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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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연수 작가의 책은 나오는 즉시 사서 본다. 누구보다 먼저 읽고 싶어서냐고? 아니다. 위로받고 싶기 때문이다. 김연수 작가는 항상 나를 위로해준다. 특히 그의 산문집은 향수, 추억으로 가득한 위로를 해준다. 왜 냐고? 김연수 작가는 나와 나이가 같다. 그래서일까? 그가 산문집에서 쓰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제공 받는 기분이다. 그가 나에게만 주는 위로. 이번 산문집' 지지 않는 말'에서 또 받고 싶었다.

책 표지부터 미소짓게 만든다. 빨간 코끼리가 네 발에 운동화를 신고 뛰어가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보니 '달리고 있는' 코끼리이다. 지지 않고 뛰고 있는 코끼리. 우직하게 달리고 있는 김연수가 작가가 투사 된 코끼리이다.

이 책 내용의 90%가 달리는 '김연수'가 달리지 않는 , 달리고 싶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는, 혹은 달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삶의 메세지'이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를 다니다 그만 둔 뒤 시작했다는 달리기.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달리기가 차지하고 있고, 달리면서 느끼는 것이 상당히 많은 듯 하다.

주위에 달리기를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자세히 보면 하나 같이 '독하다'라는 말을 듣고 산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달리려고 애를 쓰는 그들의 자세가 다른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까닭이다. 아마도 작가 김연수도 그런 말을 들으면서 생활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달리면서 겪은 희열에 대해 알리고 싶었으리라.

그는 달리기가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달리는 시간에 몰입하는 경험, 달리기가 끝나고 났을 때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멋진 일이라고 독자들에게 고백한다. 중간 중간 달리기와 상관없는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말하려다 그만두고"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송시를 번역하며 40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감성을 얘기한다. "슬픈 맛이 무엇인지 이제 다 아니까, 그러니까 말하려다 그만 두고, 아!~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란다. 아~~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아니 말로 나타내기엔 너무나 가벼워질 것 같은 감정들의 무게. 충분히 동감하며 읽었다.

김작가의 유머를 느끼고 싶은 독자들은 '한 번 더 읽기를 바라며'란 꼭지를 읽어 보길...

이렇게 느닷없이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김연수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의 무서움, 셜록 홈즈, 15소년 표류기를 떠올리며 김연수작가로 부터 받은 위로를 맘 속에 따뜻하게 간직하려고 한다.

달리기. 한 번도 도전한 적이 없는 운동이다. 나의 인생을 보다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 나도 달려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얼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읽어야겠다. 하~~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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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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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책표지의 광고 문구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구절 비슷한, 애정을 갈구하는 연애 문구중의 하나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김연수 작가가 진한 연애소설을 내 놓았나? 올해 다작하고 있는데 가벼운 연애를 내게 말하려나? 라는 생각으로 책을 구입했다. 물론 김연수 작가가 아랍어로 제목을 짓든, 외계어로 제목을 짓든 김연수 작가가 지은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했겠지만.....

여고생의 뒷머리, 요즘은 볼 수 없는 머리 스타일이다.

교복입은 고등학생, 나도 정말 저런 머리가 하고 싶었는데, 두발 자유화가 되면서 교복은 입되 머리는 자유롭게 길렀던 나로서는 참 그리워하는 머리 스타일의 여자 뒷모습이 책 표지에 올려져있다.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일거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은 생후 6개월에 미국에 입양되었던 카밀라가 26세가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대한민국의 진남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김연수 작가의 책은 시작부터 신경 바짝 쓰고 읽어야 하는데 이번 소설은 술술 잘 넘어간다. 하하하. 드디어 이렇게 읽기 쉬운 연애소설도 써 주시나라며 즐겁게 누워서 읽고 있는데, 따악~~. 김연수 작가. 나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말도 안되는 출생의 비밀이라니....

