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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영광도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쇼핑을 한 뒤에 김영하 산문집 한 권을 샀다.
포스트 잇. 2002년에 발간된 수필집이니 13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다. 왜 샀냐고 누가 묻는다면 "노란색 추억"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책이 3M사에서 나온 포스트 잇과 같은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포스트잇이란 글씨는 스테이플러 알맹이로 표시되어 있었다.
김영하가 겪은 2002년은 어떤 것일까 상당히 궁금했다. 소설가 김영하를 좋아하다 보니 그가 젊었을 때 남긴 수필집을 읽다보면 그의 과거와 나의 과거가 어느 접점에서 만나고 나는 그 지점에서 나의 과거를 찾아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겼기때문이다.
하하..책 갈피에 있는 그는 젊다. 흑백사진이라 머리카락 색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색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가 이만큼 젊었을 때 나도 젊었겠지.
등단 칠년만에 자신이 일간지, 월간지 등에 기고한 수필들을 묶어서 독자들 앞에 내 놓은 책이다. 그의 글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만 해도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필름 카메라. 필름을 아까워했던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아무것이나 마구 찍어대던 흥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도시의 거리, 모기잡던 에프 킬라, 가장 작은 통신 수단이었던 삐삐, 모든 것이 다 있다던 인터넷이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좌판임을 알았다는 것, 포크 기타,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운동회 때 하기 싫었던 "뿌리"의 쿤타킨테 가장행렬,"조직이 세상을 바꾼다", 드라마 가을 동화,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테러, "고양이를 부탁해", 묵주, 산울림, 자동차 스텔라, 지포라이터, 다방으로의 장난전화.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인간. 그렇다면 과거를 소중히 간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기억의 흔적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만이 우리를 지탱해 가고 있다.
가끔은 이러한 퇴행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맞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김영하 작가. 당신의 글로 보람있는 퇴행을 하게 되었어요.
당신의 글 속에서 나의 2002년, 그 이전의 나를 보게 되어서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