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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독이다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오경화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은 프로야구 비시즌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비시즌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야구 영화, 야구 소설을 찾아 헤매는 시기이기도 한데, 이번 나의 레이다망에 걸린 책은 "나는 감독이다"라는 일본 소설이다.
우리나라보다 프로야구 역사가 긴 일본은 야구 만화, 야구 소설, 야구 영화 컨텐츠가 엄청나다. 그래서 일본이 부럽기도 하다. 비시즌이라도 팬들이 견디기가 우리나라보다 수월할 것 같아서이다.
이 책은 만년 꼴지팀인 엔젤스 구단이 10연패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꼴찌팀, 10연패. 말만 들어도 내가 응원하는 롯데가 생각난다. 8888577 무서운 비밀번호를 가진 롯데, 암흑기를 벗어나 이제 5년 연속 프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 되었지만, 프로야구 최소 관중수도 갖고 있고, 92년 우승을 끝으로 20년동안 우승못한 팀, 창단 이후 한 번도 정규리그 우승을 못해 본 팀이 바로 롯데 아닌가? 아, 이거 계속 읽어야 하나, 글로 되씹어 보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이길줄 모르는 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엔젤스는 10연패를 해도 선수들이 웃는다. 언젠가는 이길 수 있으리라는 말도 안되는 희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홈 경기이지만 어웨인팀인 자이언츠 팬들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선수들이라니, 생각만해도 싫었다. 하지만 이 팀의 구단주인 오카다는 팀의 수석코치인 히로오카 타츠로를 감독으로 승진시켜 팀을 재정비시킨다. 히로오카 그는 왕년의 자이언츠 선수였다. 감독과 불화로 자이언츠에서 방출되면서 은퇴를 했고, 해설자, 기고가로 야구 현장을 맴돌았지만, 야구선수는 유니폼을 입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합지졸, 2류 수준 밖에 안되는 팀의 감독이 되었을 때 엔젤스의 레전드이면서 코치를 맡고 있는 타카야나기로부터 엄청난 견제를 받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선수들의 마인드를 조금씩 바꿔 나간다. 히로오카가 감독되기 전까지 엔젤스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모한다고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웃고 즐길 수있고, 여유롭게 야구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새감독인 히로오카는 감독의 지시대로 야구를 하라고 한다. 치고 싶을 때 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번트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뛰고 싶을 때 뛰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고 가르쳤다. 즉 이기는 팀이 되기 위해 개인을 과감하게 희생하라고 말한다. 엔젤스 팀원들은 경험하지 못한 야구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반발을 하지만 감독 시키는 대로 하니 서서히 연패에서 벗어나고 승리를 하게 된다. 자이언츠와 업치락 뒤치락하며 우승을 넘보는 강한 팀이 되어 가는 엔젤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한 발자국 더 뛰며, 이가 부러지는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멋진 팀이 되어 가고, 이기는 맛을 알게되면서 이기는 팀이 되어가는 엔젤스의 변화과정은 한 마디로 기적이었다. 읽는 내내 나는 김성근 감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에 읽은 '감독이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김성근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하는 거라고 했다. 감독의 역할이 크긴 하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반발을 했는데, 아니다. 오늘부터 나는 야구는 감독이 한다고 말하겠다. 엄청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단련시키는 김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감독부터 선수들 모두 실존했던 선수들의 이름이라 선수들 이름에 걸린 각주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검색하여 맞추어보는 맛도 좋았다.
읽는동안 난 엔젤스의 팬이 되었다. 연패에서 벗어나 연승을 할 때 정말이지 크게 응원해 줬으며 또 다시 슬럼프에 빠질 땐 어서 벗어나라고 빌어주었다. 비시즌에 두 시즌에 걸친 야구를 그려볼 수 있게 해 준 이 책이 정말 감사했다. 야구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롯데 야구 선수들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손아섭선수와 같은 투지가 생기지 않을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