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친구는 이 사회에서 다시금 양심의 빛이 사그라들고 있다며 울었다. 그의 말대로다, 그런데 나는 왜 한가로이 차나 마시고 있는가? 왜 그처럼 올곧은 태도로 화내고 울지 않는가? 흉흉한 시대에 아들을 빼앗겼을 때도 왜 나는 아들을 살려 내라며 주먹을 치켜들지 않았던가?

이 세상은 언제건 불쾌하다. 즐거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살아왔다. 나는 왜 순사하지 않나? 왜 이렇게 앉아 있나? 마치 이 세상과는 다른 논리로 살아가는 범용한, 그저 평범하고 변변치 못한 개처럼.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때 또 한 번 덜컥 깨달았다. 범용한 개? 평범? 다른 논리?

아니, 그래, 그런 거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거다.

'그랬던 거야, 선생님은.'

'그러니까 나는 살아 있어.'

'그러니까 따라 죽지 않아.'

이쿠로는 "선생님은 평범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소리를 내어 말했다.

<속·마음⑥만년필 p176-177>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의 두 주인공이 소설이 끝난 후 어떻게 살아 갔을지, 두사람이 만났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를 상상하여 그려낸 후일담 소설 「속·마음」과 지은이의 에세이를 병렬적으로 배치하였다.  위 문단의 이쿠로는 『마음』의 주인공인 나로써 지은이 강상중이 붙인 이름이다.

 

강상중의 책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한권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을때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마라.

평범하지만 진지하게 물들지 말고 살아라.

그러니까 죽지마라.

 

세상을 너무 일찍 자신의 손으로 져버린 아들때문인지, 강상중은 특히나 젊은 이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안쓰러워 한다.

 

 

 

'마음'이라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또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가, '그리고, 그 후로' 어떻게 살아갈 건가, 하는 내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의 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을 시작하며 p8>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받으면서 함께 대출받은 책이 우연히도 나스메 소세키의 『그 후』이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강상중과 나쓰메 소세키가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듯. 『마음』이 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꼭 『마음』과『마의 산』을 먼저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데 크게 상관은 없다.

 

토마스 만은 『마의 산』에서 자주 '시간의 소설'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시간에 관한 작가 자신의 풍부한 지식을 거침없이 풀어 놓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충실한 시간은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가고 하릴없이 멍하게 지내는 것을 한탄하는 시간은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중에 문득 돌아보면 충실했던 시간은 밀도가 깊은 만큼 길게, 하릴없이 보낸 시간은 밀도가 없는 만큼 짧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시간은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고 토마스 만은 말합니다.  p120

 

세상에서 말하는 하나의 방정식을 좇아 단 하나의 높은 이상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끝장이라며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일단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 보고 그게 잘 안되면 몇 번이고 뻔뻔하게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마음의 풍요라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얼마나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니까요. p138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에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다. 지금 하고 있는 그 일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그게 아니어도 죽지 않는다고, 겁내지 말라고. 내 마음이 이렇게 가난한 것은 역시나 삶에 대한 상상력과 용기의 부족.....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남은 선택지가 오로지 그것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보면 청소년 부터 노인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오로지 한개의 선택지만 남겨졌다고 생각하는지 알수 있다. 강상중은 한번만 실패 해도 다시 일어 설수 없다는 공포심 또는 그러한 현실, 실패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에서 선택을 하려니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마음, 세상과 이어져 있다는 연대감을 느끼게 해줄 주변인의 부족. 이런것들이 우리가 살기 힘든 이유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회가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거다. "그길이 아니야? 그럼 다른길도 있어. 괜찮아. 실패했어? 그럼 좀 쉬었다 다른 일을 해봐. 우리가 여기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최소한의 사회적인 안정망이 필요하다. 삶에서 죽음의 길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받쳐주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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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24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책을 저는 아직 못 읽어보았는데, 아무개님의 리뷰만 읽어도 마음 한 구석이 찡 해져 오네요.
저자가 머리로만 쓰지는 않았을거라는, 다소 감정 섞인 저의 선입견때문일까요.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에서 부터 전달되어 오는 절실함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저자 자신에게 해주고 싶어서 이런 책을 자꾸 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고요.
안되겠어, 이 책 저도 주문해야겠어요.

아무개 2015-09-24 08:05   좋아요 0 | URL
이번에 읽은 마음의 힘보다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저는 좀더 좋았어요.
죽은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다른 젊은이들과. 자신이 죽지 말고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