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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무겁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삶의 무게가 절대로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평생을 우울증과 싸워온 박조건형이라는 남자와
우리가 생각하는 조신한 여성의 모습은 아니지만 한 남자의 여자로서
듬뿍 사랑하고 사랑받는 김비라는 여자의 이야기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 본 뒤 느낀 점이다.
결혼반지 할 여력이 되지 않아서
그것보다 더 오래 갈 수 있는 의미를 담은 반지를 하고 싶어서
손에 각자의 이름의 한 자씩을 한자로 문신한 그들.
절대로 헤어질리 없을 것 같은 이 부부는
참으로 멋지게 살아간다.
남들이 워너비로 느끼는 결혼생활이 아니어서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집은 월세로 시작했고
결혼식 보다는 잘 사는 것이중요했기에 결혼식은 하지 않았고
넉넉한 재정이 아님에도 아껴쓰는 모습이
드로잉과 두 부부의 사뭇 다른 글로 아주 잘 느껴진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과연 어떤 환상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해 나가나 싶었다.
아이를 키울 계획이 없지만 지인의 아이를 통해 투영해 보는 것,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상대를 간섭하지 않는 것,
무엇보다 가끔 몰려오는 우울증의 늪에서
몸을 일으켜 세울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인 김비라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자신의 힘든 몸을 이겨내면서 최악의 노동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는 박조 작가의 모습이 당차면서도
어쩔 때에는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1977년생 남편과 1971년생 아내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닮은 듯 다르기도 하다.
이 부부가 좋은 점은 바로
소위 우리가 말하는 평균이나 정상의 의미와 조금은 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의 우울에 기꺼이 입맞춤하고 그것을 함께 받아들인다.
서로 앞에서 아낌없이 방귀도 뀌고,
손톱 깎고 더러운 상황이 연출되어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그런 소소한 행복이 있는 이 부부를 보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부부라는 것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해진 길과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별것도 아닌 듯하면서 예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을 가졌다면
이들 부부처럼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 에세이는 결코 가볍지도 않지만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많은 독자들과 만나면 좋겠다.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이야기에 독자 자신이 힐링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져보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