요즘 하드코어식 추리소설도 많은데 김연수 작가의 소설까지 나를 힘들게 하지 않겠지라는 믿음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는 어퍼컷을 때린 뒤, 그 뒷수습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밀라에게 희재라는 이름을 선물로 주고, 그녀의 어린 엄마 정지은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어린 엄마가 지은 시도 읽어준다. 김연수 작가가 이끄는 대로 나는 정지은의 삶 속으로 빠져들고 급기야 희재를 위로하게 된다. 엄마는 그러지 못했지만 너는 날개를 달고 희망을 향해 훨훨 날아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버지들끼리 같은 공장을 다니며 동료로서 목숨까지 희생하는 사이이지만 그 딸들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아버지는 사주, 한 아버지는 노동자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이지만 그 아들과 딸은 심연을 넘나들 수 있는 날개를 가지는 상황이라니, 또 한 번 아이러니를 느낀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정지은이 희재에게 해 준 말. 살아있다면 감동으로 다가왔을 말. 그 말에서 엄마는 또 그렇게 끈질기게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김연수 작가가 작가의 말 끝에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이라고 말했는데, 이 소설에서 쓰지 않았던 가이드 교수의 삶, 정지은의 친구들의 삶을 아직 상상할 수 없으니 나는 이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걸까?

다음에 조용하면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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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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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1을 덮자 마자 얼른 옆에 있던 2권을 펼쳤다.

1권에서는 후쿠오카 감옥에서 일어난 간수 스기야마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이야기였다면 2권은 1권에서 거의 해결된 듯한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면서 한 번 더 꼬였다.

간수 유이치는 스기야마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를 쫓는데 글을 읽는 나는 시인 윤동주가 어떻게 죽음에 다가가는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윤동주가 생체실험 대상자였다는 설이 있기도 하거니와 어떻게 마루타가 되어 일제에 희생되었는지가 더욱 궁금해진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플롯을 쫓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기야마의 죽음은 차제의 문제였다.

왜냐면 스기야마의 성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때문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알고, 시를 읽으며 마음을 흔들릴 줄 아는 사람이 단지 자신의 시야를 벗어나 탈옥하려했다는 사실만으로 탄압을 하려 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의 고귀함을 알게 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스기야마라면 탈옥 사건을 눈감아 주었을거라고 내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스기야마를 죽인 진범은 궁금해지지 않았다. 그저 스기야마를 눈에 가시처럼 느끼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죽였겠구나 싶었다. 내가 궁금하고 더 알고 싶었던 것은 간수 스기야마와 윤동주, 그리고 또다른 간수 유이치의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상호작용이었다. 감시하고 벌하고 통제해야만 하는 간수가 오히려 죄인을 이해하게 되고 존경하게 되는 아름 다운 관계 말이다. 안중근 의사만해도 그의 고귀한 성품때문에 일본인 간수가 그를 존경해마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지 않는가? 하하하. 나는 결국 이정명 작가가 제시한 길을 쫓아가지 않고 내 나름의 길을 쫓아갔구나.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분노해야했던 것은 일제의 만행이었다. 혈액을 대신하는 생리 식염수를 살아있는 사람에게 실험적으로 주사하여 그 결과를 보고자한 일제 만행때문에 이 세상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애국 선열들이 정말 안타까웠다. 우리는 제대로 된 사과도 못 들었고, 제대로 된 배상도 못 받은 채 오늘날 부끄럽게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제대로 된 일본의 사과를 윤동주 시인에게 그리고 우리 선열들에게 바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빈다. 이번 소설은 팩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단순한 역사 사실로만 엮게 되어 나로서는 조금 아쉽다. 지나치게 많이 얽혀버린 소설은 나에게 매력이 못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을 스치는 바람 덕분에 잊을 뻔 했던 윤동주 시인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 그의 시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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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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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요즘 바쁘다. 대한민국과 독도를 놓고, 중국과 댜오위다오를 놓고 자기 땅이라 우긴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뺏어가고 잊혀지지 않을 치욕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내는 제국주의를 본심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중에는 지금도 일장기만 보면 가슴이 벌렁 벌렁한다고 하는데, 딱 지금 읽으면 좋을 소설을 만났다.

