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이야기 서문문고 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박찬기 옮김 / 서문당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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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간에게 결정적으로 정신의 타격을 주는 데는, 반드시 운명이 무슨 대단한 준비를 하여, 강인하고 거친 힘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미약한 원인에서 시작되어, 파멸을 이루어가는 데에 운명의 어찌 할 수 없는 독특한 창조력이 자극되는 것이다. p119

노인은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신음하였다. 차례차례로 새로운 생각이 나서 그것이 점점 상처를 깊게 하여갔다. 그에게는 마치 피투성이가 된 뇌가 갈라져서 벌어진 그 속에 빨간 구더기들이 우글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p.125

그러나 당신은 조금도 눈치를 못 채셨습니다. 마치 당신이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시는 시계가 인내심 깊게 어둠 속에서 시간을 헤아리며 재고 있는데 그 태엽의 긴장을 당신이 못알아 주시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의 가는 길마다 남몰래 가슴을 두근거리며 쫓아다니고, 몇백만 번의 똑딱거리는 초침 가운데 당신의 단 한 번의 눈초리도 받기 어려운 주머니 시계와도 같은 것입니다.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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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6-1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츠바이크 좋아요.
저는 <초조한 마음> 하나밖에 안 읽어 봤는데, 이 책도 기억해야겠어요.

<황혼의 이야기> *^^*

아무개 2014-06-19 10:33   좋아요 0 | URL
심리묘사가 정말 처절하더군요.
너무나 절절해서 정말 제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것 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늙으막에 젊은 부인과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사실 제일 멋지지만,
문장도 정말 멋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