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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ㅣ 윈터홀릭 2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부산 출생이다. 대학원을 위해 2년간 충북 청원군에 가 있었던 것을 빼면, 부산을 떠난 적이 없다. 혹자는 부산이 '없는 사람 살기에 딱 좋은' 도시라고 얘기한다. 사람 못살게 구는 한파는 물론, 교통 기막히게 만드는 눈도 오지 않는 따뜻한 도시이기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부산 사람들처럼 눈이 오면 어쩔 줄 몰라한다. 발 시려운 강아지마냥 이 나이가 되어도 좋다고 뛰쳐나갈 정도이다.
겨울의 절정, 눈을 만나러 간다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 가까운 곳에 있는 일본, 홋카이도를 늘 생각하곤 했다. 눈 축제를 하는 삿뽀로를 비롯하여 스시로 유명한 오타루, 소설 빙점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아사히카와 등등 아름다운 곳곳을 찾아가 보는 꿈을 꿨던 적도 있다.
오늘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 책 한 권을 찾았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 다음 겨울까지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될거야'
숨막히는 문장 하나가 나를 끌어당긴다. 겨울이 제대로 외로워야 1년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작가. 그의 이름은 윤창호. 일본 도쿄공예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했단다. 사진가이자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공부한 작가라 얼마나 구석 구석 잘 알고 찍었을까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되었다.
일본어가 되니, 따로 가이드 없이 혼자 여행 가능하므로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참 부러웠다.
멋진 곳에 무작정 내릴 수도,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는 여유가 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홋카이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곳곳의 경치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데 사진 곳곳에 그가 남겨 놓은 일본어 낙서가 있다. 일본어를 다들 그림 같다고 얘기하는데, 작가의 일본어는 굉장히 단아하다. 그래서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낙서를 일부러 꼼꼼히 읽어본다. 꼭 그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현지인들과 대화를 통해 전해졌을 따뜻함이 사진에도 담겨 있어, 겨울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춥지않고 온화하다. 그중 압권은 하코다테에서 만난 카메라 장인 미즈코시의 일화다.
타국에서 카메라가 고장 났으니 얼마나 난감했을까? 당황해 하는 외국인에게 장인은 접착제 조금 쓴 것 뿐이라고 수리비를 받지 않는 따뜻함이라. 진짜 감동이었다.
게다가 작가가 한 마디씩 던지는 말이 시의 한 구절처럼 아름다와 가슴에 얼음칼처럼 쿡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 숲에는 잘 걸러진 투명한 향기가 있다.
모든 상념의 잎이 사라진,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바다가 사념이라면 광활한 대지는 묵언이다'
사진과 더불어 그의 외로움도 전해졌다.
이 책을 갖고 며칠동안 뒹굴거리는 동안 진짜 홋카이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가 경외감을 갖고 봤던 눈 결정도 손에 받아서 보고 싶고, 살며시 걸었다는 료칸의 복도도 발뒷꿈치를 들고 걸어보고 싶다. 뿐만 아니라 그가 홀릭했다는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사진을 담은 책도 한 번 사 봐야겠다.
아!! 정말 떠나고 싶다.
윤창호 작가! 당신, 흔들린 나의 마음 어떻게 책임지실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