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는 사방이 낯설어졌다.
늘 보던 창이 없고 창에 비치던 낯익은 얼굴이 없다.
산과 집, 나무와 꽃이 눈에 설고 스치는 얼굴이 하나같이 멀다.
저잣거리를 걸어도 뜻모를 말만 들려오고
찻집에 앉아 있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뿐이다.
한동안 나는 당황하지만 웬일일까 이윽고 눈앞이 환해지니
귓속도 밝아지면서
죽어서나 빠져나갈 황량하고 삭막한 사막에 나를 가두었던 것이
눈에 익은 얼굴과 귀에 밴 말들이었던가/ (...) /
비로소 얻게 되는 이 자유와 해방감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또 다른 사막임을 내 왜 모르랴만
철학카페에서 문학일기-신경림<사막>
2002년 7월 15일 입사 10년차.
자의반 타의반에 의한 4번의 부서이동.
현재 있는 곳은 "뇌의 주름이 펴지는것 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할정도로
편안해서 머리쓸 일도 마음쓸 일도 없다.
지난 10년중에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건
아마도 투잡을 했던 5년 전 인듯 하다.
하루에 18시간 이상 아침에는 청소 저녁에는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즐거울수 있었던건,
지금은 좀 힘들어도 이렇게 열심히 살면
무언가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시간들이 올것이라는
어설픈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듯하다.
지금, 8시간 근무시간중 실제로 업무를 하는 시간은 두세시간 남짓.
나머지 시간은 책 읽고 인터넷 서핑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너무나도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지금.
나는 힘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