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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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무엇일까?

간혹 생소하긴 하지만 3살 때의 기억을 하는 외계인 같은 사람도 주위에 있다.

하지만 지금 성인인 경우 뱃속에서 태어나기 전의 기억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태어난 지 생후 몇 년간은 자신이 뱃속에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고 하지만

세월의 풍파는 그걸 기억할 만큼 뇌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다.

 

 

베스트레라는 성을 가진 자매가 만든 이 책은

생명에 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두께감이 얇은 편이다.

 

 

두 저자 중 노르웨이의 세포생물학자 카타리나 베스트레는

엄마 뱃속에서 커가는 아기의 모습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실제감 있게 설명한다.

그의 동생인 린네아 베스트레의 그림은

단 한 장만으로도 생명의 신비함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목숨을 건 경주로부터 인간제조법을 거쳐 몸의 윤곽이 만들어지는 과정,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뼈대와 팔과 다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이 구별되기 시작하고

점점 자라나는 뇌, 그리고 양수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

양수라는 물 속에서 살다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뱃속 생활을 끝을 맺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태아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마치 기나긴 장편소설을 끝맺는 느낌이다.

 

 

단순히 태아라는 인간제조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깨알같이 쏟아지는 다양한 생물학적 지식도 빼놓을 수가 없다.

유전자 이야기는 특히나 흥미롭고,

뇌의 발달 그림은 마치 콩나물부터 시작되는 그림에서

점차 태아의 뇌가 사람의 모양을 갖춰가는 기간의 변화는 아크로바틱하다.

 

 

이 책은 임신에 관련된 책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생명대백과 사전같다.

임신출산 정보를 얻으려면 이 책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태초의 수정에서 분만, 인간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역사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믿었던 태초생명관,

현미경을 발명해 정자를 발견하기 위해 밤낮으로? 애썼던 모 과학자의 이야기,

특히 얼굴에 있는 인중의 중요성까지

우리 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있는 책이다.

 

어찌 보면 익히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또 책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무엇 보다 이 책의 매력은 그렇게 익히 알고 있는 것을 딱딱하게 풀지 않았다는 점,

익히 알고 있지만 그림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점,

책을 덮을 때에는 이렇게 내가 치열하고 오차 없이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는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기도 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와의 이야기기도 하다.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도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읽어 보자.

다양한 지식도 쌓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 그 누구의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은 물고기를 닮은 인간의 먼 조상,

어쩌면 내 몸 속에 여전히 존재할지도 모르는 쌍둥이 형제자매,

위험천만한 태반, 그리고 기묘하기 짝이 없는 초파리에 관한 이야기이며,

말할 것도 없이 나와 여러분에 관한 모든 것이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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