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달리다 - 분단 이래 최초의 남북한 종단 여행기
게러스 모건 외 지음, 이은별 외 옮김 / 넥서스BOOKS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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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 수 없던 그곳.
그 곳의 생생한 이야기를 네덜란드 여행가가 들려준다.
이 여행가 무리는 단순히 여흥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목적성을 가진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다.

그것도 북한만 가거나 남한만 가는 것도 아니고
백두산의 돌을 가지고 한라산으로 가려는 아주 커다란 그림을 가지고 말이다.
 
이보다 생생한 북한 이야기를 최근 들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새소리를 들으며 대통령과 북방위원장이 함께 담소를 나누는 장면만 봐도 흐믓했던 우리는
2013년도 낯선 이방인으로 여겨지던 이 여행가들의 눈으로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의 역사적 현실을 상당히 적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어찌 보면 조금은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함께 방을 쓰는 형제가 말다툼 후 분필로 방 중앙에 선을 그어 놓은 것 같다고 할까.
 
문제는 이 형제들이 중무장을 하고 걸핏하면 서로에게 총질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화된 영토 중 하나이다.
 
양쪽에서 어떤 특정한 무기들만 서로를 겨눌 수 있다는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그저 서류상 규칙일 뿐이다.(p.234) "

 
이렇게 쉽고 명확하게 우리 한반도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외국인으로서 우리의 <아리랑>에 대한 느낌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자리로 돌아온 조는 남자들 중 한 명에게
우리가 남한에서 들은 가슴 찡해지는 민요인 <아리랑>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
그렇다.
모든 한국인이 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남북이 없어지고,
모두 다 같은 한국인이 되는 것이다.(p.166) "

 
아주 먼 네덜란드라는 나라에서 온 모건 부부와 친구들은
긴 여정 속의 긴 기다림과 불편한 현실을 참으로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 마가단에서 출발해 백두산을 거쳐 판문점을 지나 한라산까지
어마어마한 거리의 여정이 이 한 권에 다 담길 수는 없겠지만
생생한 사진과 흡인력 있는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느끼지 못했던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또한 앞으로의 우리의 북한 여행을 꿈꾸게 한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통해
아직도 한반도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마무리한 이 발칙한 여행자의 다른 후속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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