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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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이게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게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살아오면서

수많은 잔인한 짓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아닌 동물에 대한 그 집착과 욕망이 드러날 때에는

더욱 잔인함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영국 트링박물관에 몰래 잠입해

무려 300여 마리에 달하는 새 가죽과 깃털을 훔친

어린 플루리스트 에드윈 리스트.

어린 시절부터 동생과 함께 작업실을 만들어 플라이 타잉을 해 오던 그는

실력도 좋아지면서 더욱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말도 안되게 그것을 실제로 훔쳐서라도 만들어 보려고 했다.

 

 

 

지인의 소개로 박물관에서 박제된 새를 본 에드윈.

관람 후 그는 다시 그 박물관에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계획적으로 말이다.

그가 박물관을 몰래 들어가 수많은 새의 깃털과 가죽을 훔쳐 나오는 과정과

그것을 작게 나눠서 전세계로 팔아 많은 이익을 챙긴다.

 

 

 

이런 분야에 대해 잘 알 지 못하는 독자는

분명 이렇게 팔려 나가는 것에 대해 어리둥절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런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베이라는 공간도 이해가 안 된다.

하나의 취미로 플라이 타잉을 하는 매니아 층에서는

하나의 기호일 뿐이라고 반박할 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과장해서 보자면 근대 역사 속의 항해의 시대도

이러한 인간의 욕망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책장을 넘겨 가면서

우리도 추위를 이기기 위해 부를 상징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을 죽이고 그들의 가죽과 털을 취하고 있지 않은가

등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즉 이 책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특히 저자가 몇 년간 깃털도둑을 잡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세계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인터뷰를 하고 사진 자료를 남기면서

파고들었던 집념 또한 인간의 다른 한 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터뷰를 거절하던, 죄를 부인하던, 끝까지 드러나지 않게 은둔을 하던

모든 책 속의 인물은 그냥 인간군상의 하나 하나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몰입이 되면서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각 인물별, 역사별, 사건의 흐름별 등등 다양하게 토론이 가능한 책이기에

독서모임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인간에게는 금지된 것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본성이 있다.(p.349)"

하지만 그 본성을 잘못 드러내는 것은 인간에게 금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고가의 예술품이 아닌 생명이 있는 동물이라면 말이다.

인간에게 잡히는 고통을 당하고,

모든 내장이 다 꺼내지고 약품 처리 되고 솜이 들어가고 박제가 되고,

또 그 박제 상태에서 깃털이 뽑히고 가죽이 잘린 수많은 사망한 새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그런 잔인인 한 본성을 매력이라고 표현한 인간들에게

조금은 각성이 되는 책으로 다가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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