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성실한편이다. 나는 승부욕과 명예욕이 강한편이다. 나는 현실주의자이다.나는 비관주의자이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유머감각은 있는편이다. 나는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운동하는것도 걷는것도 좋아한다. 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약하고 작은 존재에 대한 강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나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물, 전기등을 아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가능하면 일회용품 또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말로써 남을 설득시키는 일을 잘하는 편이지만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어른아저씨들과 대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어른아줌마는 괜찮다. 나는 사회주의자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나는 노란색과 파란색을 좋아한다. 나는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나는 소주와 치킨을 함께 먹는것을 좋아한다. 나는 혼자 마시는 소주를 더 좋아한다. 나는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여러 사람을 사귀는것은 힘들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것을 싫어한다. 나는 사람들을 한번에 기억하지 못한다.나는 심각한 길치다.나는 항상 다닌는 길로만 다닌다. 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는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책도 마찬가지다) 그 수명이 다할때 까지 사용한다. 나는 가끔 책을 충동구매한다. 나는 물질적인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을 경멸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부처든 예수든 사랑에 그 기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별을 좋아한다. 나는 비오는 날을 싫어 한다. 나는 예의없는 사람을 싫어 한다. 나는 수구꼴통을 싫어한다. 나는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육식을 한다. 나는 날것은 못먹는다. 나는 스님이 되려했었다. 나는 동물실험에 반대한다. 나는 웃는 얼굴이 예쁜 사람이 좋다. 나는 아직도 첫사랑에 집착하고 있다. 나는 가족을 힘겨워한다. 나는 책임감이 강하다. 나는 냉정하다. 나는 10년째 싱글이다. 나는 아주 가끔 외롭다.나는 아주 잘 운다. 나는 잘 웃지 않는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책을 읽는다.하지만 나는 솔직하지 못하다.
나는 이런사람이다 라며 2012년도에 작성했던 페이퍼.
4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이제는 싱글이 아니고 첫사랑에 집착따위 할 시간은 없다.
위의 글을 읽은 애인이 '당신은 자신을 정말 잘 알고 있는거 같다'라며 공감의 말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내가 별로 차이가 없다는건 나름 솔직하게 살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이 나를 드러내고 사는 것일까?
예전에 연애를 할때 사귀는 사람과 다퉈본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주로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성격이고 소심해서 싫거나 바라는 점 같은거 말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었고 연애기간도 가장 길었던게 1년 남짓 이었기 때문에 투닥일만한 일들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 연애로 부터 거의 13년 만에 연애를 시작한 지금, 내가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애인과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잘못은 거의 내가 하고 애인이 화내고 용서해주고 그런식의 반복이다.
부족하고 의지약한 40대의 어리광을 받아주느라 매번 상처받고 있는 사람에게 미안하다, 다음엔 안그러겠다 말은 하지만, 나도 내가 도대체 왜 이러나 싶고 이해가 안가는데 그사람은 오죽할까.... 이게 다 당신이 받아주기때문이야 라며 또 어리광을 부리고만 싶어진다.
오늘이 딱 5개월. 어제 우리는 투닥였고 현재까지 그렇다.
물리적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함께보낼수 있었던 시간이 보통의 연인들보다는 꽤 많아서 체감시간은 5개월이상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서 너무나 다른점을 발견하고 우리는 놀라고 신기해한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하고.
나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때만 상점을 가고 쇼핑을 하지만, 이사람은 새로운 물건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즐거워 하고, 내가 나의 고양이 일로 힘들어 하면 지금까지 좋아진 것을 보려하지 나처럼 앞으로 나빠질 일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물건은 있던 자리에 청결하게 라는 나와는 달리 물건이나 청소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적당량의 수면시간과 규칙적인 식사에 대해서 꽤나 강박적인데 이사람은 수면이나 식사에 대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소하게 쓰자면 훨씬더 다른 면들이 많지만, 아마도 가장 큰 차이점들이 상상력, 긍정적 성격, 강박증 인듯하다.
나는 그 사람의 창조적인 직업이 좋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수 있는 직업. 그리고 그일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그 사람이 좋다. 뭐든 자책하고 비관하는 내 옆에서 긍정에너지를 마구마구 품어주는 그 사람이 좋다. 물건따위 어디에 어떻게 있으면, 조금 지저분하면 어떤가...강박적으로 살면서 피곤한게 더 문제지. 수면과 식사문제는 어쩌면 자신이 좋을때 먹고 자고 하는게 생각해보면 가장 좋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직장인인 나와 프리랜서인 그사람의 차이일수도 있고.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 책. 커피 그리고
서로가 아닐까.
너무나 다르지만, 지금껏 각자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을 함께 할수 있다는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다. 내 연인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고양이를 싫어 하는 사람이라면 하아....생각만해도 답답하다. 물론 새누리당 지지자 라면 더 깊은 한숨을 내쉬겠지만, 나와 함께 녹색당에 가입한 애인이니까 뭐.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받을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그 사랑을 느낀다. 내가 그런것 처럼 그 사람도 그렇길 바라지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407/pimg_7012461961397649.jpg)
애인이 준 컵, 독서대, 커피와 초코릿을 앞에 두고 글을 쓴다.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라 아침부터 독하게 커피 두잔을 연달아 내려 마셨다.
오늘 책은 읽기 힘들것 같다. 실천 윤리학 말고 실전 앤애학 이런 책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