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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현문미디어
TV를 틀어보면 가수, 탤런트 등의 데뷔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 고등학생,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때부터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문학계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86년생 작가.
이제 20살이 갓 지난 파릇한 대학생이 자신들의 이야기, 청소년 문학을 이야기한다.
고등학생. 그것도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은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단계이다.
나머지 인생이 고등학교 성적에 달려있다고 어른들은 말하고,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졸립더라도 참고, 놀고 싶더라도 참고, 보고 싶더라도 참고 무조건 참고서만 쳐다봐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직녀는 공부를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왜 공부를 못 할까?하며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아예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지낼까를 궁리하는 학생이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엔 졸면서 보내고, 맘에 안 드는 학생, 선생님들을 적당히 골려 주다가 주임 선생님께 불려가 야단 듣고, 방과후에 적당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직녀를 주임 선생님은 문제아라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가봐야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회사일로 바쁜 아빠, 고3이라는 타이틀을 권위로 생각하는 오빠, 신주단지 모시듯 오빠를 '모시는' 엄마 덕분이다.
그래도 직녀에겐 숨구멍이 있다. 친구 연주와 민정이.
연주는 엄마와 단 둘이 산다. 역시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연예인이 되려고 노력하고 남 선생님들께 러브레터 보내는 것이 주된 일이다.
민정이는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와 산다. 하지만 공부는 잘 한다.
숨구멍이 되어 주는 친구들과 하루 하루를 즐기며 메워가는 직녀에게는 한 줄 일기를 남기는 습관이 있다.
내 의지대로 살아지는 삶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해서 노력한만큼의 댓가를 받는 삶도 아니며, 내가 사랑한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삶도 아니기에 직녀는 많이 좌절하고 아파하지만 한 줄의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다독거린다. 친구들에게 사랑 받고 친구들을 사랑하며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 애쓰는 직녀의 세상을 보는 눈은 참으로 낙천적이다. 지지리 공부도 못하던 직녀가 간호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먼 지방 대학에 지원하고 자신의 소망대로 합격의 소식을 받게 된다.낙천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직녀에게는 어려움도 어려움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시련도 시련이 아닌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를 무사히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할 만큼 흔들리며 살아가는 청춘도 있다. 그 청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지켜보는 역할은 바로 기성세대의 몫인 것이다.
다소 과장되고 발칙한 면이 없지 않은 소설이지만, 현실의 고등학생을 이해하는 좋은 구실을 해줬다.
전아리.
아직 어린 작가이지만 무한히 커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