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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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태초의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각자 생각이 나는 시점이 다르다.

세상의 모든 가족이 다 화목할 수는 없다.

'보통'이라는 단어가 점점 나이 들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마사야도 그렇다.

어린 시절 항상 아버지는 옆에 없었다.

그렇다고 세상을 떠난 것도 아닌데 간간이 등장하는 그와의 추억은 거의 없다.

그에 반해 엄마는 참으로 강인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유쾌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늘 해 주는 따뜻한 사람이다.

적절히 술도 하면서 이모와 친구들과 함께 화투도 즐겁게 치는.

마사야는 항상 궁금했다.

어떻게 둘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왜 함께 살지 않는지 항상 궁금해 하면서 성장한다.

'부모자식'은 계속해서 덧셈이지만 '가족'은 더하기뿐만 아니라 빼기도 있는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희곡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온갖 성실한 것 중에서도 결혼이라는 놈이 가장 장난을 많이 친다.'

'부모자식'보다 더욱더 간단하게 이루어져 버리는 '부부'라는 관계.

그 간단한 관계를 맺은 것뿐인, 장난질을 친 남자와 여자가 일이 흘러가는 과정상 부모가 되고,

어쩔 수 없이 '가족'이라는 어려운 관계를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p.37)

마사야는 성장해 나가면서 엄마와의 사랑이 깊어지고

점차 사회생활로 안정이 되어 가자

오랜 기간 떨어져 살던 엄마를 도쿄로 데려오게 되고

일이 바쁜 와중에도 엄마와 함께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된다.

암이 생겨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타워를 보면서 엄마의 병이 나으면 가자고 한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가자던 '도쿄타워'만은 함께 가지 못한다.

엄마의 아침 밥 냄새만 맡아도 편안해지던 그는

엄마의 죽음이 지구가 무너지는 슬픔으로 다가왔고

어렵게 장례식을 집에서 치른 뒤 혼자서 도쿄타워를 오른다.

7장 이후부터는 살짝 긴장하자.

막힌 공간이 아닌 곳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솟구치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향을 떠나 와 살게 된 도쿄라는 도시는 엄마를 떠나 보낸 커다란 묘지가 되었다.

그리고 도쿄타워를 통해 본 세상은 곳곳이 묘지가 많은 곳이었다.

삶과 죽음, 꿈과 희망, 가족과 사랑이 모두 공존하는 거대한 묘지.

누구에게나 오는 그 날.

어린 시절부터 가장 두려워했던 일.

우주인의 습격 보다, 지구 최후의 날보다 더 두려워했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도쿄타워 같은 그 곳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조심스레 꺼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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