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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기타오 요시타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기타오 요시타카 지음. 이정환 옮김
요즘은 초등학교 심지어는 유치원에서도 자신의 적성과 특기을 바르게 알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직업을 찾도록 진로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알고 있는 직업이래야 열손가락을 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무작정 학교 공부만 잘 하고 학교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하면 보랏빛의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거라고 믿었던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일부 소수 직업군에만 경제적 여유, 권력, 명예라는 부수 요인이 주어졌고 그런 직업을 선택하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직업군의 종류도 다양화 되고 사람을 유혹하는 부수요인에 대한 가치도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직업의 선택이라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일단 선택된 직업이라 하여도 부수요인의 가치평가에서 하위를 차지하게 되면 가차없이 버려지기도 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재에 살고 있으면서 읽게 된 ‘일-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라는 책은 아주 오래되고 먼지 가득한 서재의 한 구석에서 뽑아낸 것 같은 묵 향기를 뿜어 내었다.
글쓴이는 일본의 성공한 CEO 기타오 요시타카.
의학부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경제학부에 입학한 그는 다소 의기소침했지만 사람의 생명은 관 뚜껑이 덮인 뒤에 정해진다는 아버지의 천명설에 감화되어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그 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노무라 증권에 입사했고, 소프트 뱅크 상무이사를 거쳐 현재 인포트레이더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우리들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그는 자신의 삶의 행적을 조용히 따라오게 독자를 이끌면서 일의 철학을 조금씩 펼쳐주었다. 일이라는 것이 인간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사회적 상호작용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은이가 강조하고 있는 인간성의 문제는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로 귀착된다. 일에 성공하기 위해 대화술을 연마하고 각종 권모술수마저도 전략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달려간 사람들도 어느 순간에 돌아서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할까?’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할까?’
일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인간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열심히 일한들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허무함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성공한 CEO이자 독서가인 지은이는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일에 대한 철학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일의 공공성에 대한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그 여유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서양식 노블리스 오블리제와는 달리 일을 통해, 일 그 자체로 공공의 발전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하늘이 내게 정해준 명에 따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자체가 사회의 발전을 앞 당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돈에 의해 일의 가치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던져진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겸손이라는 미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아버지 말씀 같은 책이다. 내게 주어진 일이 힘겹다 느껴질 땐 아버지 말씀을 다시 듣듯 다시 한 번 펼쳐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