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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ㅣ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은이 하이타니 겐지로 |출판사 양철북
나에게 책읽기 습관 중에 아주 나쁜 습관이 있는데 반복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읽어 주길 기다리는 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급해져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 제일 큰 이유이다.
어릴적에는 인어공주가 주는 허무함때문에 책 덮을 때마다 울고, 아예 울기위해 책을 펴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서는 '반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져서 봤던 책은 두 번 다시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점 에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란 책은 반복하여 읽는 몇 안 되는 특별한 책들 중의 한 권이다.
대학 다닐 시절, 교대생에게 있어 필수책이나 다름 없던 이 책을 처음 만났다.
졸업만 하면 교직에 서는 것은 정해진 코스였기에 주인공' 고다니' 선생님이 나 인듯 여겨져서 얼마나 재미나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세상이 시끄럽던 시절이라 수많은 사회과학책을 읽으며 선배들과 많은 나날을 토론하면서 지냈는데 이 책은 시시껄렁한 사회과학책보다 더 주먹 불끈 쥐게 했다.
그 당시에는 나도 졸업하면 고다니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면서 교사생활을 하리라, 소외되고 외로운 아이들을 찾아 품에 안고 열심히 교육하리라고 인생 좌표를 정할 정도로 고다니 선생님은 빛나는"나의 미래"를 위해 내 옆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로부터 10년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난 지금. 새학년 새학기를 시작하기 위해 이 책을 펴 들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교사로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고스란히 그속에 있다.
이 세상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나 밖에 없는 듯 하루 종일 교사로서 임무를 충실히 했던 새내기 교사였던 시절도 떠 오른다. 적어도 그 시절의 아이들은 착했다. 선생님을 존경할 줄도 알고 친구들과 싸우기는 해도 왕따시켜 죽도록 괴롭게 만들지는 않았다. 요즘의 아이들은 학교가 해방구이다. 학원에서는 공부로, 집에서는 각종 숙제로 숨 쉴 틈없었던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든 스트레스를 푼다. 마음에 들지 않은 친구를 왕따 시키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이 되었고, 듣기 싫은 수업은 안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시대가 되고 만 것이다.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은 찾아 볼 수 없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사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소외되고 힘든 아이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만 자신 스스로가 소외되고 외로운 아동일 경우가 많다. 마음의 문을 닫고 절대로 열어주지 않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교실에 데쓰조 같은 아동이 있다면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데쓰조를 마음 속에서 받아들여 친구가 되어 주도록 교육할 수 있을까? 미나코 같은 아동이 있다면 그 아이의 보호자 역할을 즐겁게 하도록 교육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상당히 버거운 교육과제이면서도 도전 의식을 갖게 만드는 과제이다.
1974년에 씌여진 이 책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에 맞는 과제를 교사와 학생들에게 던질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새학년 새학기. 바빠서 눈, 코 뜰 사이도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교사로서 다짐한다.
"소외되고 외로운 아동들을 더 껴 안아 주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