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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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단편을 싫어한다. 확 타오르지만 금새 꺼지고 마는 성냥불 같다고 할까? 감동을 느끼기도 전에 감동 자체가 소멸하는 느낌이 들어서 가능하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도서관에 갔다가 일본 문학 코너를 지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아니 바르게 말하자면 이상한 도서관의 삽화가 나를 붙들었다.

이상한 도서관이라는데 표지엔 무시무시한 표정의 양이 그려져있다. 이 양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또 뭐란 말인가? 단편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림책 혹은 노블과 같은 이 책을 뽑아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내는 글의 세상,독일 일러스트레이커 카트 맨쉬크가 그린 세상에 발을 들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가 글의 시작부터 느껴진다.
새 구두를 신은 소년이 자신의 발소리에 낯설어하며 도서관에 들어선다. 날짜나 시간 약속은 철저히 지키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따라 절대로 연체하지 않는 소년. 일단 노크를 했으면 무서운 생각이 들어도 대답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소년. 집에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가라는 노인의 말을 듣는 소년. 책을 읽으면 톱으로 머리가 잘려 나가고 뇌를 쭉쭉 빨려 먹힌다는 말을 듣고서도 얌전히 책을 읽는 소년. 작품 내내 어머니에게 길여진 소년이 외부의 압력에 대항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드러난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양 사나이와 예쁜 소녀, 어릴적 물림을 당한 개가 다시 나타나고, 집에 있어야 할 찌르레기가 개의 입속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사건이 연속되는 이 단편 소설은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인데도 읽히긴 잘 읽힌다.
행복을 찾아 먼 길을 떠났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자신의 집에서 파랑새를 찾는 것처럼 도서관의 지식을 탐하던 어린 소년이 미지의 도서관에 갇히는 아이러니랄까?
초현실적인 상황이 우리를 당황케 하지만, 잠시만 지나면 적당히 이상함과 타협하고 적응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카트 맨쉬크가 만든 아트북이 더 있다고 한다.
그림도 마음에 들고 알게 모르게 빠져드는 몽환적 세계도 좋다.
찾아서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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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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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땅, 한정된 자원으로 살아가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친구와의, 동료와의 경쟁이 너무나 필수적이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자살율이 높은 나라이다. 어떤 사람이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지만, 특히 청소년의 자살 소식을 들으면 참 미안하다. 그들의 죽음이 어른들의 잘못에 서 비롯되었음을 알기때문이다. 애써 모른척하고 살아가지만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그리고  반드시 꼭 해결해야하는 청소년 자살을 소재로 한 소설이 '스프링벅'을 읽게 되었다.

스프링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의 이름으로 작은 무리일 때는 아주 평화롭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서 풀을 먼저 뜯기 위해 앞으로 뛰어나가다가 해안 절벽에 다라라 스스로 떨어지고야 마는 습성을 가지고 있단다. 이들의 이름에서 따온 소설 제목이니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경쟁에 내몰려 목숨을 버리고 마는 청소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인공 동준이는 공부 잘 하는 형을 갖고 있는 자유분방한 아이이다. 잔소리가 심한 엄마이지만 둘째라는 이유만으로 동준이의 자유를 용서해주었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는 편이다. 하지만 적당한 눈치도 있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연극반 활동을 엄마에겐 비밀로 부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형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것도 자살. 사는게 부끄럽다는 말을 자주 하던 형의 비밀을 더불어 알게 된다.

거짓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도록 몰아친 어른들. 그 속에서 중심을 잡을 틈도 없이 힘들어했을 젊은 청춘의 방황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교과서에서도 실린 "초청리 편지"를 쓰신 배유안 선생님의 작품인데 그녀는 부산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직접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경험있다. 그래서일까? 주인공들의 학교 생활, 사회 생활이 굉장히 사실적이다.

인생의 꽃인 중고등학생의 시기를  "경쟁"의 세계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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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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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중의 한 사람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하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는데도 아직도 읽지못한 많은 작품이 있다.

워낙 다양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라서 이번에는 어떤 소설일까 기대를 하게 되는데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은 전통적인 추리소설이었다.

다카유키와 도모미는 결혼을 앞둔 약혼을 한 연인이다. 그런데 예비 신부 도모미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죽게 되고 몇 달 뒤 도모미를 그리워하며 도모미 가족과 친한 사람들이 산장에서 조촐한 모임을 하는데 다카유키가 초대를 받게 된다. 보통의 사교적 모임처럼 진행되던 중에 우연히 은행 강도들이 산장에 들이닥치면서 독자들은 은행 강도들로부터 원만하게 탈출하기만을 바라게 된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은행강도에 몰입해 있는 독자들을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이끌면서 뒤통수를 한대 탁 때리는 놀라운 반전을 선물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회적 추리 소설도 편안한 결말을 가져 왔는데 전통적인 추리 소설 역시 결말은 편안했다.