'별을 스치는 바람' 이정명 작가의 신작이다.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펼친 "뿌리 깊은 나무"와 신윤복, 김홍도의 천재 화가의 삶을 그려낸 "바람의 화원"을 재미있게 읽었던 까닭에 이번 작품도 미련 없이 선택했다. 사실 팩션이라는 것이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라 작가의 상상이 그저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적 현실 왜곡을 불러 올 우려가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딱 갈리기 마련이다. 나는 역사적 현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대체로 잘 분리시키는 편이라 냉정하게 "재미"를 추구하며 읽는 편인데, 이번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은 나를 좀 힘들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윤동주"였기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외워 본 적이 있는"별 헤는 밤" , 그리고 윤동주. 늘 빚진 것처럼 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존경의 마음으로 읊었던 시다. 온 국민으로부터 "죄송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시인 윤동주의 옥중생활을 문자로 읽는 것은 "재미"를 넘어 힘든 일이었다. 글로 읽으면서도 이것보다 훨씬 강도 높게 시달리며 살다 돌아가셨겠지 라는 상상이 저절로 될 정도로 일본의 만행에 치를 떨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팩션의 재미를 찾으려 애를 쓰며 읽어나갔다.

이야기는 윤동주 시인기 생활하였던 후쿠오카 감옥, 그 감옥의 악명 높은 간수였던 스기야마 도잔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군인 생활을 하다가 후쿠오카 감옥으로 와서 간수 생활을 하기 시작한 스기야마 도잔. 그는 한 마리의 미친개처럼 우리 동포들의 정신과 몸을 물어뜯었다. 그러던 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죽음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젊은 간수인 와타나베 유이치가 지명된다.

시인의 삶에 촛점을 맞춰서 그런지, 이야기 전개의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배치되고, 그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 옹골찬 역사 의식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1권을 읽었다. 2권을 읽기 전에 숨고르기 하기 위해 1편 서평을 쓴다.

쓰는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은 2편이 된다. 얼른 2편 읽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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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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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작품 중 재미있게 읽은 것은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내 심장을 쏴라" 2권 밖에 없는데 두 권 모두 나에게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때부터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인연이 닿은 작품이 "7년의 밤"이었다.

정유정 작가는 평범한 이야기를 쓰지 않는 듯 하다. 즉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상을 알려주기 위해 오랜 기간의 취재를 통하여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노력파인듯 하다.

그렇다고 하여 정유정 작가의 "천재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고생해서 글을 쓰는 것 같다. 이번 작품만 해도 여성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취재가 필수적이었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 프로야구의 세계, 댐 보안 관리 업체의 세계를 정말 실감나게 잘 그린 듯하다. 정유정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을 말하라면 실감나는 묘사력이라고 말하겠다.정 작가의 작품은 사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작품 속의 세계가 머리속에 잘 그려진다. 또한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잘 잡혀있는데, 그 캐릭터가 허무 맹랑하지 않고, 우리 옆집 아저씨, 아줌마의 성격일 듯 선명하다. 그렇기때문에 독자들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 폭 빠질 수 있는 것 같다.

책 표지를 넘기자 마자 만나게 되는 것은 세령호 주변의 상세지도이다. 흡사 어느 마을의 관광지도 같은 이 지도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살인사건을 안내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수수밭 한 가운데 우물에 빠져 목숨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최현수가 음주 운전을 하여 한 소녀를 죽이게 된다. 그 소녀의 아버지, 오영제는 최현수가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아주 조용히 복수를 설계한다. 최현수에 대한 오영제의 복수를 보면서 독자들은 최현수 편에 선다. 오영제의 비난 받아 마땅한 가족 학대 모습때문이다. 최현수를 살인마로 몰아넣고 그의 아들 서원조차 집요하게 괴롭혀서 철저히 사회로부터 분리당하게 만든다. 그런 서원에게는 단 2주동안 룸메이트였던 승환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어정정하게 끼어있던 승환과 서원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오영제의 끈질긴 복수전에 대항해 나가는데, 독자들은 절대로 지지말라고 승환과 서원을 응원하게 된다.

정유정 작가의 촘촘한 스토리 구성, 확실한 인물 묘사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몰입하여 읽었다.

정작가의 다음 책에서는 또 어떤 세계를 발견하게 될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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