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야구라는 스포츠의 인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 야구인 고교 야구의 인기는 우리 나라가 따라 갈 수 없다. 우리나라도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에 고교 야구의 인기는 상당했었다. 동대문 야구장에 대한 민국의 내로라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여 자신의 고등학교 이름을 위해 허슬 플레이를 하면서 땀을 흘리던 장면에 모두들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감동하곤 했었다. 요즘은 무슨 이유인지 고교 야구는 찬 밥이 되어 야구를 하는지도 모르고 지나친다. 아마추어의 명예를 위한 노력을 우리들은 잊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고교 야구는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
야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저 자신의 취미생활인 학생들도 엄청나게 많다. 마을마다 야구장이 있고, 고교 학생들도 대학 입시와 병행하면서 취미생활로 야구를 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해마다 고시엔에서 열리는 고교 야구는 희망이자 꿈이 되는 야구이다. 그래서일까 일본에는 고교 야구가 컨텐츠가 된 소설, 영화가 넘쳐난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일부러라도 그런 컨텐츠를 찾아서 즐기는데, 이번에 나의 레이더에 걸린 것은 제목이 참 거창하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다. 일본은 대부분이 남녀 공학인데 야구부 매니저를 여학생이 맡는 경우가 많다. 야구 매니저라니,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일본에서 야구 매니저는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한다. 야구부 감독과 야구부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미나미는 친구 유키가 야구부 매니저를 하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친구 대신 야구부 매니저를 하게 된다. 처음 야구부 매니저를 하면서 참 학구적으로 다가간다. 매니저가 무슨 의미인지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관리나 경영하는 사람, 즉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서점에 가서 매니지먼트에 관련된 책 "매니지먼트" 피터 F. 드러커가 지은 책을 소개 받고 사게 된다.
처음엔 우습다고 생각했다. 야구부 매니저가 경영과 관련된 책을 구입해서 어쩌겠다는 건지, 멍청한 아이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미나미는 자신이 잘 못 샀다고 생각했던 책을 미련하게 읽어나갔다.
'미나미는 이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다. 특히 마지막 부부은 여러 차례 읽었다. 재능이 아니다. 진지함이다. 미나미는 중얼 거렸다. 진지함이라 그게 뭘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 나왔다. 미나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왜 우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나미는 매니저의 자질을 읽다가 '진지함'이란 단어를 만나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진지함이란 단어를 만난 순간...독자들은은 왜 우는지 모른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미나미에겐 진지함이란 단어가 절실하거나 진지함이란 단어가 버겁거나...
미나미의 눈물의 의미를 알기위해 독자들은 책장을 빨리 넘긴다.
작가는 눈물의 의미를 쉽게 알려주지 않으면서 미나미가 "매니지먼트"를 읽으면서 야구부 매니저로 자리 잡는 장면을 아주 자세히 묘사해 준다. 미나미는 야구부원인 마사요시의 도움을 받아 야구부의 고객은 선생님, 학교 관계자, 도민들, 고교야구연맹, 야구팬, 야구부원들이라는 것과 야구부가 해야 하는 일을 감동을 주는 일로 정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표도 "고시엔 대회에 나간다"로 결정했다.
야구부가 해야 되는 일을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내는 미나미의 진지함에 가슴이 찡해졌다.
그리고 기업이 하듯이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으로 야구부를 바꾸기 시작한다.
소통이 부족했던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통역을 담당할 1학년 여자 매니저 아야노의 역할도 만들어주고, 유키에게 야구부원들의 현실, 욕구, 가치를 묻는 마케팅 즉 상담을 맡긴다. 미나미의 계획에 의해 서서히 야구부는 변신하게 되고 야구부의 종업원이자 고객으로서 서서히 성과를 보인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비웃었던 나의 마음은 싹 사라지고, 진지한 미나미의 마음에 쑥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시엔을 목표로 다 같이 달려가는 야구부원의 진지함도 감동을 주었다.
고교 야구를 통해 감동을 얻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고교 야구를 꼭 관심 깊게 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정말 재미있는 야구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