그의 이런 보편성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독자들을 안심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멋진 밀실추리 트릭. 재미나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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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살림어린이 더 클래식 1
앤서니 브라운 그림, 루이스 캐럴 글, 김서정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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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품의 경우, 역자가 다르면 또 다른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같은 제목의 책을 여러권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그런데 이번에 산 책은 역자가 달라서 산 것이 아니라 그림이 "앤서니 브라운"이라서 샀다. 앤서니 브라운 작품이라면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니 당장 구입해서 읽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옥스퍼스 대학의 수학과 교수였다. 어릴때 백일해를 앓으면서 한 쪽 귀의 청력을 잃게 되고 말을 더듬게 되자 교수님이 되어서도 별 인기가 없는 교수였는데 그래서 소심했고, 의기 소침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을 무척 사랑했고,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대학 학장의 어린 세 딸과 뱃놀이를 갔다가 이 어린이들을 위해 즉흥적으로 지어내서 들려 주었던 동화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조금만 철이 들어버려도 읽기에 싱겨운 작품이 되어 버린다.

조끼를 입고 돌아다니는 토끼, 뭐만 먹었다하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앨리스, 물에 빠진 생쥐, 담배피는 애벌레등 이치에 닿지도 않고 그럴싸하지도 않은 엉뚱한 캐릭터때문에 헛웃음만 유발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이해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쉽게 이야기에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어린 아이들이 훨씬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앤서니 브라운이 삽화를 그린 이 작품은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히 갖춘 작품이라 생각된다.

우리 나라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삽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앤서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우리의 눈에 익은 "고릴라", "돼지" 캐릭터가 나온다.

다른 번역본을 보면 "여러가지 동물"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곳에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등장 인물이 나온다. 게다가 다른 책엔 카드의 여왕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 되어 있지만 이 책에서는 무섭고 고집이 센 어른으로 그려져 있어 어린 앨리스에겐 버거운 등장 인물이라는 느낌이 확 살아난다.

번역을 김서정님께서 하셨는데 정말 쉽게 번역하셨다. 원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괄호를  해서 해설을 하거나 꼬리말을 다는 경우도 있는데 김서정 번역가는 아이들이 읽기 쉽게 한글로 완전히 번역하여 줘서 멋진 동화가 되었다.

글과 그림이 살아있는 훌륭한 작품.

이 책이야 말로 내 인생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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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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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도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쇼핑을 한 뒤에 김영하 산문집 한 권을 샀다.

포스트 잇. 2002년에 발간된 수필집이니 13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다. 왜 샀냐고 누가 묻는다면 "노란색 추억"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책이 3M사에서 나온 포스트 잇과  같은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포스트잇이란 글씨는 스테이플러 알맹이로 표시되어 있었다.

김영하가 겪은 2002년은 어떤 것일까 상당히 궁금했다. 소설가 김영하를 좋아하다 보니 그가 젊었을 때 남긴 수필집을 읽다보면 그의 과거와 나의 과거가 어느 접점에서 만나고 나는 그 지점에서 나의 과거를 찾아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겼기때문이다.

하하..책 갈피에 있는 그는 젊다. 흑백사진이라 머리카락 색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색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가 이만큼 젊었을 때 나도 젊었겠지.

  등단 칠년만에 자신이 일간지, 월간지 등에 기고한 수필들을 묶어서 독자들 앞에 내 놓은 책이다. 그의 글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만 해도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필름 카메라. 필름을 아까워했던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아무것이나 마구 찍어대던 흥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도시의 거리, 모기잡던 에프 킬라, 가장 작은 통신 수단이었던 삐삐, 모든 것이 다 있다던 인터넷이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좌판임을 알았다는 것, 포크 기타,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운동회 때 하기 싫었던 "뿌리"의 쿤타킨테 가장행렬,"조직이 세상을 바꾼다", 드라마 가을 동화,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테러, "고양이를 부탁해", 묵주, 산울림, 자동차 스텔라, 지포라이터, 다방으로의 장난전화.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인간. 그렇다면 과거를 소중히 간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기억의 흔적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만이 우리를 지탱해 가고 있다.

가끔은 이러한 퇴행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맞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김영하 작가. 당신의 글로 보람있는 퇴행을 하게 되었어요.

당신의 글 속에서 나의 2002년, 그 이전의 나를 보게 되어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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