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페이지.

그리 두꺼운편도 아닌데 다 읽어내는데 삼일이나 걸렸다.

가끔씩 피식거리며 김빠지는 소리로 웃거나,

또 그보다 훨씬 더 자주.... 오랫동안 멍한 시선으로 책장을 덮어야 했기때문이다.

물론 헤겔이나 칸트이야기, 또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소설작법에서 시간의 역할등.

내 깜냥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 때문에 읽는 속도가 늦어진것도 있지만,

중간중간 여러번 책을 내려놓고

보관함에 있던 책들중 언급된 책들을 장바구니로 옮겨놓고,

기형도의 산문집을 다시 들춰 보았고,

내 가슴 왼쪽에 가만히 손을 올려 놓아 보기도 했다.

 

마지막장을 덮고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제가 우는 날입니다...."라고 쓴다.

 

 

사랑이 또는 삶이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김연수는 매우 시적인 문장으로, 김영하는 아주 건조한 문장으로 답하겠지만, 나는 그저'치사-빤스'라고 말하련다. 사랑이나 삶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결국엔 빤스마저 벗어버릴 정도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니까. '치사'에서 '빤스'로 다시 '빤스'에서 '치사'로 허무하게 왔다 갔다 하도록 만드는 것이 사랑이고 삶이 아닐는지.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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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9-2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제 책에 대한 어떤 글에도 아는 척하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첫 번째 글이라 의미가 좀 달라서인지 그럴 수가 없네요. 멍해져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ㅎㅎ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알라딘 서재에서 내가 쓴 책에 대해 누군가가 글을 올릴 수도 있구나 싶었달까요...
푹 쉬셔야 할 연휴에 이 책이 방해꾼이 되었겠군요. 남은 시간이라도 푹 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아무개님^^

아무개 2013-09-20 23:10   좋아요 0 | URL
저기 ...그러니까 그게.... 후와.............
(이건 신경숙씨의 눌변을 흉내낸거라고 봐주세요...ㅠ..ㅠ)

설마하니 후와 님께서 이렇게 별볼일 없는 글을 보실꺼라곤 생각치 못해서....
정말..후와...............네요.

출판사 하시는 친구분이 계셔서 다행이다....싶었습니다.
화면으로 보는 글과 지면으로 보는 글의 차이가 엄청 나네요.

후와 ...하고
한숨 처럼 심호흡하고 .............
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