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우울과 불안이 공존하면 불안을 연료 삼아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기 패배적 행동을 일삼다가 에너지가 고갈 되면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싶은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반복합니다. 불안을 낮추려고 폭음을 하고 다음 날이 되면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비난하는 식입니다. p.53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면 먼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불운한 사고로 하반신 마비와 함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된 남성이 바꿀 수 없는 것은 사고를 당하게 된 자신의 운명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사고 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자신의 태도입니다. p.55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 책은 읽으면서 울고 밑줄 긋고 메모하고 생각하고 그러다 멍 때리고 하느라 더 느리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내 마음을 글로 쓴다 해도 이것 보다 더 정확하게 쓸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 문장들의 위로에 마음이 따뜻해 졌다. 

중증 우울증과 알콜중독을 진단 받을지 몇개월이 지났다. 정신과 약은 먹다 말다 하고 있고 심리상담도 몇차례 받기는 했다.

정신과 약은 그저 나를 재우기 위함일 뿐이다. 심리 상담은 그래도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어서 약간의 위로가 되긴 했다. 

그런데 이 책이 우울의 진흙탕에 빠져 있는 나 스스로 일어서서 그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게 내 마음을 이끌었다.

기질이 우울한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그 우울과 함께 행복하다가 불행하다가 기쁘다가 슬프다가 이렇게 저렇게 살면 된다고,

우울하고 예민한 성격이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다. 


나 자신에 관해서 이렇게 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은 없었다.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까지 우울해 졌는지 알게 됐다. 

6월 경부터 우울감이 급격하게 더 심해졌고, 회사에서 분명 컴퓨터 작업 중이었는데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 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물 밖에서 웅성거리는 것처럼 웅얼웅얼 들리고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계속해서 물속으로 가라 앉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상담사는 그것이 우울증 환자의 증상 중 하나라고 했다. 


타인과의 비교. 내 우울을 깊어지게 만든 이유였다.

회사에 나와 동갑의 남자 직원이 있다. 그는 매일 아침 마다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 매일매일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뭐가 그리 좋냐고 결혼 10년이 됐는데도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자기는 아내와 이야기 하는 게 너무 너무 즐겁단다.

그때는 그냥 부러웠다. 저렇게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마냥 부러웠다. 그런데 그 부러움이 비교가 되면서

나를 무너지게 했다. 저 사람은 나랑 동갑인데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부인도 아이도 있고, 회사에서 직책도 있고, 물려받을 재산도 있어서 저렇게 일년에 두세번씩 해외로 골프를 치러 가고 살면서 그렇게 큰일도 없었고 애쓴적도 없다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애쓰고 살아도 차도 없고 집도 없고 반려인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해외여행은 한번도 못 가보고

병든 몸과 마음만 가지고 있나. 내 인생은 앞으로도 이렇겠지 아니 더 나빠지겠지. 라고 생각한 후부터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그래도 6월 이전에는 일주일에 세번씩 운동 다니고 하느라 술을 매일 마시진 않았는데 아예 운동도 안가고 그냥 매일 매일 마셨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그리 즐겁지 않다. 그냥 마시고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어서 마신다. 

책 읽는 것도 사실 많은 순간 현실 도피 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책 읽기라도 그만 두지 않아서 이런 책을 만나게 됐구나 싶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게 됐다.

나의 책 읽기가 마냥 도피만도 아니고 시간낭비만도 아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싶다.


중증 중독이기 때문에 한번에 단주는 안 될 수도 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급격하게 우울해지고 습관적으로 술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술 마시는 내가 미워서 술 마시는 일을 그만 두는 날이 올 꺼라 믿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했다. 나는 다정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다정한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그 의미를 내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내가 가지지 못 한 것, 바꿀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긍정하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려 노력하자.

방향을 잡았으니 이제 한걸음씩 걷는 거다.

또 다시 진창에 빠지더라도 또 다시 오른발 왼발 한걸음씩.


임아영 선생님 

이런 책 누가 읽겠어 싶은 생각에도 이런 책을 써주셔서 제가 읽고 이렇게 살고 싶어졌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마 저는 삶의 기쁨과 행복보다는 고통과 불행을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 P10

인생의 초반부에 삶의 고통과 불행에 더욱 민감했던 저는 심리학을 통해 삶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보다 기쁨과 행복을 더 수월하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행복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어떤 날은 조금 더 행복하고 어떤 날은 조금 더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제 근본은 여전하지만, 세상에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또한 비관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받아 들이게 되었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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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9-0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개님.

2024-09-1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14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