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간에게 결정적으로 정신의 타격을 주는 데는, 반드시 운명이 무슨 대단한 준비를 하여, 강인하고 거친 힘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미약한 원인에서 시작되어, 파멸을 이루어가는 데에 운명의 어찌 할 수 없는 독특한 창조력이 자극되는 것이다. p119
그러나 당신은 조금도 눈치를 못 채셨습니다. 마치 당신이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시는 시계가 인내심 깊게 어둠 속에서 시간을 헤아리며 재고 있는데 그 태엽의 긴장을 당신이 못알아 주시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의 가는 길마다 남몰래 가슴을 두근거리며 쫓아다니고, 몇백만 번의 똑딱거리는 초침 가운데 당신의 단 한 번의 눈초리도 받기 어려운 주머니 시계와도 같은 것입니다.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