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평점 : 
시의 ㅅ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태주 그의 시 한 자락은 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로 그는 시에 대한 편견을 깬 듯하다.
마치 길가다 발부리에 부딪혀 무심코 차버리게
되는 연탄재를 보고
시를 지은 안도현 시인처럼.
이렇듯 시는 물론 어려운 작업을 통해 작품으로
나오기는 하지마
나태주 시인의 시를 보면 소재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 사랑, 인생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가 가장 큰 매력을 가지는
것은
시 낭송이 어렵지 않다.
시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함축적인 의미로 어려움을 주었던 여타의 시와는
다른
쉽고 적극 공감할 수 있는 시어 선택이야
말로
그 시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이리라
본다.
최근 신작으로 나온 이 [마음이 살짝 기운다]도
시 한 구절 속에서 가져온 제목이나 만큼
시집을 덮을 때 독자의 마음이 어떻게 될
지
약간은 기대하고 구성되지 않았나 싶다.
그 동안 시집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시를 모아
아주 알차게 구성되어
이른 봄 봄기운 만연하게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서문부터 뭔가 마음을 쿵 내려 앉게
하는 문장으로
독자를 기대하게 한다.
사랑아, 너 그냥 그 자리에서 있거라.
가까이 오려고 애쓰지 말아라.
웃고만 있거라.
강건하여라.
울지 말아라.
지치지 말아라.
이 서문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품 하나 하나가 다 사랑으로 녹아 있다.
대상이 가족이든 아이든
모든 것에 관계가 놓여 있고
사랑의 감정이 있다.
그리고 따뜻하다.
시 한 편에서 지난 나의 실수를 되짚어 보고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특별히 어려운 시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런 멋진 시를 적어나기는 시인의 날카로운
손길이 놀라울 따름이다.
넉넉한 여백
로아 화가가 그린 수많은 꽃이
시집 안을 날아다니며
이른 봄 독자의 마음을 간지른다.
빽빽한 산문이 주는 답답함은 벗어 던지고
넉넉한 여백이 주는 맛도 좋다.
특히 각 장 별로 별도의 작은 시집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로 모아두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이 손에 들고 읽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시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노년을 살아가는 시인의 관찰력이 잘 녹아
든 수많은 시
그럼에도 세상과 공감할 수 있는 시어...
어느 하나 놓칠게 없는 시집이다.
약간은 가을 냄새가 코를 치고 가는 그 때가
아닌
가슴이 간질하고 마음이 약간은 뜨는 느낌이
드는
바로 요즘...
이 시집을 안 읽는다는 것은 용서가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