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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 -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엮음 / 차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쭉 부산에서 생활했다.
제대로 된 박물관도 없는 부산에서 고대 역사를 알 수 있는 가까운 장소는 경주가 최고였다. 벚꽃 피는 경주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무척 귀한 유물들이 많은 도시였다. 수학 여행을 비롯하여 각종 여행, 데이트 코스로서도 안성맞춤인 도시였다. 나의 얕은 역사인식은 경주가 다 였다. 학교 역사시간에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삼국 통일을 했었으면 훨씬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될 수있었을텐데 아쉬워는 해 봤지만, 경주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고대 역사를 찾으려는 개인적 노력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불편함없이 살아 왔다. 결혼하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역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 저기 박물관을 많이 다녔다. 그러다 작년 1월에 한 번도 발 디디지 않았던 백제의 땅으로 한 번 가보기로 하고 여행을 갔다.
1박을 하면 백제의 모든 것을 보고 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백제는 나의 계산을 멋지게 비웃었다.
백제의 부여 박물관, 공주 박물관, 공주 석장리 박물관, 공산성, 무녕왕릉 정도만 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년 추석 연휴때 다시 가서 익산 지역을 돌아보고, 대백제전에 참여했다.
얼마나 큰 충격이었고, 감동이었는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백제의 문화 유산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래도 내 아이에게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알려준 것이 뿌듯했다.
틈나는대로 백제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고, 이번에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라는 멋진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1400년전 한반도에서 백제라는 이름으로 700년간 존재한 나라에 대한 역사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손수 만든 책이다. 다른 역사서처럼 어렵거나 고루하지 않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5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번째 장 "두 나라 한 핏줄, 일본 속의 백제"에서는 고대 일본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백제를 찾아 보여준다. 일본 천황가에 흐르고 있는 백제계 혈통의 흐름, 일본 곳곳에 있는 백제인의 개척지, 백제 멸망 후 일본으로 흘러온 유민들의 후손들을 조명하면서 "백제의 멸망은 또 다른 완성"을 증명해 주었다.
둘째장은 "700년 백제, 불국토를 꿈꾸다"로, 불교를 국교로 완성하고 민중에 스며든 불교 문화를 조명했다.
익산 미륵사지 9층석탑과 그 복원과정에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미륵사 서탑 사리장엄, 태안마애삼존불, 서산마애삼존불등 아름다우면서도 신성한 불교 조형물을 소개하여 백제 마을 곳곳의 불국토의 희망을 알려 주었다.
셋째장은 "백제는 최강의 하이테크국가였다'는 백제의 금속공예기술을 소개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소재가 되었던 칠지도의 우수성, 백제 금속공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아름다움과 섬세함, 합금, 도금등의 기술로 완벽하게 탄생된 각종 금속 공예품, 일본에 전래된 백제 불상 등을 여러가지 증거 사진 등으로 안내해주어 일본에 끼친 영향을 짐작케 한다.
네째장은 "고대 한류, 백제가 살아나다"는 백제의 여러가지 문화 즉, 기악, 패션 등을 일본에 전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일본에 전해지고 있는 한류의 원조가 바로 백제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 다섯째장은 "백제, 바다를 꿈꾸다"에서는 황해 중심으로 해상권을 장악하고 일본은 물론 중국, 동남 아시아까지 진출한 백제의 활동을 소개 한다. 중국이 외면하고 있는 요서 백제, 월주 백제의 역사를 밝혀 주었고, 동남아 곳곳에 남아 있는 언어적 공통점도 비교해 주었다.
직접 백제의 역사를 박물관을 통해서 보고 온 나에게 이론적 부족분을 이 책이 채워주었고, 아이들에게도 책의 내용을 소개 해 줄 수 있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종이의 질도 우수하고 디자인이 참 곱다. 특히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왕관 장신구가 번쩍거리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고, 책 곳곳에 이 그림이 깔려 있어 고급스럽게 보인다. 시각적인 방송을 만들었던 팀들이 만든 책이기때문에 곳곳에 다양한 그래픽 참고 자료, 유물사진이 있어 이해하기가 쉽고,'지식인'이라 하여 따로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단어를 설명해 놓은 코너가 있어 역사 인식에 큰 도움이 된다.
숨어 있는 백제의 가치를 알려주는 가슴 뿌듯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