에서 왕따를 당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96페이지 지영의 말도 적극 공감이 되었다.

"똑같은 왕따를 겪었다고 하지만

그 상처의 깊이는 제각각 다 다르기에 나도 왕따를 당해 봤으니까

잘 알아 같은 말은 함부로 못 하겠어요."

그러면서 쉬는 시간의 질문인 ‘그 때 진짜로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하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친구 1명.

또는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같은 현명한 어른 1명.

그것도 아니라면 다정한 포옹 한 번.

결국 이들이 바라는 것은 정말 따뜻한 관심이었다.

이 책은 왕따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은 물론

읽는 독자를 향한 과거회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를 테지만.

"어떤 이유가 있든지 간에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돼요.

절대로.

그리고 내 편 없이 힘들 때 그래도 믿어요.

자신을.

이렇게 같이 싸워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 혼자 있지 마요.

내가 겪은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우리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누군가에게 말해 줘요.

숨 막힌다고. 괴롭고 힘들다고. 살려 달라고.

같이 있어 줄게요. 포기하지 마요. 그리고 미안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요.

더 노력하게요. 힘내요. 우리."

당당히 어려움을 말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응원의 말도 전해 본다.

오랜 미로 찾기에서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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